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60조 원 규모의 거대한 수주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캐나다가 연말까지 차기 잠수함 공급업체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방산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죠.
40년 된 낡은 잠수함 교체가 시급한 캐나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삼아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한국 조선업계. 과연 이번 대형 프로젝트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요?
40년 된 낡은 잠수함,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캐나다 매체 CP24는 지난 8월 15일 앵거스 탑시 캐나다 왕립해군 사령관이 "연말까지 캐나다에 맞는 잠수함을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탑시 사령관은 CTV 내셔널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공격적인 일정이지만 해낼 수 있다"며 절박함을 드러냈죠.
"4척 잠수함 가운데 1척만 운용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캐나다 해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현재 보유한 빅토리아급 잠수함들은 거의 40년이 된 낡은 함정들로, 약 10년 안에 완전히 쓸모없어질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4척 중 2척은 유지보수 중이고, 나머지 1척은 훈련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이죠.
더군다나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이미 생산이 중단되어 부품 조달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탑시 사령관이 "매우 공격적인 일정이지만 해낼 수 있다"며 연말 결정을 목표로 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캐나다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도 새로운 잠수함 도입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북극해까지 3개 바다를 동시에 지켜야 하는 캐나다로서는 현재의 잠수함 전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북극 항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 지역을 통제할 수 있는 잠수함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죠.
한화오션 중심의 '원팀' 체제, 승부수를 던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한화오션이 주도하고 HD현대중공업이 협력하는 강력한 '원팀' 체제로 이 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단순히 잠수함만 파는 것이 아니라 30년간의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를 제안한 것이죠.

캐나다 CBC 방송에 따르면, 두 업체는 200억~240억 달러 규모의 상세한 공동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화글로벌디펜스의 마이크 쿨터 대표는 서울에서 진행한 줌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한화가 캐나다에 팔고자 하는 선박이 현재 거제에 있는 대규모 공장에서 생산 중"이라며 "우리는 해마야 40척 이상 선박과 잠수함을 만든다"고 강조했죠.
특히 "이들은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것과 같은 함정과 잠수함"이라며 검증된 기술력을 어필했습니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잠수함은 우리 해군의 주력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II입니다.
이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체계를 동시에 탑재해 7000해리 이상의 항속거리와 약 3주 이상의 잠항 능력을 자랑하죠.
물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엔진을 돌릴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입니다.
캐나다 현지화 전략, 상생의 길을 제시하다
한국 업체들의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철저한 현지화 계획입니다.
2035년까지 첫 잠수함 4척을 인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캐나다 국내에 정비시설을 건설하고 현지인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죠.

이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캐나다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쿨터 대표는 이미 약 15개 캐나다 회사와 기술 사용을 위한 계약을 맺었으며, 올 여름 말에는 오타와에 영업 사무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캐나다 잠수함을 팔 뿐만 아니라 캐나다 파트너의 크고 강력한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제안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종합적인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 해외사업단장도 오타와 시티즌과의 인터뷰에서 "계약이 체결되면 6년 안에 납품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이는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해 상당히 빠른 일정으로, 캐나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치열한 5개국 경쟁,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다
하지만 이 거대한 수주전에는 한국만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그리고 독일-노르웨이 합작 투자 회사까지 총 5개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죠. 각국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캐나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과 노르웨이는 212CD 잠수함을 앞세워 "유럽과 한 가족이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연계가 쉬워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전략이죠. 반면 미국 군사전문매체 '19포티파이브'는 "KSS-III는 인도·태평양에 맞춰 설계된 만큼, 북극이나 대서양, 태평양에서 나토와 파이브아이즈와 통합이 어렵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강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데이비드 페리 캐나다국제문제연구소 회장은 한화의 대규모 조선 시설을 직접 방문한 후 "서울은 북한의 위협에 늘 노출되어 있어 필요한 무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뛰어난 능력을 키워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전 경험에서 나온 기술력이라는 것이죠.
경제적 고려사항이 승부를 가를 변수
탑시 사령관의 발언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최종 결정이 단순히 군사적 성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우리가 그들 사업에 이렇게 큰 투자를 한다면 그 나라는 우리에게 무엇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며 무역 장벽 완화, 시장 접근성, 캐나다 투자 약속 등 비군사 요인들이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죠.

이는 각국이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서 포괄적인 경제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이 약 15개 캐나다 회사와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하는 것이 승부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페리 회장은 한국의 장점과 함께 과제도 지적했습니다.
"한화는 빠른 납품 능력은 입증했지만, 캐나다 국방부와 무기를 사고판 거래 경험이 별로 없어 신뢰 관계를 쌓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로 보입니다.
2028년 계약,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도약대가 될까
스티븐 푸어 캐나다 국방조달 담당 장관은 CTV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2028년 또는 그 이전에 계약 체결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이죠.

캐나다 정부는 현재 각국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며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잠수함 수주를 넘어서 한국 조선업계에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공할 경우 최대 60조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수주와 함께, 세계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죠.
특히 서방 선진국과의 본격적인 방산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연말까지 남은 시간,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한 한국 방산업체들의 마지막 총력전이 시작됩니다.
과연 이 거대한 수주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요?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