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머니플로] 현대차, 완성차 수직계열이 만들어낸 ‘60조 내부거래’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간 거래 규모가 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국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내부거래 1위다. 겉으로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캡티브 물량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엔진, 변속기, 부품, 물류가 한몸처럼 움직인 수직계열 매출 사슬에 가깝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금액은 59조9000억원이다. 2015년(30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계열사 간 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0%에서 20.5%로 소폭 증가했다. 금액은 크게 불어났지만 모그룹 매출도 함께 커지면서 비중이 가파르게 치솟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전체 대기업집단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공시집단 평균 내부거래 비율이 12%대에 머무는 반면 현대차는 2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비중만 보면 92개 집단 중 8위이며 10대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SK·포스코에 이어 3위다.

/자료=공정위

내부거래 56%, 부품·엔진·변속기 거래

현대차 내부거래액이 많은 것은 완성차 제조 업체라는 특성 때문으로 부품을 비롯해 엔진, 변속기, 소재(철강) 생태계를 수직계열화한 데 따른 것이다. 전동화·자율주행으로 부품 구조가 더 복잡해지는 상황에서는 그룹 내 조달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감 몰아주기'라기보다는 공급망 안정성과 품질관리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내부거래의 대부분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3사가 차지한다. 이들의 내부거래 금액 합계는 33조8315억원으로 그룹 전체(59조9000억원)의 약 56%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현대차·기아·현대글로비스·현대커머셜 등 완성차 제조·물류·금융 계열사 간 거래가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별로 보면 현대모비스의 내부거래 금액이 22조2754억원이다. 모듈·섀시·전동화부품을 현대차·기아에 공급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60.9%이며 주거래 대상은 △현대차(12조1000억원) △기아(8조9000억원) △현대글로비스(9000억원) 등이다.

현대위아와 현대트랜시스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더 높다. 현대위아는 엔진과 압연강 부품을 생산하며 내부거래 비중은 84.2%다. 현대트랜시스는 변속기·시트·전동화부품을 담당하며 매출의 68.6%가 그룹 내부에서 발생한다. 사업의 특성상 외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료=공정위

내부서 바깥으로…과제는 비계열사 매출 키우기

현대차그룹의 내부거래는 일감 몰아주기라기보다 자동차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정위의 시각에서는 여전히 규제 레이더 안에 있다. 시장 진입자가 거의 없고 계열사들이 안주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내부거래 상위 계열사들 가운데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곳은 없다. 공정위가 파악한 총수일가 지분율 상위 계열사는 △서림개발 △서울PMC △현대엔터프라이즈 △현대머티리얼 △현대커머셜 등 5개사다.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이익 비중이 크지 않은 곳들로 총수일가 회사가 내부거래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모그룹의 상표권 사용 수익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브랜드 사용 대가로 받은 상표권료는 521억원으로 △LG(3545억원) △SK(3109억원) △한화(1796억원)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외부 매출 확대다. 이미 국내 자동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부품·모듈 계열사가 그룹 내부 물량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국내 완성차 시장을 독점한 만큼 공정위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수직계열 구조를 유지하면서 신사업 비중을 늘리고 비계열사 부품을 수주하는 것이 규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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