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랜드로버도 오프로드에서 접고 가죠! 렉서스 LX700h

[인제=M포스트 구기성 기자] 한국토요타자동차가 렉서스 플래그십 SUV '디 올 뉴 LX700h'를 출시했다. LX는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Effortless and Refined on Any Road)'라는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환경을 여유있게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LX는 4세대로, '오프로드에서도 즐길 수 있는 렉서스'인 만큼 험로 주행을 포함한 시승회가 마련됐다.

LX의 외관은 '품격 있는 세련미(Dignified Sophistication)'라는 디자인 테마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1세대부터 이어지던 오프로드 성능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전면부는 렉서스를 상징하는 대형 스핀들 그릴이 시선을 모은다. 프레임 없이 입체적이면서 매끄러운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헤드램프는 화살촉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을로 디자인 정체성을 완성했다.

측면은 높게 솟아오른 보닛 라인과 두텁게 휠하우스를 감싸는 펜더 라인, 루프에서 뒷유리로 좁아지는 쿼터 필러, 안정감이 느껴지는 넓은 D필러를 통해 강인한 SUV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SUV이지만 클래딩까지 페인트로 마감해 럭셔리 SUV의 특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면부는 렉서스 SUV 패밀리룩을 계승한 일자형 리어 라이트를 장착해 멀리서도 렉서스임을 알 수 있다.

실내는 '프레임 온 보디(Body-on-Frame)' 구조 답게 SUV 중에서도 높은 시야를 제공한다. 전방에 두툼하게 솟아오른 보닛의 볼륨은 어디든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엿보인다. 2단 구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상부를 넓게 처리해 시원스러운 개방감이 느껴진다. 하부는 운전자를 감싸는 형태로 안락한 분위기를 돋군다. 스티어링 휠은 거대한 차체에 비해 작지만 잡아 돌리기 편하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상단에 AVN을, 하단에 공조 및 구동 시스템을 표시해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며 조작할 수 있다.

좌석은 세미 아닐린 가죽을 씌워 오프로드 주행이나 장거리 이동 시에도 편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1열은 승객의 신장에 관계없이 착좌감을 향상한 헤드레스트 디자인과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 '리프레시 시트'를 내장해 편안한 주행 경험을 지원한다.

뒷좌석은 트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독립식 좌석의 4인승 VIP는 의전용에 걸맞게 대형 헤드레스트와 리프레시 시트 기능을 넣어 편안함을 강조한다. 흔히 '회장석'이라 불리는 동반석 뒷자리는 오토만 기능을 내장해 리클라이닝 시,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전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무중력 자세(Gravity-free)' 구현이 가능하다. 동반석을 앞으로 밀고 풋레스트까지 내리면 비즈니스 클래스 버금가는 좌석이 만들어진다. 플래그십 세단보다 시트 포지션이 많이 높아 조금은 낯설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나쁘지 않다.

5인승 오버트레일과 7인승 럭셔리의 2열 좌석은 평범한 3인승이다. 성인이 탑승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그러나 센터 터널이 솟아 올라 두 명 탑승을 추천한다. 7인승의 3열은 비좁은 느낌이 없지 않다. 많은 3열 SUV가 그렇듯 좌석을 다 폈을 때의 적재공간은 거의 없다.

편의사양은 25개 스피커 마크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이 돋보인다. 소리로 샤워하는 듯한 느낌으로 몰입감 넘치는 음향을 선사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렉서스 커넥트',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앞좌석 통풍 및 열선,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의 기능도 다 챙겼다.

동력계는 V6 3.5ℓ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이 사이에 클러치를 넣은 모터 제너레이터(MG)로 이뤄진 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 단독 또는 모터 단독 주행을 자동 제어한다. 시스템은 최고출력 464마력, 최대토크 66.3㎏·m를 낼 수 있다. 2.8t이 넘는 거구를 매끄럽게 밀고 나가기에 모자르지 않다.

