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하 초읽기… 개미들, 채권투자 막판 스퍼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인하 시사 발언 전후로 채권투자 열기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이 학수고대해온 금리인하가 확실시되자 투자를 망설이던 이들까지 채권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재차 고개를 드는 경기침체 우려에 연준의 '빅컷'(0.5%p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도 채권투자에는 호재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인하폭이 클수록 더 많은 수익이 난다. 이미 채권 가격에 금리인하 영향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음에도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엔화 헤지 투자전략은 시들
가장 주목받는 채권은 역시 미국 장기채다. 미국이라는 안정성에 장기채의 높은 수익성이 더해져 투자자 선호도가 높다. 전산 전문회사 코스콤의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9월 4일 기준) 자금 유입이 많았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목록에는 미국 장기채 상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TIGER 미국 30년 국채 프리미엄 액티브(H)' 1202억 원, 'KODEX 미국 30년 국채+12% 프리미엄(합성 H)' 788억 원, 'ACE 미국 30년 국채 액티브(H)' 738억 원 등이었다(표 참조). 매수세는 주로 개인이 이끌었다. 이 기간 개인은 TIGER 미국 30년 국채 프리미엄 액티브(H)를 722억 원(60% 비중), KODEX 미국 30년 국채+12% 프리미엄(합성 H)을 469억 원(60%)어치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미국 장기채 ETF도 담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는 'ISHARES 20년 이상 미국 국채(TLT)'를 5169만 달러(약 690억4000만 원)어치 사들였다.
앞서 '채권 개미'가 자주 구사하던 엔화 헤지 미국 장기채 투자전략은 인기가 시들해진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를 대거 사들였다. 원화 대비 가치가 낮은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한 뒤, 금리인하기에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과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환차익을 모두 얻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다 지난달 일본 기준금리가 0.25%로 인상돼 엔화 강세가 나타났고, 현재는 대부분 차익 실현에 나선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5일~9월 4일 한 달간 국내 투자자는 'ISHARES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를 8604만 달러(약 1150억 원) 순매도했다.
"빅컷 하면 신흥국 투자 위험"
금리인하가 목전으로 다가오자 신흥국으로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면 투자금은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시기 신흥국은 미국보다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기 때문에 채권투자 매력도도 높다. 가장 각광받고 있는 시장은 인도다. 9월 4일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인도 관련 국내 7개 ETF 상품에는 자금 5621억 원이 유입됐다. 인도 증시는 6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이 결정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대다수 상품의 3개월 수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그 밖에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 신흥국 채권투자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폭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신흥국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일반적으로 금리인하기에는 신흥국 투자 선호도가 높아진다"면서도 "이번에 연준이 0.5%p 금리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 경기침체가 현실화했다는 뜻인데, 신흥국은 글로벌 불황에 따른 충격을 더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홍 대표는 "내수 규모가 작은 신흥국은 경기침체기 때 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폭을 보고 신흥국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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