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 제품이 놀이문화로, 소비자와 다이소의 이인삼각

출처 : 아성다이소

설문조사 응답자의 약 97% 이상이 가장 많이 방문한 균일가 생활용품점으로 다이소를 꼽았다. (2019년 실시한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설문조사. 출처 : 디지털 조선일보) 향후 재방문 의향이 있는 기업도 다이소가 5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많은 생활용품점 중 다이소를 찾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찾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적은 돈으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가 본질을 꿰뚫는 이유다. 쉽게 말해 가성비와 다양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생활용품점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다이소에는 하루 1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고, 하루 평균 500만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국민 가게'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균일가 생활용품점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고객의 85%가 재구매할 정도로 상품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을까. 그동안 언론과 방송에 공개하지 않았던 다이소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도서<천 원을 경영하라>. 도서의 일부 내용을 시리즈로 요약했으니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브랜드의 변혁에 주목해보자.

제품은 우리가, 재미는 누가?

한 30대 여성이 다이소 장난감 판매대를 돌며 애타게 무언가를 찾는다. 이것의 정체는 바로 '미니 세탁기 장난감'. '딸? 혹은 조카를 위한 선물인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순전히 본인을 위한 제품을 찾고 있다. 가로 10cm가 조금 넘는 작은 사이즈의 미니 세탁기로 소주와 맥주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기 위해서다.

출처 : 아성다이소

다이소가 개발한 미니 세탁기는 '움직이는 가전 놀이 시리즈' 중 하나로, 통돌이 세탁기처럼 물을 넣으면 빙빙 돌아간다. 세탁기의 디테일한 요소까지 파악해 물이 빠지는 배수관 기능까지 더해 구현한 장난감이다. 아이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기발한 장난감이 어쩌다 어른들의 폭탄주 제조템으로 거듭난 것일까?

고객들은 제품의 기획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제품 본질의 기능에 집중했다. 고객들이 새로운 '놀이 문화'를 창조해낸 것이다. 소비가 새로운 놀이 문화로 승화하는 순간 이 장난감은 단순 놀이감의 의미를 넘어서게 된다. 미니 세탁기의 돌돌이 기능을 활용해 폭탄주를 만들거나 액체 괴물을 제조했고, 나아가 화장품 브러쉬를 세척하는 기능으로 사용하며 개개인의 용도에 맞춰 사용을 넘어 활용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미니 세탁기를 중심으로 한 이색 활용법이 번지자 너도나도 3,000원짜리 장난감을 사러 근처 다이소로 향했고, 얼마 못 가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또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 다이소 약통을 물감 팔레트로 활용하면서 다이소 약통이 인기 상품으로 올라섰고, 주방용품으로 반죽을 자르기 위한 다용도 스텐 끌칼이 메이크업 팔레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출처 : 한소희 SNS

이뿐만이 아니다. 몇 달 전, 배우 한소희 씨가 생일파티 때 착용한 분홍색 보석이 박힌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는 MZ세대 사이에서 금방 화제템으로 자리 잡으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 대란을 통해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연예인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고객들이 다이소 제품으로 즐기던 놀이문화가 연예인이라는 주체로 넘어갈 뿐이었는데, 오히려 그 주체의 영향력에 힘입어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이다. SNS에서는 '제품 정보를 모른다면 고가의 액세서리로 착각하겠다'는 등 해당 제품은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은 물론 기사로까지 퍼져나갔다.

출처 : 아성다이소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다이소의 고객들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개발자인 우리도 감히 생각지 못한 기능을 스스로 발견해 품절 사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박정부 회장(다이소 창업주)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연의 기능을 재해석·재창조함으로써 각자에게 필요한 제품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이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이어져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입소문을 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활용에는 나이와 성별 구분이 없다. 가정주부부터 알파 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이소에서 파는 제품을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활용한다. 이는 곧 다이소를 '생활과 문화를 파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만들며 브랜드 이미지를 견고히 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집 회사 근처엔 있지만 TV엔 없어요

다이소의 TV 광고를 보신 적이 있나요? 잘 나가면 너나 할 것 없이 SNS나 TV를 통해 광고를 게재하는데, 이상하게 다이소는 광고를 일절 하지 않는다. 특히 많은 유통 플랫폼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뜨는 인플루언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소는 이를 경계한다. 제품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 광고비를 들이기보다는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데 투자하겠다는 것이 다이소가 고수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출처 : 아성다이소

"우리는 매장이 곧 광고" 다이소 창업주 박정부 회장의 말이다. 박정부 회장은 광고나 홍보에 집중하기보다 다이소의 핵심인 상품과 매장에 집중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은 곧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는 1,000원과 2,000원 제품 제작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1,000원짜리는 언제나 1,000원이고, 2,000원짜리는 언제나 2,000원이다. 1년 내내 똑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오로지 상품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 때문에 경쟁업체가 내놓는 상품을 압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의 기준에 도전한다. 경쟁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다. 거기에서 살아남은 상품만이 곧 경쟁력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천 원을 경영하라> 중에서

광고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과감히 포기하고 제품 개발과 매장 운영에 투자했던 다이소의 정공법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재방문 고객이 늘고, 상품을 사용한 사람의 입소문으로 재구매가 일어났다. 이런 사소한 물결이 모여 매출 3조라는 엄청난 파도를 몰고 오기도 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다이소가 또 어떤 제품으로 매장을 문화 공유의 장으로 만들지 궁금해진다.

자료 썸앤파커스
제작 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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