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일본 이어 이란도 첫 승…베일의 웨일스에 2-0 극장승

기사내용 요약
'VAR 취소+골대 두 번' 불운 딛고 후반 추가시간에 두 골

잉글랜드전 대패 충격 벗어나 16강 불씨 살려

'베일 침묵+골키퍼 퇴장' 웨일스는 16강 탈락 위기

[알라이얀(카타르)=뉴시스]안경남 기자 = 자국 내 반정부 시위 논란 속 이란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웨일스에 극장승을 거두고 아시아 국가 중 세 번째로 월드컵 첫 승을 거뒀다.

이란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몰아넣으면 2-0 승리했다.

지난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 2-6으로 패한 이란은 이날 웨일스를 누르고 첫 승을 신고하며 16강 불씨를 살렸다.

1승1패(승점 3 골득실 -2)가 된 이란은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잉글랜드(승점3 골득실 +4)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다. 웨일스(승점 1 골득실 -2)는 조 최하위로 내려갔다.

이란은 29일 예정된 미국(승점 1 골득실 0)과 최종전에서 16강을 노린다.

이날 경기장엔 수만 명의 이란 팬들이 열띤 응원전에 나서 이란 대표팀의 극적인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란 대표팀은 경기 초반 득점 불운에 시달렸다.

전반 16분 알리 골리자데(스포르팅 샤를루아)가 웨일스 골문을 열었지만, 반자동 비디오판독(VAR)에 의해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무산됐다.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이 패스할 때 골리자데의 어깨가 오프사이드 라인에 걸쳤다.

후반에는 골대가 이란의 득점을 가로막았다. 후반 7분 역습 찬스에서 아즈문의 오른발 슛이 웨일스 골대를 강타했다.

이어진 공격 기회에선 골리자데의 왼발 슛도 반대편 골대를 때렸고, 아즈문이 몸을 날려 헤더를 시도했지만 웨일스 골키퍼 품에 안겼다.

웨일스는 슈퍼스타 가레스 베일(로스앤젤레스 FC)을 앞세워 가끔 이란 골문을 두드렸지만, 전체적으로 이란의 압박에 고전했다.

베일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제대로 된 슈팅 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이란은 후반 39분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포르투)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페널티박스 밖으로 뛰쳐나온 웨인 헤네시(노팅엄) 골키퍼와 충돌해 쓰러졌다.

처음에 경고를 줬던 주심은 VAR을 통해 카드 색깔을 레드카드로 바꿨다.

후반 막판 수적 우위를 점한 이란은 총공세에 나섰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닫혀 있던 웨일스의 골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추가 시간 8분 이란 수비수 루즈베 체시미(에스테그랄)이 페널티박스 외곽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어 3분 뒤엔 라민 레자에이안(세파한)이 추가골을 터트며 웨일스를 침몰시켰다.

이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이란 대표팀 선수단은 그라운드에 뛰쳐 나와 얼싸안았다. 반면 웨일스의 베일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이란 대표팀은 최근 자국 내 반정부 시위로 월드컵에 집중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올해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일부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연대 의사를 보이며,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침묵시위'를 했다.

잉글랜드전이 열린 경기장 관중석엔 여성 인원 개선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이날도 선발로 나선 일부 선수들은 국가 연주 중에 침묵했다.

하지만 이날 극적인 승리로 분위기를 바꾸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에 이어 아시아 축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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