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용범 정책실장 “나는 제한적 배당론자”

전혜원 기자 2026. 1. 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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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반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2025년 12월29일 〈시사IN〉이 만났다. 한·미 관세 협상, 부동산 대책,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대해 물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025년 12월29일 <시사I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64)은 2025년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한·미 관세 협상을 주도했고, 굵직한 부동산 대책에 관여했으며, 연말 치솟던 원·달러 환율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경제 관료로 35년 재직한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때 기재부 1차관을 맡았고, 퇴임 뒤인 2022년 3월엔 〈격변과 균형〉이라는 단행본을 발간했다. 2025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책사’ 스티븐 미란(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이 작성한 보고서를 분석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글이 연결고리가 되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다고 알려진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사흘째에 임명된, 이재명 정부의 첫 반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김용범 정책실장을 2025년 12월29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결과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미 동맹에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위상과 지정학적 중요성, 제조업의 힘,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확고한 리더십 등이 협상력의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조지아주 구금 사태가 터졌다.

돌발 사고다. 미국도 인정했다. 처음에는 ‘한·미 협상에서 이견이 안 좁혀지니까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일부 관측도 있었지만, 명백히 그건 아니었다. 뒤늦게 밝혀졌지만 해당 지역에서 이민자와 관련된 제보가 있었고, 법 집행 기관이 (백악관과 무관하게) 판단하고 활동한 거다. 미국은 아주 큰 나라이고 법 집행 기관도 다원화되어 있으니까. 백악관도 나중에는 되게 당혹스러워하면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미국에 일하러 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쇠고랑을 차고 머리 숙이고 있는 영상’을 본 국민들이 느끼는 그 공분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협상에서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측에 ‘한국을 밟는다고 밟아지는지 한번 봐라, 밟는 발도 뚫릴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대면으로 한 건 아니고, 나와 러트닉 상무장관 사이에 일종의 간접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러트닉 장관과 매우 가까운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정식 통로로는 할 수 없는 말들을 많이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협상 막바지에 한국의 입장을 강조하는 기준을 더 높였다고 들었다.

협상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을 모호하지 않은 표현으로 명확하게 넣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그 원칙을 처음부터 강조했다. 아주 오랜 기간 협의해서 우리가 원하는,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MOU 제1조에 반영했다(“투자위원회는 상업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연간 투자 한도다. (한국이 직접 투자하는 금액의) 연간 한도를 ‘250억 달러로 하느냐, 200억 달러로 하느냐’가 막판 쟁점이었다. 우리는 200억 달러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미국 측은 깔끔하게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200억 달러라고 명시하진 않되 ‘사실상 200억 달러’로 규정되는 정도의 아주 상세한 표현을 삽입했다. ‘외환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할 정도의 상황이 닥치면 한국이 투자 금액을 줄이거나 투자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아주 상세한 표현이 백악관 팩트시트(Fact Sheets:공식 설명자료)에 들어간 배경이다.

그렇게 거의 다 마무리했다고 생각한 시점에 대통령이 다시 우리에게 ‘깔끔하게 200억 달러를 명시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 거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원망스럽지 않았나?

원망스러웠다. 숨도 막히고. 미국 쪽도 난감해했다. ‘이거 뭐야, 워싱턴 왔을 때도 이야기하지 않던 걸 또 왜 이래.’ 그래서 제가 ‘정무 라인이 국민들 입장에서 민심을 판단하는데,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전달했다. 대통령이라고는 말 못하고(웃음). 트럼프 대통령이 ‘터프 네고시에이터(터프한 협상가)’라고 극찬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정말 잘했지만, 실제 이 협상은 대통령이 한 거다. 그렇게 마지막 협상을 해서 연간 200억 달러 한도를 명시하는 데 성공했다.

러트닉 장관과 협상하다가 격해졌을 때 러트닉 장관이 그러더라. ‘나(러트닉)하고 이러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큰일 난다, 나와 협상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도 정색을 했다. ‘한 번도 러트닉 장관과 협상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항상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APEC 방문을 전 국민이 환영하고 있지만, 한국이 감당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러트닉 장관이 가끔 꿈에 나타나서 잠꼬대로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할 만큼, 한때는 좀 미워했다. 그러나 그도 나도 최선을 다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한 것 아니겠는가.

