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안고서
영화 ‘김 씨 표류기’에서 한강 밤섬에 표류하게 된 김 씨는,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재료를 만들어 짜장면을 해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 놓기 위해 누군가 보내 준 중국집 배달 기사를 돌려보냈다. 모든 희망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희망은 그 자체만으로 각자의 삶에서 거대한 동력원이 된다. 지난여름 많은 이가 주목하는 가운데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김지우. 결국 그 역시 가장 커다란 희망을 남겨 둔 채 청춘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단의 끝에서 그를 마주하게 된 팬들 또한, 그의 이름 석 자를 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에 품기로 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oonjeong Jeon Location The Training Center

#왔다! 두지우
카메라를 보고 자기소개하면서 인터뷰 시작할게요. (10월 12일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두산 베어스 김지우’입니다. (새로운 자기소개엔 적응했어요?) 사실 서울고라고 말이 나올 뻔해서 급히 틀었어요.
지명받고 나서는 어떻게 지냈어요?
구단에서 진행하는 메디컬 테스트와 행사에 참여하느라 조금 바빴어요. 이젠 시즌이 끝나서 몸을 만들러 광주에 와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매년 비시즌마다 와서 운동하는 트레이닝 센터예요.
센터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해요?
대표님께서 저한테 필요한 맞춤형 운동들을 바탕으로 일정을 짜고 봐 주세요. 광주에 머물면서 운동하는 기간이 그렇게 길진 않은데, 대표님께 수업을 조금 받고 나면 기량이 올라가는 게 바로 느껴져요. 부상 예방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좋습니다.
드래프트 전날 ‘하엄김(하현승, 엄준상, 김지우)’ 셋이 모여서 놀았더라고요.
준상이가 미국에 가니까 약속한 대로 아웃백을 사 주기로 했었는데요. 근데 저희가 먹는 양이 꽤 되다 보니까 아웃백보다는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비싼 호텔 뷔페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예약을 했는데, 호텔 측에서 저희가 방문한다는 걸 알아봐 주셔서 영상도 찍게 됐죠. 원래는 사비로 식사하려던 거였는데, 촬영해 줘서 고맙다고 식사를 제공해 주셨어요. 그래서 준상이가 내년에 한국에 오면 그때는 진짜 자기가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가지 목표를 가지고 뛰기 위해서 한국 잔류를 결정했다고 들었어요. 고민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들었나요?
당연히 혼자서만 결정한 건 아니에요. 부모님과도 얘기를 나눴고, 주변에서 하는 얘기도 새겨들었어요. 물론 최종 결정은 제가 내렸지만요. 부모님도 제 결정을 항상 믿고 따라 주셔서, 결과적으론 한국에 남게 됐습니다.
인터뷰를 보니 아버지는 사실 아들의 해외 진출을 바라셨다고요.
아빠는 큰물에서 놀라고, 더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반면 어머니는 현실적인 편이신데 좋은 쪽, 안 좋은 쪽을 다 고려해 봤을 때 일단 잔류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결국 마지막엔 제가 결정한 대로 하게 됐죠.
다른 선택을 한 엄준상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으로 갈 줄 몰랐는데, 갑자기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란 게 반이었고, 다 같이 남을 줄 알고 있다가 그러니까 약간 섭섭한 마음도 들었어요.
평소엔 잘 웃는 편인 듯했는데, 지명 순간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더라고요.
드래프트 때 나오는 배경 음악이 웅장하잖아요. 음악 분위기에 맞춰서 제 표정도 그렇게 되지 않았나 해요. 일부러 표정 관리를 한 건 아니지만, 무척 중요한 자리기도 했고 정말 가고 싶었던 팀에 가게 돼서 영상에 좀 더 멋있게 담기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할 멘트도 미리 준비해 갔어요?
소감을 미리 준비하긴 했는데, 당일에 진행자분께서 다른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일단 소감을 말하고 질문에 답했어요.

