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해외 공급망…국내 기업 60% “대비책 준비”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 10곳 중 6곳이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별도의 조달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여건이 불안정한 데 따라 해외 거래처를 늘리고 국내산을 활용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원자재·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국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21일 그 결과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올해 10월 진행된 ‘2023년 대상 원자재·부품 수입 제조기업 302개사 설문조사’와 함께, 지난해 1월 진행된 ‘2021년 대상 원자재·부품 수입 제조기업 300개사 설문조사’를 비교·분석한 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올해 설문에 참여한 기업 10곳 중 6곳(60.3%)은 ‘현재 수입 중인 원자재·부품을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18.0%의 기업은 ‘이미 대책을 마련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42.3%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수입 공급망 대책을 마련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이 2년 전 조사에서는 45.5%였으나 2년 사이에 60.3%로 증가했다.
이는 러·우 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등 이유로 공급망 리스크가 일상화·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원자재와 부품의 안정적 조달체계를 갖추는데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급망 대책은 ‘해외 거래처 다변화’였다.
구체적인 대체방안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34.7%는 ‘신규 해외거래처 추가해 공급망 확대’를 꼽았다. ‘수입 원자재·부품의 국내 조달’을 꼽은 기업도 25.7%로 적지않은 수준이었다. 이 외 소수 답변으로는 ‘기존 해외거래처를 안정적인 국가나 기업으로 변경’(8.7%)하거나 ‘수입 원자재·부품을 자체 생산’(4.0%) 등이 나왔다(복수응답).
다만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했다는 기업의 비중은 2년 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대한상의는 기업들의 새로운 피해 요인들이 등장한 만큼, 보다 철저한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38.7%는 올해 원자재·부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단가상승, 물류차질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조사결과인 67.0%에 비해 28.3%포인트(p) 감소한 것이다.
피해가 감소한 이유는 전세계 공급망에 광범위한 타격을 입힌 코로나19 영향이 감소하고, 이후 발생한 요인들은 국지적인 이슈로 공급망 피해범위가 상대적으로 좁혀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조사결과를 보면 ‘러·우 전쟁’이 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등장했고, ‘미중 무역 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한 기업도 많았다. 여기에 ‘환경·탄소중립 규제’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생기면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해외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었다.
수입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원하는 정책과제로는 ▲조달처 다변화에 따른 물류·통관 지원(33.7%) ▲신규 조달처 확보를 위한 정보 제공(20.0%) 등 단기적인 행정적 지원을 요청하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섰다.
아울러 ▲수입품목 국산화 지원(24.3%) ▲안정적 교역을 위한 외교협력 강화(14.3%) ▲정부 비축물자 확대 등 안정적 재고 확보(7.3%) 등 근본적인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복수응답)도 보태졌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언제, 무슨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화를 위해 신규 공급선 물류지원, 수입품목 국산화 투자, 리쇼어링 인센티브 강화 등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번 조사는 2년간의 변화를 조사한 단기비교로 장기추세 파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공급망 피해현황과 대응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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