트럼프의 사실상 강압으로, 한국은 비록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투자하긴 하지만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게 되었다. 이를 진정한 의미의 ‘투자(investment)’라고 할 수 있나?

이전의 세계가 보지 못한 투자 펀드다. (돈은 한국이 내는데)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상무장관이고, 그 위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한국과 미국은 오랜 논쟁을 거쳐 한·미 FTA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 조약은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발표한 2025년 4월2일 하루아침에 무력화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각국이 맞춰 나가게 됐다. 트럼프는 중국·일본·타이완·독일·한국 같은 나라들이 미국을 ‘벗겨 먹었다(rip off)’고 생각할 정도로 무역시장 개방이 미국에 불리했다고 여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다른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구조는 쉽게 시정되기 어려우니, 대신에 뭔가를 내놓으라는 논리였다고 본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돈의 수익배분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이 원리금을 회수할 때까지 양국이 50% 대 50%로 나눈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

할 말은 많다. 그러나 ‘애당초 응하지 않아야 했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미국이 조성한 국제 환경에서 한국 홀로 벗어나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 한국의 대미 투자가 결과적으로 ‘투자’가 될지 안 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 다행히 미국이 투자 분야를 선정할 때 한국은 협의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특정 부문에 대한 미국 측의 투자 결정에) 한국이 거부권을 가졌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양국이 (투자 대상 선정에) 합의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면 이번 한·미 협상처럼 때로는 깨지기 일보 직전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네버 엔딩 스토리’다. 한국이 ‘그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에 맞지 않는다’고 다섯 번씩 의견을 내는데도 미국이 무시하고 힘으로 강제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양국에 서로 이익이 되는 투자 대상을 발굴해서, 한국 기업들이 ‘그 사업 덕분에 우리도 새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미국 측 입장에서도 투자 합의가 잘 굴러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3대 조선사들은 미국 군함을 만드는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한국 원전 관련 기업들이 미국의 넓은 땅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게 되면 일감도 생기지만 사업 수행 능력도 높아진다. 양국이 노력해서 이 한·미 전략 투자 펀드가 한 차원 높은 ‘기술·경제·안보 동맹’의 채널로 인식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런 해피엔딩을 바란다. 나는 낙관론자니까.

한·미 협상보다 부동산 정책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을 뭐라고 보나?

전국 주택 가격으로 보면 대다수 지역은 오르지 않거나 상승률이 미미하다. 하락한 곳도 많다. 서울의 10여 개 구, 경기도 서너 개 시 같은 이른바 선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도드라지고, 그 근저에는 수도권 집중 문제가 있다. 그러면 왜 최근에 아파트 가격이 더 올랐을까.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거시경제 여건이 많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2025년 3분기(7~9월)엔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소매판매가 플러스(+)로 바뀌었다. 분기별 성장률도 3분기에 월등히 좋았다.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2700으로 시작해 오늘(12월29일) 4200이 될 정도로 호전됐다. 주식과 부동산은 서로 성격이 다르지만 결국 ‘자산’이므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주식이나 가상자산에서 돈을 번 분들이 부동산 쪽으로 오기도 했다. 자산 가격 상승 조건이 두루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러면 (앞으로도)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거나(6·27 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하는(10·15 대책) 등 강력한 정책을 내놨는데.

이전에 한 번도 시행하지 못했던 상당히 강력한 수요 억제 장치다. 특히 대출 규제의 경우, 2030 세대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규제들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의 주간 상승률을 보면 다시 오름세 쪽으로 가고 있다. 차입하지 않고 자신이 저축해둔 돈만으로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수십만 명이다. 대출 규제가 어떤 면에선 무력화되는 거다. 토지거래허가제 아래에서도 주간 거래량이 5년 평균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만큼 강력한 잠재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2018년 9월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시사IN 이명익

토지거래허가제는 ‘임시 조치’라고 언급했다.

〈동아일보〉가 헤드라인을 그렇게 뽑았는데, 영구히 할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지 당장 몇 개월 만에 해제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시점은) 주택 가격이 안정되느냐 여부에 달렸다.

