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물축제 ‘꿀잼 축제’로 떴지만 물고기 1만5000마리 죽었다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4. 8. 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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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물축제 폐막…물싸움 등 이벤트 풍성 69만명 몰려
‘여름 대표축제’ 명성 재확인…“세계적 축제로 발돋움”
‘물고기 학대’ 혐오스러운 모습 노출에 관광객 ‘기겁’ 하기도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7월 30일 오후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황금 물고기(대왕 장어)를 잡아라' 프로그램에 참여해 물고기를 잡으며 무더위를 달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장흥 탐진강변을 뜨겁게 달궜던 정남진 장흥물축제가 9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4일 폐막했다. 올해로 제17회째를 맞은 장흥물축제는 대중성, 정체성, 경제성 측면에서 일정 부분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이번 축제는 '올수(ALL 水) 좋다-신나는 장흥 물축제'라는 슬로건과 함께 보다 젊어진 축제·세계인의 축제로 도약을 선언했다. 장흥의 물은 즐거움과 힐링을 담고 있어, 이 물을 맞으면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물축제만의 정체성 확립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올해는 태국정부관광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개막식에 태국 송끄란 축제 예술팀을 초청해 공연하는 등 세계적인 축제 반열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 장흥군수는 "대한민국 여름 대표축제를 넘어 글로벌 축제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정남진 장흥물축제 개막 첫날인 7월 27일 오후 1시 40분쯤 중앙로 군청 앞. 물축제 서막을 연 살수대첩 거리퍼레이드에 나선 참가자들이 폭염도 잊은 채 신나게 물싸움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정남진 장흥물축제 탐진강에 설치된 체험시설 ⓒ시사저널 정성환

3분의 2이상 외지 관광객…'1년 예산 15%' 경제적 효과

올해 물축제 또한 구름 인파가 몰리면서 '여름 대표축제'의 명성을 확인했다. 첫날부터 폐막일 당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축제장인 장흥 읍내와 3㎞에 달하는 탐진강변 일대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축제기간 축제장 주변 상가와 숙박시설에 관광객이 몰려 특수를 누렸다. 축제 산업화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했다. 3분의 2이상이 외지 관광객으로 다녀간 인원만도 69만명에 달해 간접 소득으로 걷어 들인 경제적 파급효과도 600억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장흥군 한 해 총예산 약 5000억 원의 12~15%에 달한 규모다.

물축제가 인기를 끈 데는 전시와 관람 위주의 전향적인 틀을 벗어나 모든 참여자들이 직접 물속에서 시원한 체험을 즐기는 '참여형 축제'에 초점을 맞춘 점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참여형 축제 면모 보여줘…여름관광 '핫플'로 부상

특히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로 북적이며 여름관광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양한 이벤트로 폭염에 지쳐 있던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자발적인 집객에 성공했다.

이번 행사는 물대포 사각지대를 없애 모두가 물싸움을 즐길 수 있어 축제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 방문객들은 게릴라와 물싸움 교전을 벌이는 살수대첩 거리퍼레이드, 물패포·물총·물바가지 등을 활용해 한바탕 펼치는 지상 최대의 일탈 난장 물싸움 등 즐거움을 만끽했다. 

탐진강 속에서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대왕장어를 잡아라 등 여름철 체험 물놀이도 여전한 인기를 자랑했다. 물축제는 밤이 더 뜨거웠다. 새로 선보인 '글로벌 워터월드'와 '장흥 락 페스티벌'은 젊어진 물축제의 진수를 가장 잘 보여줬다는 평이다. 

관광객 이 아무개(54·광주)씨는 "축제 마지막 날 가족들과 닷새만에 다시 찾아 물싸움을 했다"며 "폐막이 아쉽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잡상인이 없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내년 축제에도 즐기기로 가족들과 약속했다"고 기뻐했다.

가성비 높은 '젊은 축제·착한 축제'

물축제가 주는 시원함과 청량감은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축제 기간 '힐링 페스티벌'과 '숲속 보물찾기', '편백 모기퇴치제 만들기' 등이 진행됐다. 100㏊(100만㎡) 면적에 편백이 우거진 숲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장흥 우드랜드는 '치유의 숲'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가성비 높은 축제로 입소문 탔다. 일부 축제장 내 유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일부를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줘 축제를 통한 지역경기 활성화를 이끌어 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입장료와 공연이 모두 무료인 데다가 각종 체험료도 2000∼700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고 음식값과 중량을 누리집에 사전 공개해 축제장 바가지요금도 근절했다.

'착한 축제'로 자리매김한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209년 제2회 물축제부터 수익금 대부분을 이웃과 나누고 있다. 올해는 유니세프에 3000만원을, 사회복지법인 네트워크·장흥군 나눔복지재단·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각 1000만원을 기탁했다. 환경을 지키는 축제를 위해 행사장 내 먹거리 부스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했다. 

