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분당도 멈췄다…꼬인 ‘통합재건축’

박순원 2026. 4. 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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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분당 양지마을 위치도. 양지마을 재건축은 기존 6개 단지 4392가구를 헐고 6839가구로 재건축하는 대형 사업이다. 그러나 단지별 이해관계가 위치·평형에 따라 달라 갈등이 심화되고,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DB]


윤석열 정부의 ‘용적률 500%’ 공약으로 시작된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 모델이 곳곳에서 삐걱이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출발한 재건축 모델이었지만, 단지별 이해관계 충돌이 격화하며 사업 추진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허위 정보까지 유포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1기 신도시 통합재건축 중 사업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분당 양지마을조차 사업이 정상 추진되기 어려워졌다.

◇ “선도지구도 멈췄다”…양지마을 재건축 ‘안갯속’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분당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은 단지별 갈등이 격해지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양지마을 재건축은 한양·금호·청구 등 총 6개 단지를 하나로 묶어 기존 4392가구를 헐고 최고 37층, 6839가구로 재건축하는 대형 사업이다. 개별 단지 단위로는 사업성이 부족해 재건축에 나서기 쉽지 않았지만, 용적률 완화 혜택을 통해 사업 추진에 물꼬를 튼 1기신도시 통합재건축 대표 사례로 꼽힌다.

불협화음은 입지에 따라 매매 호가가 수억원 이상 다른데서 시작됐다. 단지별로 △한양연합(한양1·2단지, 603동) △금호·청구연합(금호1·3단지, 601·602동, 청구2단지) △상가연합으로 나뉘어 대립 중이다.

◇ 통합 vs 독립…정산 방식 정면 충돌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갈등의 핵심은 수익 정산 방식이다. 통합재건축은 정산 방식에 따라 단지·평형별 수익이 크게 달라진다.

양지마을 4392가구 중 대형 평형 소유주들은 독립정산을 선호하고 있다. 독립정산은 단지별로 개발이익과 비용을 따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독립정산 요구는 양지마을 3·5단지 금호한양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 단지 소유주들은 다른 단지 소유주들보다 대지지분이 많다.

다만 독립정산은 추후 불공정 문제가 제기되면 관리처분 허가가 무효가 될 수 있다. 관리처분이 무효가 되면 재건축은 최소 3년 이상 지연되는 리스크에 빠진다.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통합정산 방식을 택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제자리냐, 이동이냐”

입지에 따른 이해관계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수인분당선 수내역과 가까운 단지일수록 기존 위치를 유지하는 ‘제자리 재건축’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역에서 먼 단지는 통합 분양을 통해 재건축 후 더 나은 위치로 이동하기를 원하고 있다.

양지마을 6개 단지 4392가구 중 80%는 제자리 재건축을 지지하지만, 비역세권인 양지 3·5단지 금호한양(814가구) 소유주는 90% 이상이 통합 분양을 원하고 있다.

통합재건축 단지 안에서 ‘현 위치 유지’와 ‘위치 재배치’라는 상반된 요구가 충돌하면서 갈등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소유주들 간 계층화된 자산 격차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년간 보유했던 양지1단지 금호아파트의 경우 최고 평형 가구의 매매 실거래가가 30억원을 넘는 등 분당에서도 고가 아파트로 손꼽히는 곳이다. 반면 양지5단지 한양은 소형 평형으로 이뤄져 상대적으로 매매 가격이 낮다.

◇ 미검증 정보 확산…불 붙은 갈등에 ‘기름’

검증되지 않은 정보까지 확산하며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양지마을 소유주들은 현재 ‘주민대표단’과 ‘준비위원회’로도 나뉘어 대립 중이다.

주민대표단은 양지 3·5단지 금호한양, 추진위원단은 양지 2단지 청구아파트를 주축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주민대표단은 최근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시행 위탁을 맡은 한국토지신탁과의 업무협약 해지를 선언했다. 투표자 중 75%가 이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업무협약 해지를 위해선 전체 소유주 중 과반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주민대표단이 시행한 투표에는 약 30% 소유주가 참여해 성원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준비위원회는 이를 이유로 한국토지신탁과의 업무협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양지 한양 소형 소유주들이 독립정산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점도 향후 갈등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정산 방식은 대지지분이 넓은 가구에 유리한데, 5단지 한양아파트는 1430가구 중 1000여가구가 전용면적 48㎡(18평) 이하 소형 평형으로 이뤄져 있다.

재건축 사업성만 따지자면 소형 평형 소유주들에겐 통합정산 방식이 유리하다. 한양아파트 재건축 여론을 주도하는 측이 독립정산을 선호해 이해관계와 엇갈린 선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1기신도시 통합재건축 중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양지마을조차 이런 갈등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면 통합재건축도 주택공급 저해의 숨은 복병”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산·평촌에서도 유사한 마찰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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