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재명과 조국의 소모적 전쟁

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 2024. 10. 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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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연합뉴스


국정감사 시즌이 도래했다. 올해 국정감사 화두는 단연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다. 명태균, 도이치모터스, 디올백, 관저 부실감사 등 온통 여사 문제들로 여론이 끓고 있다. 시중 여론은 가을 국회에서 이 문제가 정리되기를 원한다.

국감을 준비하는 일은 국회의원들에게 한해 농사인 가을 추수를 하는 이치와 같다. 국정감사가 없다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은 '조자룡의 헌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국정감사는 헌법이 보장한다. 헌법 61조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서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핵심 기관 증인을 채택하고 거짓을 하면 위증으로 처벌할 근거가 전부 법률로 정해져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증인은 '사실'을 얘기할 의무가 있다. 증언 요구에 응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국감 대상도 끝이 없다. 의회의 입법작용 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 개인의 사생활이나 종교 문제가 아닌한 모두가 국정감사 대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시절 국감을 "의정활동의 꽃"이라며 국감에 목숨을 걸도록 의원들을 몰아붙였다. 1980년 후반과 1990년대 국회의원들 방은 불야성을 이뤘다. DJ는 국감 성적을 평가하겠다고, 그 성과를 다음 총선의 공천 기준으로 삼겠다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그 당시 국감을 통해 '스타 의원'들이 배출됐다. 그들은 밤샘노력 끝에 국민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국회 본회의. 윤창원 기자


국감을 불과 10여일 앞둔 22대 국회의 국감 준비상황은 어떨까. 특히 야당은 어떨까. 한마디로 실망스럽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시선은 국정감사가 아니라 전부 '10.16 보궐선거'에 쏠려 있는 지경이다. 10.16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가 야당과 국민사이에 너무 크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야당을 지지하거나 정부·여당의 오만한 국정을 감시해주기를 원하는 국민들은 보궐선거에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 전남 영광과 곡성, 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군 주민들에게 중요한 선거임은 틀림 없다.

10.16 보궐선거는 야당간 경쟁으로 쓸데없이 판이 커졌다. 누가 보궐선거에서 이긴다고 게임의룰이 변할 것이 없다. 국민들은 이미 '4.10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중간심판했다. 그런데 6개월 뒤에 열리는 선거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주민의 복지실현을 위한 선거이면 족하다.

보궐선거를 소모적 야당경쟁으로 체급을 지나치게 키운 것은 조국 대표의 정치적 실책이다. 비례로만 구성된 조국혁신당 입장에서 보궐선거의 의미를 무조건 깍아내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정당은 정권 획득이 당연한 목표이므로 어느 지역이든, 무슨 선거이든 경쟁하고 이기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조 대표 입장에서 전남 지역선거의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미니 보선도 아니고 전국에서 지역 네군데에 불과한 초미니 선거를 전국선거처럼 끌어올린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윤창원 기자


보궐선거를 과열로 끌어올린 것은 일차적으로 조국 대표의 '영광 한달살기'에서 기인한다. 일찍이 조국 대표는 "3년은 너무 길다"며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쇄빙선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야당간 과열 경쟁을 촉발하는 것이 무슨 쇄빙선 역할인지 묻고 싶다. 이재명 대표의 대응 또한 소모적이다. 초미니 보궐선거가 "장남먼저, 삼남먼저…"라고 농담처럼 옥신각신하더니 어느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자존심 싸움판으로까지 커지고 말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상당수가 이 조그만 선거에 몰빵을 하다시피하고 있다. 그사이 2023년 가을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영부인 국정감사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가.

의원들은 너무 바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견제하기 위해 감사 공부를 밤세워 해도 모자랄판인데도 그들은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다. 좀체 앉아서 공부할 틈이 없다고 한다. 유튜버와 언론은 윤 정부의 실정에 대해 수많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을 보유한 현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 연합뉴스


감사원이 2년 가까이 조사하고 발표한 '21그램의 관저공사' 감사 결과는 부실덩어리 그 자체다. 부실 감사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왜곡·조작 감사라는 의심까지 갖게 한다. 국가의 중추 '워치견(dog)'이어야 할 감사원이 썩어 문드러져 있고, 검찰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인데, 공부에 전념해야 할 의원님들은 오늘도 동원되고 있다. 국민들은 보궐선거 보다 대통령 가족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DJ라면 무엇을 했을까, 법사위와 행안위,운영위,국토위의 의원들을 한데 모아 '총력TF'를 띄웠을 것이다. 여사 사건은 이 모든 상임위에 걸쳐있다. 특정 상임위의 단독 의원 활약만으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야당이 자원의 총량을 합심으로 동원해도 방탄 감사원과 방탄 검찰의 은폐와 조작을 들춰내기에 모자랄 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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