김성 장흥군수가 7월 30일 오후 '황금 물고기(대왕 장어)를 잡아라' 프로그램에 참여해 잡은 물고기를 맨손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 ⓒ장흥군
정남진 장흥 물축제 '황금 물고기(대왕 장어)를 잡아라'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그물에 담긴 물고기를 옮기고 있다. ⓒ독자 제공

'옥에 티'…'위생 혐오·동물학대' 논란

그러나 장흥 물축제가 의도치 않게 위생과 혐오, 동물(물고기)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프로그램에서 관광객이 지나가는 탐진강변에서 물고기 배를 가르고 손질하면서 혐오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번 축제 주제행사인 맨손으로 황금물고기(대왕장어)를 잡아보는 체험 행사에 대한 지적이다. 전반적인 축제 내용은 재밌었다는 평이지만 혐오 논란이 옥의 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보자와 본지 취재에 따르면 27일 오후, 주최 측이 장흥교 하류에서 그물을 쳐놓고 물고기를 방류하면 어린이 등을 동반한 방문객들은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가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치는 장어, 잉어, 메기, 송어 등을 잡기 위한 치열한 추격전을 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체험 후 잡은 물고기는 손질 해 포장해 집에 가져가거나 즉석요리를 해 먹기도 했다. 

혐오스런 장면은 잡은 물고기를 관광객이 직접 요리를 하면서 발생했다. 관광객 이동이 많은 강변에 앉아서 물고기 배를 가르고 손질한 뒤 내장 등을 버젓이 강물에 버렸다. 이런 모습을 목격한 아이 동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기겁을 했다. 혐오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으나 이를 말리는 행정과 축제 관계자는 없었다. 

위생도 문제였다. 장어 등을 잡은 일부는  장마로 오염된 물에 고기를 씻고 손질한 뒤 캠핑카로 가져가서 요리해 먹었다. 위생 관념에 의문이 드는 장면이었다. 이는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관광객 A씨는 "여름 피서로 아이들과 즐기기 위해 장흥 물축제를 찾았으나 물은 탁하고 더럽고 비위생적인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어 놀랐다"며 "물속에 들어갈 수 없어 타 지역 관광지로 발길을 돌렸다"고 밝혔다. 일부 방문객은 "이런 축제가 어떻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정 축제로 선정됐는지 의심스러운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혀를 찼다.

7월 30일 오후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황금 물고기(대왕 장어)를 잡아라' 프로그램에 참여해 물고기를 잡으며 무더위를 달래고 있다. ⓒ장흥군

"재미로 살생·학대" vs "지역경제 주력 농사"

또한 비록 이번 축제에선 공론화되지 않았지만 동물(물고기)학대 논란도 잠복해 있다. 매년 인기를 끌고 있는 '황금물고기(대왕장어)를 잡아라' 프로그램을 두고서다. 장흥군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모두 1만 5300마리의 물고기가 방류됐다. 메기 8300마리, 장어 3550마리, 붕어·잉어·송어 3500마리다. 매일 130kg(400마리) 이상의 민물장어와 대왕 장어(700g) 5마리, 메기, 붕어, 잉어, 송어 등 1600~2000여 마리가 풀린 셈이다. '축제용' 물고기는 장흥 지역 양어장 등에서 공급됐다. 

일부 방문객은 "무심코 즐기던 일이 자연과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이었다. 반성한다" "산천어축제, 송어축제, 연어축제 등과 함께 물고기잡기 이벤트가 동물을 오락의 대상으로 보고 동물들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죽였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이는 지칠 대로 지친 물고기를 공포로 몰아넣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동물단체들은 산천어축제 등이 물고기의 과도한 고통, 운반 시 스트레스, 굶김 문제 등을 주장한다. 식용을 위한 물고기에 대해서는 동물학대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은 여전히 폐지를 주장한다. 식용이라고 해도 일부러 동물을 학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규모 면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론 장흥물축제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에선 장흥물축제가 탐진천 토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도 주장했다. 고유한 생태계가 있는 탐진강을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를 위해 막고 갈아엎는 것은 생태가 보전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10여 년 전에는 행사장인 탐진강 하류에 있는 강진군 식수 취수장의 수질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면 일부는 "물고기 잡기가 문제이면 낚시도 동물 학대냐", "파리 잡고 바퀴벌레 잡아도 문제냐" "당장 물축제의 앙꼬인 물고기 잡기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면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될 것이다" 등 의견을 내놨다.  

"지속가능한 축제 위해 생태적 보완 생각해 볼 필요"

장흥군이 핵심 프로그램인 '황금물고기 잡아라'는 체험행사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재정자립도 한 자릿수(8%)로 전국 최하위 수준, 인구는 3만4000여 명으로 서울의 웬만한 동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장흥군에서 물축제는 '1년 농사'와 다름없다. 그런 물축제의 '주 농사'가 물고기 잡기 프로그램인 셈이다. '생물'을 쓰지 말자거나 물고기 잡기를 없애자는 주장도 검토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행 축제 방식 고수는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한다는 측면에서 소탐대실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동물학대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동물복지에 대한 관광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전남의 한 대학교수는 "맨손 물고기잡기는 동물에게 극도의 고통을 느끼게 한다"며 "근본적인 흥미 요인은 없애지 않으면서 생태적인 보완을 생각해 볼 측면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어류를 가두고 학대하는 천편일률적 축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축제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애초부터 대왕 장어에 대한 표식(꼬리표)을 달지 않고 물고기의 수온 적응을 위해 행사 2시간 전에 미리 체험장에 넣는 등 가급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연친화적 장흥물축제의 취지에 걸맞게 동물의 고통 최소화 방안  강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위생, 혐오 논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행정의 감시에 벗어나 있던 일부 캠핑카 야영지 등에서 혐오감을 조성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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