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 글래스 5대 브랜드와 한국의 과제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박지민 36Kr KOREA 대표 2026. 4. 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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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기업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IT, 모바일 전시회인 CES와 MWC에서 스마트 글래스를 잇달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스마트 글래스가 더 이상 보여주기식 신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시선과 음성, 위치 정보, 촬영, 번역, 검색, 결제, 쇼핑을 한데 묶는 차세대 개인 단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IDC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XR(확장 현실)시장 출하는 전년 대비 44.4% 늘었고, 메타의 점유율은 72.2%였다. 같은 조사에서 샤오미, 엑스리얼, 레이네오가 뒤를 이었다. 중국 시장 안에서도 스마트 글래스는 빠르게 대중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36Kr는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 글래스 출하가 406만5000대였고, 중국 시장 출하가 100만 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2026년 춘제 기간 중국 내 AI 안경 판매가 최대 80% 늘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스마트 글래스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비교해야 할 브랜드는 화웨이(华为), 샤오미(小米), 레이네오(雷鸟创新), 로키드(灵伴科技), 엑스리얼(太若科技)이다. 이 다섯 브랜드는 모두 AI와 안경을 결합하고 있지만, 실제 강점은 뚜렷하게 갈린다. 화웨이는 운영체제와 기기 연동, 샤오미는 가격과 판매망, 레이네오는 광학과 독립형 AR(증강 현실), 로키드는 생활형 AI 기능과 착용성, 엑스리얼은 글로벌 AR 시장 지배력과 광학 완성도에서 존재감이 크다. 36Kr는 중국 스마트 글래스의 핵심 선도군으로 샤오미, 레이네오, 로키드, 엑스리얼을 꼽았고, 화웨이는 2026년 들어 가장 강하게 존재감을 키운 대형 신규 진입자로 평가받고 있다.

화웨이는 다섯 브랜드 가운데 가장 종합형에 가깝다. 최근 공개한 하모니OS(HarmonyOS) AI 안경은 1200만 화소 카메라, 0.7초 고속 촬영, 42개 언어 동시통역, 30~31g 수준의 경량 설계를 내세웠고 시작 가격은 345달러(약 50만9000원) 수준이다. 핵심은 하드웨어 사양 자체보다 운영체제와 서비스 연결성이다. 화웨이는 안경을 단순 액세서리가 아니라 하모니OS 기반의 음성 비서, 촬영, 통화, 번역, 결제와 이어지는 입구로 설계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가 기능 하나를 강조할 때, 화웨이는 안경을 자사 모바일 생태계의 연장선으로 본다는 점에서 전략이 다르다. 

샤오미는 가격 경쟁력과 리테일에서 가장 강하다. 샤오미 AI 안경은 40g 무게, 1200만 화소 카메라, 1인칭 촬영,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개방형 오디오, 전기변색 렌즈 옵션을 갖췄고 시작 가격은 약 275달러다. 더 중요한 것은 유통 구조다. 샤오미는 공식 온라인몰, 샤오미 홈, 자동차 앱 등 자사 채널을 통해 제품을 빠르게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 36Kr이 샤오미를 높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의 절대 성능만 놓고 보면 더 앞선 제품이 있을 수 있지만, 대중 소비자가 실제로 접하고 구매하게 만드는 구조에서는 샤오미가 가장 앞서 있다. 화웨이가 운영체제 중심이라면, 샤오미는 가격과 유통 중심의 대중형 전략에 가깝다. 

레이네오는 광학과 독립형 AR 완성도에서 가장 공학적인 방향을 택한 브랜드다. 대표 제품인 X3 프로는 스냅드래곤 AR1, 풀컬러 마이크로 LED, 최대 6000니트 밝기, 76g 무게, 실시간 번역, 내비게이션, 일정 관리, 독자 운영 환경을 내세우며 가격은 1299달러다. 레이네오는 단순히 카메라가 달린 AI 안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화면이 떠 있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AR 안경을 지향한다. 따라서 가격도 높고 대중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광학·디스플레이·독립 실행 능력까지 포함한 기술 깊이에서는 중국 업체 중 가장 선명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엑스리얼은 글로벌 AR 시장에서 입지가 가장 뚜렷한 중국 브랜드다. 엑스리얼 원 프로는 자체 공간컴퓨팅 칩, 57도 시야각, 소니 마이크로 OLED, 120Hz 화면, 전자식 차광 기능을 앞세우고 공식 가격은 599달러다. 36Kr에 따르면 엑스리얼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글로벌 AR 안경 시장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025년 점유율은 27%였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XR의 첫 유선 XR 안경 카테고리로 엑스리얼의 프로젝트 아우라를 공개했다. 대중형 AI 기능 경쟁에서는 샤오미나 로키드만큼 소란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AR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은 오히려 더 분명하다. 

로키드는 다섯 브랜드 가운데 가장 생활형에 가깝다. 로키드 AI 안경 스타일은 38.5g 초경량 설계, 1200만 화소 카메라, 내장 AI 비서, 처방 렌즈 지원,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하며 시작 가격은 299달러다. 로키드는 "매일 쓰는 안경"에 더 가까운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레이네오처럼 복잡한 AR 화면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번역·촬영·회의 기록·음성 질의처럼 자주 쓰는 기능을 가볍게 담아냈다. 36Kr이 로키드를 주요 선도군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기술 과시보다 실제 사용 장면에 맞춘 제품 설계와 판매 확장 속도에 있다. 

