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개요
2월 9일 오전 11시 4분경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현리 신하교 인근 하천에서 육군 15항공단 예하 대대 소속 AH-1S 코브라 공격헬기 1대가 비상절차훈련 도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헬기에 탑승한 50대 정조종사와 30대 부조종사는 모두 준위 계급으로,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육군은 사고 다음 날인 10일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 선행심사를 개최해 두 조종사에 대해 순직을 결정했으며, 1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육군장으로 장례를 엄수했다. 사고 당시 날씨는 쾌청했으며, 기체 결함이나 조종 미숙 등 정확한 원인은 군 당국이 블랙박스와 비행기록장치를 분석하며 조사 중이다.

민가 피해 막으려 한 조종사
추락 지점은 하천 정중앙으로, 인근에는 다수의 민가와 LPG 충전소, 공장 등이 밀집해 있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지역 주민들은 조종사가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천으로 기체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근 거주 주민 A씨는 "헬기가 민가 쪽으로 떨어졌다면 인명피해가 컸을 것"이라며 "조종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고군분투해서 민간인 피해가 없는 쪽으로 헬기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하천 가운데로 떨어진 걸 보면 조종사가 주민 피해를 의식해 일부러 추락 지점을 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CCTV 영상에는 헬기가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며 회전하다 하천에 추락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으며, 주민들은 "자동차처럼 완전히 찌그러진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35년 된 노후 기종
사고 기체는 1991년 도입된 AH-1S 코브라로, 운용 기간이 무려 35년에 달하는 노후 공격헬기다. 한국은 1970년대 AH-1J 계열 코브라를 처음 도입한 뒤 1988년부터 1991년까지 성능 개량형 AH-1S 60여 대를 추가 도입해 운용해왔다.
그러나 오랜 운용 기간 동안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실제로 비행 가능한 기체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며,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노후 헬기의 비상착륙 건수가 전년 대비 8배 급증했다는 경고가 제기된 바 있다. 육군은 사고 직후 전체 AH-1S 코브라 헬기의 운항을 전면 중지하고 긴급 안전점검에 돌입했으며, 점검 완료 전까지 비행 재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 전력 '미르온' 전력화 현황
코브라와 500MD를 대체할 국산 소형무장헬기 LAH-1 '미르온'은 2024년 12월 1호기가 육군에 처음 인도됐다. 현재 10여 대가 육군항공학교에서 조종사 양성 및 교육용으로 운용 중이며, 2031년까지 매년 20여 대씩 총 160여 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당초 군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코브라를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계획이었으나 LAH 사업 지연으로 일정이 밀렸고, 현재는 2028년부터 퇴역을 시작해 2031년까지 완전 도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향후 약 5년간 노후 코브라와 신형 미르온의 병행 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 기간 동안 노후 기체의 안전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미르온은 최대 속도 324km/h, 항속거리 450km로 코브라보다 성능이 향상됐으며, 천검 공대지미사일과 스팅어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해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반복되는 노후 무기 사고
노후 무기로 인해 군 장병이 목숨을 잃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는 1980년대 도입된 노후 전투기 KF-5E가 경북 칠곡에서 비행 도중 추락해 심정민 소령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심정민 소령은 전투기가 민가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 탈출을 스스로 포기하고 야산으로 기체를 유도해 민간인 피해를 방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코브라 헬기 사고에서도 조종사들이 민가를 피해 하천으로 추락 지점을 유도한 정황이 주민 증언을 통해 확인되면서, 노후 무기 운용의 위험성과 조종사들의 희생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노후 무기는 언제든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신속한 교체와 충분한 국방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군사적 함의와 과제
AH-1S 코브라는 TOW 대전차미사일, 70mm 로켓포드, 20mm 개틀링 기관포 등을 탑재한 공격헬기로, 한반도 전방 지역 대기갑 작전과 근접항공지원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돼왔다.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미르온 전력화 일정의 차질 없는 이행이 필수적이며, 병행 운용 기간 중에는 노후 기체에 대한 정비·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비행시간 제한 등 안전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 이번 사고는 국방예산 배분 구조와 노후 무기 교체 우선순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으며, 장병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