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과 퍼포먼스 융합…변형에 주목
2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을 잘 활용해 그로부터 파생하는 생성, 소멸, 증발, 확장, 변형, 상실 등을 탐색해 퍼포머같은 느낌의 형상을 연출한다. 마치 그 형상은 문인화같기도 하고, 추상화 같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현재 인류가 위험에 처해진 문제들을 표현한다.
바닥에 펼쳐놓은 넓다란 기단 위에 응고된 액체를 흩뿌리며 바르고, 용암처럼 흘러내리게 하며 두툼하게 하는가 하면, 검은 액체 가운데 투명 통을 세워두거나 응고된 검은 무언가를 기단 끝쪽에 세워둬 멀리서 보면 숯덩이가 세워진 듯하다. 영락없는 문인화 한 작품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를 액체 풍경화가로 부를 법하다. 가까이에 가서 대면해야 무슨 화학 약품같은 것으로 피폐해진 현대문명을 표현했을 인지할 수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무 탄산 리튬 라텍스 왁스 아스팔트 타르 플라스틱 등 대략 20여 가지 정도의 재료들을 혼합해 만든 결과물인 것이다. 사실 작가는 조각, 설치, 사운드아트, 퍼포먼스, 가수 등 예술의 전 영역에 걸쳐져 있을 만큼 광범위한 활동이력을 보여왔다.
미술인들은 액체를 사용해 유동적인 풍경화를 연출하는 예술가로 유동과 변형의 과정을 탐구한다는 반응이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존재하는 모든 재료들에 대한 편견이 없는 듯하다. 다채로운 물성의 본질 자체를 해체해 작가적 상상력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흰색과 검정색의 대비가 더더욱 한폭의 문인화를 바닥에 펼쳐놓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전시형태 역시 지금 작품처럼 바닥에 까는 등 정형적인 면보다는 비정형적 설치로 선보이는 경우가 많은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 위에 음성이나 촉각 등 오감을 입혀낸다. 액체를 액체에 머물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짙게 받았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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