공급 대책 발표는 결국 해를 넘겼다.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도시가 뻗어나가며 성장하던, 여유 택지가 많이 있던 시절과 도시가 거의 완성된 지금은 다르다. 공급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늘리기가 어렵다. 최대한 현행 제도 내에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다만 시장에 의미 있는 신호를 줄 만한, 선호 지역의 공급 물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서울시와 협의 중인 사항도 있고 경기도 인근 지방정부와도 협의하고 있다. 좀 모아서 한꺼번에 할지 그때그때 할지는 모르겠는데 공급 노력은 많이 하고 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보유세를 강화해 집을 팔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유세에 대해서는 10·15 대책에서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과세 형평 등을 감안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공급이 늘어난다’는 발언도 원론적으로 의미가 있는데, 장기적으로 공급이 늘 수 있지만 그걸 노리고 오래된 부동산을 사는 사람들 때문에 가격이 또 오를 수도 있다.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보며 ‘문재인 정부 시즌 2’를 떠올린다.

너무 단순화된 이야기다. ‘진보 정부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쉽게 연상할 수 있겠지만, 두 정부는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본질적 사회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금 대외 여건이 어렵다. 세계는 양쪽 진영으로 쪼개졌고, 반도체 부문은 최고로 잘나가고 빛나는데 (내수와 중소기업이라는) 그늘은 뚜렷한, ‘K자형 양극화’가 심각하다. 이 격차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가 난제 중의 난제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면서 최고세율을 35%에서 30%로 낮췄다. 세수 확보나 조세 형평성을 등한시하는 조치이자,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2026년 예산을 보면 2022~2024년 훼손됐던 조세 기반을 많이 복원했다. 법인세도 정상화했고, 증권거래세도 원상복구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되돌렸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작게는 (1년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세금수입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이번에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지난 10년 이상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오던 한국 주식시장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거다. 주식시장이 선진국형이 되면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가격에 자본을 조달해 투자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배당도 더 열심히 할 거다. 그렇게 파이가 커지면 법인세도 많이 들어오고, 증권거래세도 더 걷히고, 소득세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 세수도 늘어난다. 기재부 세제실은 이렇게까지는 분석하지 않는데 크게 봐야 한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도 마찬가지다. 일반 투자자들은 대주주가 예뻐서가 아니라 ‘내 주식’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대주주 요건 강화에 반대한다. 반발 정도가 워낙 강해서 다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공고히 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봤다.

재정 당국에선 반대했을 것 같다.

설득했다. 여당에선 이소영 의원과 진성준 의원 간의 논쟁도 있었다. 대통령도 많은 보고를 받고 국회 입장도 경청하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대통령은 세입을 확보한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저소득층이나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효능감 있는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한다. 세입이 부족하면 이런 일들을 할 수 없잖나. 그러니 대통령이 세입 기반을 가볍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은 아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모처럼 정상화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까 봐 조금 연기해놓은 상태다. 투자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금투세가 오히려 상당히 유리하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한국 자본시장이 반석 위에 올라갔다’는 확신이 생기는 단계가 되면 국내외 투자자들, 상장회사들과 (금투세 도입을) 같이 논의해봐야 한다. 합의가 되어야 한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됐다. 다른 걸 떠나서 ‘이재명 정부의 재정을 바라보는 관점’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인가?

대통령이 그렇게 판단하고 지명한 것 아니겠는가? 기획예산처는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독립 기구가 아니라 내각의 일부다. 헌법상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속하고, 행정부 국무위원들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다. 치열한 논쟁을 할 수도, 새로운 시각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면 장관은 따라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2025년 12월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025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뭐라고 보나?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성장률이 우리보다 높았다. 이른바 ‘M7(매그니피센트 세븐, S&P 500 지수의 상승을 이끌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메타·엔비디아·테슬라)’에서 보듯 미래 혁신 가능성도 미국이 더 높게 평가받았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렸지만 한국은 그만큼 못 올렸다. 성장이 최악인 상태에서 금리를 크게 올렸다면 가계부채는 폭발하고 부동산은 ‘폭망’했을 테니까. 결국 현재 성장률, 미래 혁신 가능성, 금리 등 세 가지 요인에서 미국이 월등히 높았으니 마치 중력이 작용하듯 자본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간 거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서 1400원대로 300원 정도 오른 배경이다. 소위 ‘서학 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나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넘어서서,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원화 약세를 전망하고 지나치게 달러를 많이 보유하는 등) 원화 약세에 과도하게 ‘베팅’하는 일종의 투기적 요인도 환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요인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줬는데도 환율 급등세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2025년 12월24일부터 정부의 여러 개입을 통해 어느 정도 정상화되어 갈 것으로 본다.

