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다 6세대 신형 CR-V가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CR-V는 토요타 RAV4와 함께 북미 승용차 판매 1‧2위를 다투는 핵심 차종으로, 신형은 더욱 큰 차체와 중후한 디자인,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졌다.
글 강준기 기자( joonkik89@gmail.com)
사진 각 제조사

CR-V의 대표적인 경쟁 상대는 토요타 RAV4와 폭스바겐 티구안, 푸조 3008 등이 있다. 국내 모델 가운덴 현대자동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동급 차종이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에선 CR-V와 경쟁할 주요 C-세그먼트 SUV를 항목별로 꼼꼼히 비교해봤다.
*참조 : <확실한 효자모델 등극, 해외 최대 판매 기록한 기아 스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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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차체 크기 비교 – 유일하게 4.7m 넘는 CR-V

먼저 체격 비교부터. 이번 CR-V의 차체는 기존보다 75㎜ 더 길다. 이젠 C-세그먼트가 아닌 D-세그먼트 중형 SUV로 불러도 손색없다. 차체 너비는 CR-V와 스포티지가 1,865㎜로 가장 넓은 가운데 티구안이 1,840㎜로 가장 작다. 반면, 차체 높이는 RAV4가 1,690㎜로 가장 높고 CR-V가 1,680㎜, 스포티지가 1,670㎜, 티구안이 1,645㎜다. 확실히 CR-V의 커다란 차체가 돋보인다.


휠베이스는 2열 다리공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넷 중 가장 넉넉한 건 스포티지(2,755㎜). 플랫폼을 새로 바꾸며, 이전 세대 현대 싼타페(DM)보다도 넉넉한 수치를 자랑한다. 그 다음 CR-V가 2,700㎜로 두 번째로 여유롭다. CR-V 역시 풀 체인지를 거치며 휠베이스를 이전보다 40㎜ 키웠다. 참고로 혼다는 이번 CR-V에 총 8단계의 2열 시트 등받이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했다. 대부분 등받이가 꼿꼿이 서 있는 수입차의 약점을 보완했다.


공기저항계수는 스포티지가 가장 앞선다. Cd 0.31로 날렵한 디자인을 갖췄다. 그 다음 RAV4가 Cd 0.32이며, 티구안은 Cd 0.35로 보편적인 SUV의 수치를 지녔다. 신형 CR-V의 공기저항계수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이전 모델의 수치는 Cd 0.33이었다.

SUV를 찾는 고객은 넉넉한 적재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쉽지만 혼다는 미국 SAE 기준 용량만 공개했다. 참고로 트렁크 측정 방식은 미국의 SAE와 유럽의 VDA,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SAE는 크기가 다른 7가지의 박스를 천장까지 꽉 채워 측정. VDA는 1L 크기의 벽돌만한 상자를 2열 시트 등받이 상단까지만 채워 측정한다. 국내 판매 모델은 대부분 VDA 기준을 따른다.

VDA 기준으로 가장 용량이 넉넉한 건 스포티지(637L). 스포티지 역시 신형으로 거듭나며 차체를 키운 결과, 적재공간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티구안은 차체 크기 대비 넉넉한 615L의 용량을 갖췄으며, 롱 보디 버전인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700L에 달한다. CR-V는 SAE 기준 1,113L로 다른 모델과 명확한 수치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이전 4세대 모델과 비교해 한층 여유롭다.
②파워트레인 및 섀시 비교(*CR-V vs 스포티지 위주)

다음은 파워트레인 및 섀시 비교. 혼다코리아는 우선 CR-V 1.5L 가솔린 터보 모델부터 가져온다. 배기량은 넷 중 가장 낮다(1,498cc). 이는 연간 자동차세에 유리하다. 위 차종의 연간 자동차세를 계산해보니, CR-V는 272,636원, RAV4는 646,620원, 스포티지는 290,836원, 티구안은 511,680원이 나왔다.
연료탱크 용량은 거의 비슷한 가운데 티구안이 58L로 가장 넉넉하고, CR-V가 53L로 가장 작다.

다음은 최고출력 비교. RAV4는 하이브리드, 티구안은 디젤, 나머지 두 차종은 가솔린 터보이기 때문에 공정한 비교는 어렵다. 다만, CR-V 1.5 터보와 스포티지 1.6 터보는 충분히 비교할 수 있다. 최고출력은 CR-V가 10마력 높은 190마력인 반면, 최대토크는 스포티지가 2.5㎏‧m 더 강력하다.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엔진회전수도 다르다. CR-V는 1,700~5,000rpm까지 지속하며, 스포티지는 조금 더 낮은 1,500rpm에서 시작해 4,500rpm까지 뿜어낸다.
변속기도 각기 다르다. CR-V는 CVT 무단변속기를 사용한다. RAV4 하이브리드는 엄밀히 말하면 변속기가 없다. 전기 모터가 변속기 역할도 겸하는 e-CVT다. 스포티지와 티구안은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쓴다.

