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SM엔터 주식 사들인 2월28일 전말은

1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과 카카오 법인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사진= 윤상은 기자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무수히 많은 매수 주문량을 문제 삼아 전형적인 시세조종 행위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측은 하이브와의 SM엔터 인수 경쟁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정상적인 주식 매수이며, 오히려 카카오의 거래로 당일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반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협의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카카오 법인, 공모 혐의를 받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당시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두고 하이브와 경쟁관계였다. 하이브는 10일 주당 12만원에 SM엔터 주식 장내매수를 시작했다. 카카오가 16, 17, 27, 28일에 수 차례에 걸쳐 대량의 SM엔터 주식을 장내매집해 주가를 12만원보다 높게 고정·안정시켰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카카오 투자전략실 직원 장모 씨는 지난해 2월28일 배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약 1000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 매수를 직접 주문했다. 당시 장 씨는 카카오 투자전략실 사무실에서 주식 매수를 진행했다.

"호가 주문량 65% 카카오, 전형적인 시세조종"

검찰은 28일 오전 11시경 호가 주문량을 제시하며 "전형적인 시세조종 양태"라고 지적했다. 당시 전체 호가 주문량 2만8000주 중 약 65%인 1만8000주는 카카오의 주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정상적인 시장 흐름에 따른 매수 우위 상황으로 보이지만, 사실 카카오가 매수 주문량을 늘려 시장이 성황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시장 투자자들은 다량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은 장 씨가 당시 사용한 PC에 남아있는 메모 내용 중 '오전에 12만5000원'이라는 문구에 관해 물었다.  오전에 주식 대량 매집으로 이 가격까지 주가를 올리려고 했던 목표치라는 의심이다. 장 씨는 "배 전 대표가 지시한 매매 상한선"이라며 부인했다. 당시 SM엔터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12만5000원을 초과하는 가격으로 매수하지 않기로 상한선을 뒀다는 뜻이다.

검찰은 카카오가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 매수 주문을 진행하면서 증권사에 위탁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릴 계획이었기 때문에 매수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내부 직원이 직접 주문을 실행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사자 오히려 주가 일시 하락"

카카오 측 변호인은 지난해 2월28일 장 씨의 주식 매수 주문 체결 뒤 오히려 주가가 일시적으로 내려갔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씨는 28일 오전에 총 6차례에 거쳐 24000주 매수를 주문했다. 주문 가격은 11만9200원에서 11만9900원이다. 오전 9시30분에 다른 매수자들의 주문으로 주가가 12만원 이상으로 올라갔지만, 1초 뒤 카카오의 주문 뒤엔 주가가 다시 12만원 이하로 내려갔다.

이를 두고 카카오 변호인은 "통상 시세조종 주문은 주가가 하락하기 전에 연속 주문을 걸어 주가를 계속 상승시킨다"며 "하지만 카카오는 시세조종이 아닌 물량 확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카카오는 경쟁 관계인 하이브보다 SM엔터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약 1000억원으로 한정된 매수 자금을 활용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최대한 많은 주식을 매입했다는 뜻이다.

카카오 변호인은 이와 같은 이유로 장 씨가 메모 내용 '오전에 12만5000원'도 카카오가 계획한 매수가 상한선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만약 오전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 주가였다면, 카카오 매수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매수를 증권사에 위탁하지 않은 이유도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증권사 직원들이 (주식 위탁 매수를) 소문내는 것이 불법이지만, 상당히 많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카카오에서 자체 진행하는 것이 보안에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시장은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 지분을 더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알려져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었다. 카카오의 대량매집이 알려지면 주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15일 전에 이 사건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기소된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과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병합 뒤 처음 열리는 공판에는 김기홍 카카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검찰은 김 전 CFO가 카카오의 조직적인 시세조종 행위를 진술했다며 그를 핵심 증인으로 삼았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