최근 7개 수출 기업을 불러 미국 달러를 팔라고 협조를 구해 ‘관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달러를 팔고 ‘원’을 사면 환율에 하향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사람들은 제조업을 포함한 한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듯한데, 수출 기업이나 증권사를 압박하기보다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지난 몇 년간의 저성장과 고령화를 거치면서 ‘한국은 이미 정점을 지나서 하강할 일밖에 없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소위 ‘피크 코리아’ 담론이 유행했다. 2025년 한국의 주식시장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외국인들은 최근 6개월간 한국의 변화를 신뢰하고 많이 들어오는 반면 내국인들은 지금도 해외 쪽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특히 젊은 세대의 우리 시스템과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뿌리 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러면 2026년에 성장률과 주식시장이 더 좋아졌을 때 정작 그 과실을 우리 국민들이 누리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진짜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6개월은 급한 대로 국정을 정상화하고 관세 협상 같은 외부로부터의 도전을 타결 지었다면, 2026년부터는 좀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과제들을 차근차근 이슈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조개혁에서 성과를 못 내면 정부는 그때그때 현안 관리만 하다 임기를 마치게 된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이재명 대통령은 새해에 6대 구조개혁(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정확한 상이 불분명해 보인다. 연금과 노동 분야에서는 어떤 개혁을 생각하고 있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월소득 대비 9%에서 13%까지 올린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다. 이제는 연금 분야의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퇴직·기초연금 등) 다른 연금들과 연계되어 있고, 청년과 장년 간 이해관계도 다르다. 단단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램이 외부에 나가면 사회적 논란만 커지고 개혁의 모멘텀이 사그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

대통령은 소년공 출신이고, 원·하청 구조에 새로운 룰을 도입하는 노란봉투법도 추진했지만 동시에 노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있다’는 말도 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언급한 바 있다. 정년 연장에 대해 여당에서 양대 노총 의견을 모아놓은 것만 해도 굉장한 진전이라고 본다. 이에 더해 청년들과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다. 청년들은 ‘베이비부머가 더 일해서 우리 일자리가 줄어드는 거 아니냐’고 우려한다. 기업도 기업대로 의구심이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든 다른 단위에서든 조금 더 넓은 공론화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은 오랜 기간 동안 표류해온 이슈다. 두어 달로 해결안을 내놓을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은행들이 부동산 부문보다는 기업에게 대출을 해줘 실물경제에서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다. 그런데 1~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의 경영 투자보다는 주주 환원을 우선시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상법 개정안이 반드시 그런 방향은 아니다. 배당을 좀 장려하는 정도지. 나는 기업들이 지금보다는 더 배당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낙 안 하니까. 그러나 일부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이 ‘무조건 배당을 많이 해야 좋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제한적 배당론자’다. 한국은 미국처럼 ‘배당 지상주의’로 갈 수 없다. 누가 뭐래도 한국의 기반은 제조업이고, 제조업은 긴 호흡으로 보고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재투자를 하는 게 관건이니까. 주주에 대한 환원 방법이 배당만 있는 건 아니다. 기업이 커져서 주가가 오르는 것도 주주에 대한 환원이다. 반도체 기업이 매년 배당만 하다가 기술개발 투자를 놓쳐 비실비실해지면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과연 좋아하겠나? 개미분들이 현명하다. ‘댓글 테러’를 당할지도 모르겠지만(웃음).

전남지사·광주시장 출마설이 보도됐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나는 이 일 하나도 버거운 사람이다. 지금 여기에서 맡은 일 하나하나가 중요하니까, 있는 동안에는 그 일을 하는 거다. 나와 무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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