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노트] 북적인 테슬라, 한산한 현대차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 쇼핑몰 내 테슬라 매장은 차량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실제 주문을 위한 고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자리 잡은 현대차와 제네시스 전시 공간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대한민국 자동차 구매의 기준이 전기차와 테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 같은 흐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1일(일요일) 직접 스타필드 하남 쇼핑몰 현장을 찾았다. 지난 1월 30일부터 국내 주요 테슬라 전시장에 배치되기 시작한 모델3 스탠다드와 가격 인하로 주목받고 있는 모델Y 프리미엄 사양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날 일반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매장 앞에 줄을 서봤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연령층은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어린아이들은 테슬라 모델Y 뒤쪽에 깊숙하게 파인 트렁크 공간에 흥미를 보였고 차량 주변 테이블 3곳에서는 주문 시 인도 가능 시기와 거주지별 보조금 현황을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평균 10분이 넘는 대기 시간을 거친 고객들은 실내에 탑승한 뒤 디스플레이 곳곳을 눌러보며 차량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갔다. 상대적으로 좁은 테슬라 스타필드 하남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일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 쇼핑몰 내 테슬라 매장에 배치된 모델3 스탠다드 운전석 탑승을 위해 대기중인 일반 고객들/사진=조재환 기자

테슬라에 대한 이 같은 고객 반응은 가성비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82㎞를 주행할 수 있는 모델3 스탠다드는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서울 기준 실구매가가 300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간다. 여기에 기존 5299만원이었던 모델Y 프리미엄 후륜구동(RWD) 사양의 가격이 4999만원으로 인하되면서, 하루라도 빨리 차량을 인도받으려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성향은 2025년 국내 전기차 판매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5년 수입차 판매 1위는 테슬라 모델Y로, 총 5만405대가 판매됐다. 2위인 벤츠 E클래스(2만8388대)와 큰 격차를 보였으며 현대차 아이오닉5의 연간 판매량(1만4211대)과 비교해도 약 3.5배 많다.

현대차는 스타필드 하남에서 아이오닉6 N을, 제네시스는 GV60 마그마 특별 전시 공간을 꾸렸다. 테슬라와 달리 고성능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워 자체 기술력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해당 공간은 테슬라 매장에 비해 한산했다. 차량이 신기하거나 디자인이 눈에 띄어 방문한 경우는 있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질 만한 소비자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테슬라 차량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은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1월 말부터 전기차 저금리 금융 프로모션을 내세웠다. 기아는 실구매가를 3400만원대까지 낮출 수 있는 EV5 스탠다드 판매도 시작했다. 전기차 시장 환경 변화와 소비자 구매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프로모션 전략이 테슬라를 따라잡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편의 및 안전사양에서 느껴지는 소비자 체감 차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판매 중인 현대차·기아 전기차 가운데 테슬라와 경쟁할 만한 주행보조(ADAS) 기술은 제한적이다.

물론 중국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3·Y의 경우 완전자율주행(FSD)이 완전히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국내 법규가 완화될 경우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기능 등을 추가하며 편의성을 높였지만 고속도로주행보조(HDA)를 뛰어넘는 차별화된 사양은 아직 국내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현대차와 테슬라 간 기술 격차가 본격적으로 좁혀질 시점은 2028년 이후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아트리아AI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험용 페이스카를 올해 생산하고, 해당 기술의 양산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테슬라 대비 약 2년가량 늦은 행보다. 이 시기에는 테슬라가 FSD 기반 로보택시 운송 서비스 확대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때부터 현대차와 테슬라 간 휴머노이드 로봇 싸움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매장이 모여 있는 스타필드 하남 쇼핑몰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현장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더 이상 테슬라의 그늘에 가리지 않고 전기차 산업을 이끌기 위해서 하루빨리 새로운 개념의 대중형 전기차를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차는 이 지적에 대한 답으로 ‘아이오닉3’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2025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2025에서 아이오닉3 콘셉트 모델 ‘쓰리(Three)’를 공개하며 “차별화된 소형 전기차를 통해 아이오닉 라인업을 소형 차급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대는 유럽 시장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해당 차량을 유럽 전략형 전기차로 정했기 때문이다. 더 새로운 전기차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곧바로 테슬라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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