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다둥이네 <1> “돌봄·다자녀 실효성 있는 지원을” 영도 오남매 맞벌이부모 소망

조성우 기자 2024. 9. 2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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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과 인구 유출로 지역 소멸이 현실화한 가운데 부산은 전국 광역시 중 첫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충격을 안겼다. 국제신문은 지역사회 곳곳의 다자녀 가족을 만나 정부와 지자체 정책의 문제점을 살피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 3남 2녀 둔 장하용·김정아 씨
- “방과후수업 부족, 특단 대책을
- 넷째부턴 교육지원금 못 받아
- 아이 낳기 좋은 정책 환경 필요”

장하용 김정아 박사와 다섯 자녀(대한 성한 진한 군, 유리 시아 양)가 26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 자택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26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단독주택 현관은 어른과 어린이의 운동화와 구두 7켤레에, 슬리퍼까지 놓인 나머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문을 열자 “엄마, 셋째 오빠야 언제 와?”라는 앳띤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세탁소에서나 볼 법한 빨랫감을 정리하는 아빠와 엄마는 “둘째 오빠나, 언니한테 물어보라”고 막내를 달랬다. 전국에서 보기 드문 5남매와 이들의 부모인 부산연구원 소속 장하용 공학박사, 국립한국해양대 강사인 김정아 경영학박사가 오손도손 생활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국제신문의 신년 기획시리즈인 <영도, 먼저온 부산의 미래>의 ‘문 닫는 학교, 불안한 통학로’ 편에도 소개된 가족이다.

1년 9개월 새 다섯 자녀들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넷째 유라(2016년생) 양과 막내 시아(2018년생) 양은 각각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 첫째 대한(2009년생) 군과 둘째 성한(2011년생) 군, 셋째 진한(2013년생) 군이 부모님과 동생을 ‘경호’하듯 선 채 취재진을 반겼다. 장 박사 내외는 “여전히 정신이 없다. 짬이 없어서 청소도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 부부는 처음부터 오남매를 가질 계획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셋째까지 연달아 아들을 낳고 우리에게 딸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행운처럼 넷째가 딸로 찾아와 오남매까지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남매 양육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들은 영도구의 한국해양대학교에서 만나 결혼까지 이어졌으며, 모두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학업 기간은 그만큼 길었다. 특히 김 박사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이다. 그는 “오남매를 양육하면서 일을 하긴 어려워 잠시 경력이 끊겼다”며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서부터 박사 학위를 마치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지적을 하지만 방과후수업 등 돌봄 지원으로는 부족하다. 워킹맘들이 학원을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게 아니다. 학원이 아니면 퇴근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다”며 “근무시간을 조정하든, 돌봄 지원을 한층 더 강화하든 정말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7명의 ‘대군’이 생활하다보니 경제적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장실에 걸어둔 두루마리 휴지는 이틀이면 동난다. 식재료 등은 모두 대용량으로 구입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빨랫감과 식기에 들어가는 세제량도 만만치 않다. 장 박사는 “항상 ‘우리는 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식재료를 구입한다”며 “고기는 한번에 3㎏씩 구매하는데 2, 3번이면 다 먹는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학원비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장 박사 내외는 “이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남매의 끈끈함과 가정의 화목을 강조했다. 실제로 장남 대한 군은 네 명의 동생 중 1명만 집에 없어도 허전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들 부부는 “남매끼리 서로 배우는 점도 많아 아이가 많을수록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 학교나 학원에서 적응도 잘 하는 것 같다”며 “다자녀 가정을 경제적으로 섣불리 추천할 순 없으나 아이들로 인해 얻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 문제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 박사는 “최근 부산시의 교육지원금을 받았는데 자녀가 2명일 땐 30만 원, 3명일 땐 50만 원이더라. 그런데 4명이든 5명이든 3명까지만 지원을 한다”며 “단순히 지원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다. 자녀 수에 맞는 정책을 정부와 부산시가 반드시 입안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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