네덜란드에 동점 투혼 보여주고 ‘깨끗이 일어선’ 일본
해외 매체 “이번 대회 최고 경기”
팬들 쓰레기 치우는 모습도 극찬

일본 축구가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에이스가 빠졌고 주장도 없었다. 경기 내용도 완벽하지 않은 데다, 두 차례나 끌려갔다. 그런데도 불굴의 집념으로 거푸 동점골을 뽑아낸 끝에 비겼다. 비겼지만 사실상 이겼다는 분위기다.
일본은 1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은 적지 않은 악재를 안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에이스 미토마 가오루와 공격수 미나미노 다쿠미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여기에 대회 개막 직전에는 주장 엔도 와타루마저 발목 부상으로 낙마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네덜란드에 패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일본은 초반에는 다소 움츠러들었다. 후반 6분 일본은 버질 판데이크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일본은 후반 12분 구보 다케후사의 패스를 받은 나카무라 게이토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19분 다시 실점해 1-2로 뒤진 후반 43분. 일본은 통렬한 헤더로 동점골을 넣었다. 장신 수비수가 즐비한 네덜란드를 상대로 터뜨린 헤딩골은 위력이 단순한 골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다.
일본 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우승 후보를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은 투혼을 칭찬하고 싶다”며 “우리 목표는 승점 1점이 아니라 승리였다. 이기지 못해 솔직히 분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로날드 쿠만 감독은 “언론과 미디어가 일본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며 “일본은 주전이 빠졌음에도 엄청난 압박과 정밀한 기술을 보여줬다. 우리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이번 월드컵 중 최고 경기”라며 “네덜란드 전력은 과대평가됐고 일본은 과소평가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일본은 구조와 신뢰를 갖춘 팀이고,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종료 직전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은 일본의 집념을 높게 샀다. 스카이스포츠는 “일본은 뒤질 때마다 답을 찾아냈다”며 회복력과 정신력을 주목했다.

일본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또 한 번 세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본 팬들은 파란색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치웠다. 자신들이 남긴 쓰레기는 물론, 네덜란드 팬과 현지 관람객이 남긴 페트병과 음식물까지 묵묵히 수거했다.
FIFA는 공식 SNS를 통해 “피치 위 위대한 반전만큼 아름다운 장외 전통”이라고 표현했다. AP통신은 “일본 팬들은 월드컵 품격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고, 브라질 매체 글로부는 “월드컵에서 가장 일관되고 인상적인 문화적 장면 중 하나”라고 칭찬했다.
일본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고 조 1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강호들과 싸울 때마다 승패는 갈렸지만 만만치 않은 경기력은 여전했다. 일본은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 월드컵 경기장 청소를 승패와 상관없이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도 사실상 이겼고, 관중석에서도 이긴 셈이다. 일본은 경기장에서도, 관중석에서도, 선수들의 경기력에서도, 팬들의 태도에서도 역시 아시아 최강다웠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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