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사에 잠 설쳤어요” 현행법 미비 제재 어려워

무더위 영향 새벽공사 증가세
주민들 수면시간대 소음 노출
작업시간 규정없어 규제 난항
비정기적 소음 측정도 어려워

울산 남구의 한 대형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여름철 일찍 시작되는 공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최근 무더위가 이어짐에 따라 울산에서도 작업을 일찍 시작하는 공사장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새벽 시간에 울리는 공사장 소음에 주민들이 노출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들은 단순 지도와 소음 측정을 통한 과태료 부과뿐인 현행법상의 한계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오전 5시께 이모씨는 ‘쾅’하는 굉음에 평소보다 일찍 기상했다. 분명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기적으로 울리는 철제 굉음에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밖을 나와보니 인근 주민들도 짜증 어린 얼굴로 집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굉음의 원인은 인근 주상복합건물 공사장이었다.

이모씨는 “오전 7시부터 공사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다. 하지만 새벽 시간대인 오전 5시부터 공사를 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공사장 주변이 주거 지역인데다 새벽에는 굉음이 먼 곳까지 퍼져 잠을 잘 수 없다. 공무원들이 새벽 시간대 나와 직접 경험해 보고 단속을 해야 한다. 현재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들은 공사업체에 소음을 줄여달라는 의견만 전달할 수 있을 뿐 해결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 시간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소음 진동 규제법에는 야간 작업을 금하거나 주간에만 작업을 해야 한다는 시간대 규정이 없다. 단지 천공기, 항타기, 굴착기 등 특정 기계를 5일 이상 사용하는 특정 공사의 경우에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날이 더워지며 공사장의 작업 시간이 빨라지면서 이런 문제는 더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인부들의 작업 시간에 대한 규정이 없기에, 인부들이 작업 중 내는 소음에 대해서는 제재조차 어렵다.

일명 알폼 작업의 경우 작업 중 알루미늄 자제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굉음처럼 멀리 퍼지지만, 비정기적으로 발생하기에 소음 측정이 어렵다.

또 민원인이나 피해자 가정 안에서 소음 측정을 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민원을 접수한 민원인들조차 규정을 확인하고선 그냥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도 근무 중 소음이 얼마나 큰지 느끼고 있다. 새벽 시간대에 몇번이나 나와서 확인하고 있지만, 민원을 접수한 민원인들이 소음 측정 시 가구 방문을 꺼려 피해 사실 입증조차 어렵다”며 “공사업체에 새벽 시간대 작업을 피해달라는 행정지도를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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