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검게 그을린 대한민국 해군 문희우(27) 여군 중위가 SSU 팔각모를 쓴 모습이 TV화면에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1990년대 개봉한 미국 네이비실의 여성 도전기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배우 데미 무어가 삭발 투혼을 보이며 열연한 영화. ‘지아이제인’은 최악의 고통을 선사한다는 악명 높은 양성 과정을 견뎌내고 미국 최초의 여성 네이비실의 탄생을 그린다. 데미 무어 주연의 실제 같은 영화는 해상(Sea), 공중(Air), 육지(Land)를 전장으로 하는 ‘SEAL’을 배경으로 한다.
문중위가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로 일궈낸 건 74년이라는 금녀(禁女)의 바다를 뚫은 해군 최초의 여성 심해 잠수사라는 타이틀이다. 영화 같은 현실은 SSU에서 벌어졌다.
‘SSU'(해군 해난구조전대, Ship Salvage&rescue Unit)는 부대 명칭에서 드러나듯 해양 재난 및 사고 현장에서의 활동을 주 임무로 하는 해군의 최정예 부대다.
대부분의 부대가 전쟁을 대비해 훈련하는 부대라면 SSU는 전시와 평시가 구분되지 않는 독특한 부대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온갖 해난사고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각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한 사고현장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투입된다.
군사작전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상황과 조건을 가리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물살을 해치는 모습을 우리는 봐왔다.

‘해난(海難)’은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보다는, 늘 거칠고 차가우며, 제대로 보이지 않는 최악의 기상 상황에서 발발하곤 한다. 이러한 곳이 작전 현장이어야 하는 SSU로서는 목욕탕의 냉탕과는 견줄 수 없는 차가운 겨울 바다라도, 빛이 확보되지 않는 칠흑 같은 수중에서, 짓누르는 수십톤의 수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생명 구조만을 위해 잠수한다.
이들의 잠수 능력은 국내를 넘어 이미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1998년 남해에 침몰한 북한의 반잠수정을 수심 147m 깊이에서 인양한 기록은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다. 당시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던 미 해군의 기록은 98m였다. 우리의 SSU가 숨겨뒀던 능력을 드러냈을 때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잠수 능력 뿐만 아니라 장비 운용 능력도 수준급이다. 이들이 운용하는 다양한 장비 중 ‘심해잠수구조정(DSRV)’은 심해의 표적을 탐색해 수중에서 결합하고 조난당한 승조원을 구조할 때 활용되는데, 2000년부터 실시되는 해외 연합훈련인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에서 매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를 모토로 SSU는 항상 훈련하고, 단련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이 가고자 하는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를 감히 미뤄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전우와 국민의 ‘생명’임을 알기에 문희우 중위를 비롯해 오늘도 바다에서 임무 중인 SSU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