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버행 리스크를 막기 위해 기존 투자자들의 보호예수기간(락업) 해제 시점에는 사업 계획이나 임상 중간 결과 등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달 코스닥에 상장한 알지노믹스의 이성욱 대표는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잠재적 매도 물량, 이른바 오버행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근 코스닥과 코스피를 통틀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의무보유확약을 이끌어낸 알지노믹스조차도 상장 3개월 이후에는 유통 가능 물량이 79% 이상으로 확대된다. 락업 기간 동안은 안정적이지만 해제 시점을 기점으로 언제든 매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이미 ‘그 다음’을 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의 초반 성적표는 화려하다. 큐리오시스와 이노테크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배까지 오르는 ‘따따블’을 기록했고, 노타는 3배, 씨엠티엑스는 2배 이상 상승했다. 세나테크놀로지, 그린광학, 비츠로넥스텍 등도 상장 직후 강세를 보이며 데뷔전을 치렀다. 상장 초기 오버행 우려가 제한된 가운데 유통 물량이 적고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전형적인 구조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의 IPO 제도 개편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7월 시행된 제도 개편에 따라 의무보유확약을 약속한 기관투자가는 공모주 배정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이 비율이 4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기관의 장기 보유를 유도해 상장 직후 시장에 쏟아지는 매물을 줄이고, 개인투자자 보호와 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제도 시행 이후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상장 초기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따상’과 ‘따따상’ 사례가 늘었고 공모주 투자 심리도 눈에 띄게 회복됐다.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줄어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체감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같은 의무보유확약 확대가 언제까지나 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시간이다. 통상 1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설정되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호예수기간(락업)이 종료되는 시점에는 그동안 억눌렸던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거래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락업 해제 물량과 의무보유확약이 종료된 물량이 집중될 경우 주가에는 오히려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적 투자자(FI)와 벤처캐피탈(VC)의 입장에서도 셈법은 복잡하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구간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펀드 만기와 락업 해제 시점이 맞물릴 경우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회수를 미루자니 펀드 만기가 다가오고, 매도에 나서자니 주가 방어가 쉽지 않다. 의무보유확약 확대가 오히려 ‘회수 시점을 뒤로 미루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의무보유 확대와 함께 상장 이후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지노믹스 사례처럼 보호예수 해제 시점에 맞춰 사업 진행 상황, 임상 중간 결과, 중장기 성장 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으면 오버행 우려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매물을 묶어두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IPO 제도 개편은 분명 상장 초기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다만 오버행 리스크를 ‘뒤로 미뤄놓는 효과’에 그칠지, 아니면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장기적인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로 안착할지는 상장 이후 기업의 실적과 소통, 그리고 FI들의 책임 있는 회수 전략에 달려 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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