#선배님들 좋아♥
설재민과 찍은 영상 댓글에 ‘베어스TV의 새로운 먹잇감이 왔다’라는 얘기들이 보이던데, PD님들과의 첫 만남은 어땠어요?
초면인데도 잘 웃어 주시고 진행도 잘해 주셔서 재민이랑 저도 편하게 촬영했어요. (‘제가 왔습니다!’라는 인사말은 직접 떠올린 거예요?) 인사할 타이밍에 당차게 해 달라고 부탁하셔서 해 본 멘트였어요. 근데 재민이가 그걸 바로 ‘저도 왔습니다’라고 이어받더라고요. 센스가 대단합니다.
지난여름 베어스TV가 올스타전 투표 독려 영상으로 화제였어요. 본인의 일이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제 캐릭터에 딱 맞는 콘셉트가 주어지면 과감하게 도전할 생각이에요. 근데 먼저 나서서 하진 않겠습니다…
‘비야인드’에서 응원가 스피드 퀴즈를 무척 잘하더라고요. 안무는 어떻게 그렇게 다 알아요?
어릴 때부터 응원가 안무부터 선수들의 폼을 따라 한다든지 그런 걸 곧잘 해 와서 방송 촬영 때도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TV에서 응원 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내향인 베어스’에 외향인이 들어왔다는 얘기가 많던데, 서울고 선수단 안에서는 어떤 캐릭터였어요?
후배들을 편하게 대하는 선배였다고 생각해요. 장난기가 많았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선배로 박준순을 꼽았던데, 어떻게 다가갈 계획이에요?
준순이 형은 성격이 무척 내향적인 듯해서, 제가 외향형이니까 그걸 뚫고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예의는 당연히 갖추고 넉살 좋게 다가가면 반응도 밝게 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박준순이 덕수고 시절일 때부터 잘생겼다고 생각했다고요.
이 질문을 되게 자주 받았는데. (헤헤) 제가 1학년일 때 준순이 형은 3학년이었는데 계속 야구를 잘하셔서 더 빛이 나십니다. (김지우는 잘생겼나요?) 저는 잘생긴 스타일은 아니고 남자다운 쪽인 것 같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도 남자다운 매력이어서요.
박준순 외에 친해지고 싶은 선배로는 박찬호를 꼽았더라고요.
박찬호 선배님께는 제가 감히 ‘친해진다’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보다는 제가 많이 배우고 싶은 선배님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경험도 워낙 풍부하시고, 완전히 자리를 잡은 국내 최고 유격수이시기 때문에 제가 신인 내야수로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잘 알려 주시고 수비 조언도 잘 해 주시지 않을까 해서요.
루키 데이 때 선배들과 처음 만났는데, 하루를 어떻게 보냈어요?
선배님들을 직접 뵙는 건 다 처음이다 보니까 당연히 긴장은 좀 되더라고요. 근데 또 성격상 긴장을 엄청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차라리 인생에 한 번밖에 없을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즐겼습니다. 아, 장기자랑을 할 땐 카메라도 있고 대선배님들이나 코치님들까지 다 계셔서 무섭기도 하고 민망하긴 했어요.
‘니가 좋아’ 장기자랑을 보고 양석환이 ‘곽(빈)라인 타고 시작하네’ 하던데, 서울고랑 배명고 중에 어디가 더 명문고예요?
…죄송합니다! 서울고가 좀 더 명문인 것 같습니다!
안재석, 이병헌, 여동건, 최민석 등 두산에 서울고 출신이 많아서 빠른 팀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병헌 선배님, 안재석 선배님하고는 접점이 따로 없긴 해요. 민석이 형이랑은 같이 뛴 해가 있었고, 동건이 형은 졸업한 뒤에 서울고에 와서 함께 훈련한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팀에 같은 학교 출신 선배님이 계시면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까요? 근데 중간에 서울고 코치님들이랑 감독님이 완전히 바뀌어서 간혹 공감이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요새 KBO리그 경기들도 좀 챙겨 보고 있어요?
요즘 매일 지켜보고 있는데, 잔여 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산 경기가 편성이 안 된 날은 허전하더라고요.

#더 높은 곳까지
얼마 후면 성인이 되는데 기분이 어때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서 아마야구를 계속해서 해 왔는데 이젠 끝난다는 게 실감이 아직 안 나요. 지금은 프로 첫 훈련에 참여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10월 말부터 신인들이 이천에 합류해서 2주 정도 훈련을 거치거든요.
합류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시간을 보낼 계획이에요?
우선은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기술적인 부분은 이천에 가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을까 해서요.
계약금을 받으면 어떻게 쓰고 싶어요?
부모님께서 지금까지 저를 키우느라 고생하셨을 테니, 첫 계약금은 당연히 부모님께 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러고 나서 저는 기념으로 옷을 사고 싶어요.
패션 취향이 어떻게 돼요?
편집숍에서 골라서 사는 편이에요. 브랜드를 따지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지명받은 김에 조금 좋은 걸로 장만하고 싶어요. 근데 또 운동선수로서 너무 화려하게 꾸미는 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스트리트 패션을 추구해요.
베어스TV에 올라온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는 5툴을 거의 갖춘 선수라고 평가됐던데, 스스로 생각하기엔 어때요?
전체적으로 모든 능력이 상위권이라고 보긴 해요. 그 다섯 개의 툴 중에서도 눈에 띄게 튀어나와 있는 건 어깨랑 파워인 것 같고요. 하지만 안정적인 선수로 자리 잡으려면 수비가 기본이 돼야 할 테니까 수비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잠실야구장에서 못 뛰어 보는 게 아쉽진 않아요?
어릴 때부터 잠실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보면서 이 구장에서 꼭 뛰어 보겠다는 꿈을 꿨었는데… 막상 때가 되니 거기서 한 번도 시합을 못 해 본다는 게 아쉽긴 합니다. 근데 임시 구장을 쓴다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곧 돔구장도 생기니까 오히려 더 좋지 않나 싶기도 해요.
10년 뒤의 김지우는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그때면 30살쯤 됐겠네요. 항상 꿈꾸는 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활약하는 거지만, 그러려면 많은 걸 성실하게 갖춰 가야 하잖아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 전에 두산에서 이뤄 놓고 싶은 것도 있나요?
두산은 당연히 우승해야죠! 팀이 우승할 정도의 성적을 냈다는 건 선수들 개개인도 잘했다는 얘기일 테니까, 개인 성적은 이미 따라와 있지 않을까요?
그때의 지우에게 영상 편지를 남겨 놓을까요?
지우야, 잘하고 있지? 네가 꿈꿔 오던 걸 이뤘네. 열심히 해! (영어 공부도 얼른 하라고 해야 하지 않아요?) 언어 문제는 외국인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요? 친화력이 좋은 편이라 금방 늘지 않을까 싶어요.
응원을 보내 주실 팬분들께 하고 싶은 말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내년 시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에 좋은 성적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7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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