공차중량 차이도 제법 있다. CR-V와 RAV4, 티구안은 1.6t(톤) 대 무게를 갖췄다. 반면, 스포티지는 넷 중 유일하게 1.5t 대 가벼운 무게를 앞세운다. 현대차그룹 3세대 플랫폼의 경량 설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스펜션 구성도 흥미롭다. CR-V와 RAV4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스포티지와 티구안은 리어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쓴다. 위시본은 새의 빗장뼈를 말하는데, 위시본 구조가 위아래로 자리한 방식이 더블 위시본이다. 조종 안정성이 뛰어나 주로 스포츠카의 앞 서스펜션으로 끼우는데, 혼다와 토요타는 이를 뒤쪽에 심었다. 뒷바퀴의 접지력과 안정성을 높이고, 앞 엔진‧앞바퀴굴림(FF) 승용차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의도다.

연비 역시 파워트레인 형식이 달라 공정한 비교는 어렵지만, CR-V와 스포티지는 가능하다. 같은 18인치 휠 기준으로, 도심연비는 CR-V가 11.1㎞/L, 스포티지가 11.3㎞/L로 기아가 소폭 앞선다. 반면, 고속도로 연비는 CR-V가 13.8㎞/L, 스포티지가 13.6㎞/L로 혼다가 높다. CR-V의 CVT 변속기가 고속에서 엔진회전수를 낮게 쓰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특히 CR-V는 3종 저공해차 기준을 만족해, 공영주차장 주차비 감면, 혼잡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위 표엔 없지만 티구안 올스페이스 2.0 가솔린 모델 역시 3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았다. 이외에 RAV4 하이브리드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2종 저공해차 혜택을 받는다.
③안전성 비교(*IIHS 충돌테스트 결과 기준)




패밀리 SUV를 찾는 고객은 튼튼한 안전 설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위 네 가지 차종은 모두 ‘합격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충돌테스트 기관인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테스트 결과를 살펴봤다. 네 차종 모두 스몰 오버랩(25% 부분충돌, 운전석 및 동승석), 40% 옵셋 테스트, 측면 충돌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최고점인 ‘Good’ 등급을 받았다. 다만, CR-V와 티구안은 ‘가장 안전한 차’에만 부여하는 ‘탑 세이프티 픽+’ 등급이며, 스포티지와 RAV4는 ‘탑 세이프티 픽’ 등급을 받았다.
④가격 비교(*2WD 풀 옵션 기준)

마지막 네 번째는 가격 비교. 형평성을 위해 티구안은 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스포티지는 시그니처 그래비티 풀 옵션 모델로 비교했다(모두 2WD 기준).




우선 CR-V는 4,190만 원 단일 트림으로 나온다. 특히 안전사양 보강이 눈에 띈다. 가령, 2열 측면 에어백 및 앞좌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총 10 에어백 시스템을 갖췄다. 동급에서 에어백 개수가 가장 많다. 또한, ‘혼다 센싱’도 업데이트를 치렀다. 전방 카메라의 시야각을 확장하고, 레이더 센서는 120°까지 인식 범위를 키웠다. 이를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외에, 혼잡 통행 상황에서 안전한 주행을 돕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와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기능도 눈에 띈다.
다만, 가격도 올랐다. 이전 세대 CR-V 1.5 가솔린 터보 2WD의 가격은 3,850만 원으로, 신형이 340만 원 더 비싸다.

기아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어떨까? 1.6 가솔린 터보 모델의 최고트림인 시그니처 그래비티의 가격은 3,400만 원이다. 여기에 퀼팅가죽 스웨이드 시트(35만 원), 모니터링 팩(70만 원), 크렐 프리미엄 오디오(60만 원), 파노라마 선루프(110만 원) 등 빌트인캠과 사륜구동을 제외한 모든 옵션을 더하면 3,653만 원이다. CR-V와 가격 차이는 약 530만 원.
그런데 하이브리드끼리 비교하면 얘기가 다르다. 같은 트림 기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276만 원까지 올라간다. 이 경우 토요타 RAV4와 비교할 수 있는데, RAV4 하이브리드 2WD의 가격은 4,380만 원이다.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약 100만 원. 과거 CR-V와 RAV4 같은 수입 C-세그먼트 SUV가 크기는 작지만 가격 때문에 싼타페 등 상위 모델과 경쟁했다면, 이젠 국산 동급 모델과 큰 차이 없는 가격으로 승부한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4,390만 원(프리미엄)과 4,790만 원(프레스티지) 두 가지로 나눈다. 시작가격은 RAV4와 비슷하지만, 상위 트림의 가격은 한층 비싸다.

정리하면, 혼다 CR-V는 유일하게 4.7m 넘는 차체와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의 저렴한 자동차세 및 3종 저공해차 혜택,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앞세웠다. 기아 스포티지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휠베이스와 CR-V보다 높은 토크 및 복합연비를 갖췄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디젤과 LPG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성도 장점이다. 토요타 RAV4는 북미 승용차 판매 1위라는 타이틀, 그리고 검증 받은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앞세워 뛰어난 경제성을 어필한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넷 중 가장 작은 체격과 디젤 엔진을 갖췄지만, 크기가 한층 넉넉하고 2.0L 가솔린 터보 엔진 갖춘 올스페이스 모델을 별도로 마련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과연, 올해 국내외 C-세그먼트 SUV 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움켜쥘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