이 다섯 브랜드를 기술, 제품, 디자인, 운영체제, 생태계, 광학, 리테일, 기능, 시장 위치, 가격 경쟁력으로 나눠 보면 구조가 더 또렷해진다. 운영체제와 서비스 연동은 화웨이가 가장 강하고, 가격 경쟁력과 대중 판매망은 샤오미가 앞선다. 광학과 독립형 AR 완성도는 레이네오와 엑스리얼이 강하다. 디자인과 착용성, 생활형 기능의 균형은 로키드가 상대적으로 낫다. 공개된 시장 수치로 보면 전체 XR 기준 점유율은 메타가 압도적이지만, 중국 진영 안에서는 샤오미가 대중 확산의 중심에 있고, 엑스리얼과 레이네오는 AR 전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화웨이는 이제 막 본격 진입했지만 운영체제와 서비스 결합 능력 때문에 가장 빠르게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다. 다시 말해 중국 스마트 글래스 경쟁은 누가 더 좋은 안경을 만드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사용 장면을 먼저 자기 서비스와 연결하느냐의 싸움이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CES와 MWC에서 스마트 글래스를 반복해서 선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회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안경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올라갈 서비스와 네트워크다. 36Kr는 MWC 2026을 정리하면서 AI 단말이 "종의 폭발"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阿里巴巴)는 MWC에서 큐원 글래스를 공개하며 음성 상호작용, 실시간 번역, 이미지 인식, AI 작업 수행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 제품이 결제, 지도, 쇼핑 등 자사 서비스와 깊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 빅테크가 노리는 것은 안경 판매가 아니라, 안경을 통해 사용자의 검색·결제·이동·쇼핑·광고 노출을 자사 서비스 안에 묶는 것이다. 스마트폰 이후의 다음 진입점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이 산업은 앞으로 매우 넓은 분야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소비자 AI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통역, 검색, 촬영, 요약, 길찾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자상거래와 핀테크다. 사용자가 눈앞에서 본 상품을 바로 인식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결제하는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셋째는 모빌리티와 지도 산업이다. 보행 안내, 실시간 내비게이션, 차량 서비스 호출이 시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지도 플랫폼의 역할도 달라진다. 넷째는 제조, 물류, 유지보수 같은 산업 현장이다. 작업자가 양손을 자유롭게 둔 채 매뉴얼, 번역, 원격 지원, 점검 기록을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의료, 교육, 접근성 분야다. 청각 보조형 자막, 시각 정보 보조, 현장 학습, 원격 협업이 모두 가능해진다. 결국 스마트 글래스는 하나의 완제품 산업이 아니라 반도체, 광학, 디스플레이, 배터리, 대형언어모델, 지도, 결제, 유통을 묶는 복합 산업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메타가 이 시장에 사실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DC 집계에서 메타는 2025년 XR 시장의 72.2%를 차지했고, SCMP는 오므디아 자료를 인용해 메타가 2025년 AI 안경 시장에서 85%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래스는 누적 판매 200만 대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에실로룩소티카의 실적과 수익성 논의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사업 비중이 커졌다. 여기에 구글은 워비파커,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XR 안경을 준비 중이며, 케어링은 2027년 구찌 브랜드의 구글 스마트 글래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의 핵심은 기술기업 혼자 제품을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 AI와 안경 브랜드, 패션, 유통망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을까. 아직 중국이나 메타처럼 대중 소비자용 스마트 글래스를 본격적으로 판매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흐름에서 비켜나 있는 것도 아니다. 구글은 젠틀몬스터와의 협업을 공식 발표했고, 삼성과 함께 헤드셋을 넘어 안경으로 안드로이드 XR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도 갤럭시 XR을 공개하면서 이것이 장기 XR 여정의 첫 단계이며, 앞으로 AI 안경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강점은 완제품 판매 실적보다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패션 브랜드를 함께 갖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젠틀몬스터처럼 글로벌 감도를 가진 아이웨어 브랜드가 있다는 점은 미국이나 중국과 다른 한국만의 강점이다. 반면 약점도 분명하다. 아직은 "누구를 위한 어떤 안경인가"가 선명하지 않다. 한국이 기회를 잡으려면 범용 제품을 서두르기보다 산업 현장용 번역·점검, 의료·교육, 패션 협업형 소비자 제품처럼 먼저 시장이 열릴 수 있는 장면부터 선점해야 한다.

중국 스마트 글래스 경쟁은 이미 하드웨어만의 싸움을 넘어섰다. 화웨이는 운영체제와 기기 연동, 샤오미는 가격과 유통, 레이네오는 광학과 독립형 AR, 엑스리얼은 글로벌 AR 시장 지배력, 로키드는 생활형 AI 기능으로 각자의 길을 밀고 있다. CES와 MWC에서 중국 기업들이 안경을 계속 내세우는 이유도 결국 같다. 안경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 앞에 가장 먼저 자기 서비스를 올려놓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글래스는 이제 주변기기가 아니라 플랫폼 경쟁의 다음 무대다. 그리고 그 무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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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대표는 한·중 산업·기술과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전문가다. 36Kr, BEYOND EXPO, HIRED CHINA, DRAPER DRAGON, Zhejiang Saichuang Weilai Venture Capital Investment Management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식회사 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한국경영학회 산업계 상임이사로 학계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시아 최대 로펌 잉커로펌(YINGKE LAW FIRM) 한국 파트너로 활동하며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중국 국유 철강 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 Sinosteel Corporation)과 중관촌 창업 생태계 핵심 기관인 중국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창업 플랫폼 이노웨이(INNOWAY)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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