고속 중심의 온로드 시승에선 모터만 구동하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나긋하게 전해지는 엔진음과 출력이 기분 좋게 차를 밀어낸다. 10단 자동변속기는 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2~3단 정도 건너뛰어 변속하는 기질도 발휘한다. 연비는 7.4~7.6㎞/ℓ 범위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물론, 태생적 한계도 존재한다. 바람을 맞받는 면적이 크다보니 100㎞/h쯤에서도 풍절음이 조금씩 들려온다. 프레임 위에 얹은 차체, 큰 덩치 탓에 롤링은 완전히 잡아내지 못했다. 북미 성향이 짙은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단점보다는 특성이라 판단해도 괜찮을 것 같다.

렉서스의 국내 첫 오프로드 시승은 랜드로버, 지프 등 정통 SUV 브랜드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코스에서 진행됐다. 일본 본사 직원의 입김을 더해 난이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사실 LX는 렉서스의 기반 브랜드인 토요타가 오프로드에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노하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하이브리드 분야 선두 주자로도 활약하는 만큼 '어디든 갈 수 있는 전동화' 기술도 예외없이 들어갔다. 일반 하이브리드에 없는 얼터네이터와 스타터를 장착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방수 대책이 반영된 고전압 배터리 덕분에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700㎜의 도하 성능도 갖췄다.

​ LX는 전통적으로 보디 온 프레임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2,850㎜의 휠베이스는 황금비율로 통한다. 험로 주파력과 거주성이란 각기 다른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기 때문이다. 휠베이스가 길면 공간은 늘어나지만, 험로에서 차체 중심부가 지면에 닿을 수 있어 오프로드 성능은 떨어진다. 체격은 진입각 22.6도, 탈출각 21.7도, 등판각 45도, 측경사각 44도에 이른다. 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Active Height Control Suspension)으로 지상고를 높이면 진입각은 27.4도, 이탈각은 26.3도까지 커진다.

AHCS는 주행 환경에 따라 지상고를 자동 또는 수동으로 조절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향상시킨다. 에어 서스펜션보다 내구성이 높은 유압식을 채택해 험로 주행 시 서스펜션이 파손되더라도 제 지상고를 유지하며 무사 복귀를 돕는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daptive Variable Suspension)은 액추에이터의 밸브 구조를 최적화해 거친 노면에서도 감쇠력을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다.

구동계는 디퍼렌셜 락(Differential Lock) 기능을 준비해 험로에서도 최적의 구동력을 지원한다.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오버트레일 트림의 경우 저마찰 지면에서 구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센터 디퍼렌셜 락(Center Differential Lock)에 프론트 및 리어 디퍼렌셜 락(Front & Rear Differential Lock)을 추가했다. 덕분에 눅눅한 경사로도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트랜스퍼 레인지 셀렉트(Transfer Range Select)는 트랜스퍼 케이스 기어를 저단과 고단으로 바꿀 수 있으며 멀티 터레인 셀렉트(Multi Terrain Select)는 락, 머드를 포함한 여섯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모드에 따라 가속 페달 감각이 차이를 보이는 점이 돋보였다.

오프로드의 전반적인 주행에선 크롤 컨트롤(Crawl Control)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페달 조작 없이 초저속을 유지해주는 시스템으로, 5단계로 속도를 나눠 섬세한 주행이 가능하다. 바퀴만한 돌들이 깔린 돌들을 넘어갈 때에도 꼼꼼하게 가감속을 제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험로 주파 시 활용 가능한 크루즈 컨트롤인 셈이다. 내리막 저속 유지 장치도 빠지지 않았다.

높은 차체 강성도 돋보인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깊게 패인 모굴 코스에서도 차체 뒤틀림 없이 안정적으로 주행해 믿음이 갔다. 도어를 여닫는 것도 문제 없었다.

LX700h는 렉서스 라인업 중 가장 크고 무겁다. 그리고 자연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체격도 좋지만 엔지니어링 측면에서도 정통 SUV만이 지향하는 여러 강점을 지니고 있어 순정 상태로도 험로를 우아하게 극복할 수 있는 매력을 뽐낸다. 렉서스가 '어디를 가더라도 무사히 복귀할 수 있는 차'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알아채는 데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격은 4인승 VIP 1억9,457만원, 5인승 오버트레일 1억6,587만원, 7인승 럭셔리 1억6,79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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