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자동차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쏘나타'나 '그랜저'를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정답은, 그보다 훨씬 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비운의 SUV 명가 쌍용(현 KGM)의 '코란도(Korando)'입니다.
코란도는, 모기업이 무려 4번이나 망하고 주인이 바뀌는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도, 이름 그 자체로 살아남아 '대한민국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 차'의 정체: '코란도', 한국인은 할 수 있다
코란도의 이름에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예언이라도 한 듯,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를 줄인 말이죠. 1983년, '거화'라는 회사에서 처음 이 이름을 사용한 이래, 코란도는 대한민국 SUV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소름 돋는' 생존기: 주인이 4번 바뀌는 동안에도

코란도의 역사는, 곧 한국 자동차 산업의 비극적인 인수합병의 역사입니다.
거화 → 동아자동차: 1984년, 코란도를 만들던 '거화'가 '동아자동차'에 인수됩니다.
동아자동차 → 쌍용그룹: 1988년, '동아자동차'가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쌍용 코란도'의 시대가 열립니다.
쌍용그룹 → 대우그룹: 1998년, 외환위기 속에서 쌍용그룹이 해체되고, 쌍용차는 '대우그룹'에 인수됩니다.
대우그룹 해체 → 상하이자동차 → 마힌드라 → KG그룹: 이후, 모기업인 대우마저 무너지면서, 쌍용차는 중국의 상하이자동차, 인도의 마힌드라를 거쳐, 마침내 지금의 KG그룹에 인수되기까지, 그야말로 주인이 없는 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코란도를 만들던 회사는 수없이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코란도'라는 이름만큼은 그 어떤 새 주인도 감히 없애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정통 SUV'라는, 그 이름이 가진 상징성과 가치가 너무나도 막강했기 때문이죠.
진화: '군용 지프'에서 '도시의 SUV'로

코란도는, 이름만 유지한 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해 왔습니다. 군용 지프처럼 투박하고 불편했지만 강인했던 '1세대',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음의 상징'이 되었던 '뉴 코란도', 그리고 이제는 가족을 위한 편안한 '도심형 SUV'로 거듭난 현재의 코란도까지.
쏘나타나 그랜저가 '성공의 역사'를 상징한다면, 코란도는 숱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의 역사'를 상징합니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그 이름처럼, 코란도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가장 질긴 생명력을 가진, 진정한 '살아있는 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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