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거즈 레전드 윤석민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화 이글스를 정면으로 해부했다. 칭찬 한 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결론은 냉혹했다.

선발이 땀 흘려 만들어놓은 판을 불펜이 제 발로 걷어차는 패턴이 반복되는 한, 한화가 상위권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진단이었다.
"류현진이 메시지 줘봤자 불펜이 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민은 류현진, 문동주, 황준서로 이어지는 선발진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봤다. 특히 불혹의 류현진이 스위퍼를 장착하며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분명 후배들에게 메시지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닿아야 할 불펜이 4사구를 8~9개씩 남발한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선발의 헌신이 마운드 위에서 소비되고 다음 이닝에서 바로 무너지는 그림, 이게 한화가 이길 경기를 스스로 걷어차는 구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4월 14일 삼성전의 사사구 18개 대참사는 그 엇박자가 최악으로 터진 날이었고, 그 경기가 선발과 불펜 사이의 신뢰를 가장 심하게 갉아먹은 분기점이었다고 봤다.
"전 세계에 하나뿐인 폼, 고칠 수 없다"

27일 2군으로 내려간 김서현에 대한 평가는 더 냉혹했다. 윤석민은 김서현의 투구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도,

아마추어 시절부터 굳어진 "전 세계에 하나뿐인 폼"을 프로 무대에서 뜯어고치는 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역설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 기형적인 폼을 스스로 믿는 것, 그게 유일한 출구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처방도 내놨다. 제구력이 부족한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애초에 스트라이크 존을 극단적으로 좁히고 들어오기 때문에, 어설픈 외곽 피칭이나 유인구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트렌드처럼 압도적인 구위를 믿고 존 한가운데로 공을 우겨 넣어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하는 정면승부만이 살길이라는 조언이었다.

마운드에서 눈물을 보인 후배를 향해서는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아니다. 이 외로운 싸움에서 이겨내려면 훨씬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했다. 쓴소리였지만 포기한 선배의 말이 아니었다.
"불펜 ERA 3점대 중반까지 내려와야 계산이 선다"

윤석민은 한화의 반등 가능성 자체를 닫지는 않았다. 강백호가 합류한 타선이 리그 상위권 지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치고 올라갈 저력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현재 6~7점대를 오가는 박상원, 정우주, 김서현의 ERA가 3점대 중반까지 내려와야 계산 서는 야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선 투수가 깔아놓은 주자를 다음 투수가 홈으로 불러들이는 악순환, 그 사이클을 끊어내는 책임감이 회복되지 않으면 선발이 아무리 버텨줘도 팀이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1점 차 타이트한 승부를 불펜의 힘으로 지켜내느냐 마느냐. 레전드의 시선은 냉정하고 정확했다. 벼랑 끝에 선 한화의 2026시즌 운명이 결국 이 잔인한 명제 하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