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될까 싶은 전동킥보드 벤처, 우후죽순 생기는 까닭은? [책&생각]

한겨레 2023. 3. 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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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전동킥보드는 세계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의 전제는 이렇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 책은 "디지털 활동에 있어서 로봇이 언젠가 인간보다 더 깊은 생태 발자국을 남기게 될까?" 하는 질문까지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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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 듯한 디지털 서비스 뒤에
케이블·데이터센터 등 물리적 실체
우리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데
과연 지구는 견뎌낼 수 있을까?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경찰들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단속 및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l 갈라파고스 l 1만8500원

2017년 이후 전동킥보드는 세계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실용적이면서 재미있는 놀이기구 같은 특성을 지닌 전동킥보드 대여는 견고성이 함량 미달이며 기구의 수명도 짧아 이익이 되는 장사는 아닌데 전동킥보드 벤처사업은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이 대여 서비스가 유혹적인 투자처가 되는 이유에 대해,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는 이런 주장을 전한다. “사용자들의 이동 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업체들은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이루어진다. 이 책은 말한다. 데이터는 기업에게 전략적 자산이요, 검은 황금이라고. 당신의 디지털 지문은 항상 수집된다. 타깃별 마케팅 전략 전개가 가능해지도록. 기업들은 모든 것을,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거나 다 축적한다. 데이터를 생산해낸다는 이유로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인터넷 과다 소비로 연결된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양의 데이터 비축을 합리화하려는 논리에 내재된 잠재된 위험은, 막대한 전기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탄 없이는 셀카도 없다.”

디지털 산업의 배후에는 수많은 물질들이 있고, 이는 거대한 생태 발자국을 남긴다. 정보들을 집적하는 데이터센터의 모습. 픽사베이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피디인 기욤 피트롱의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는 디지털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기업간 패권 다툼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다룬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기욤 피트롱. 갈라파고스 제공

이 책의 전제는 이렇다. 우리의 아주 작은 행동까지도 집요하게 디지털 정보로 변환되다 보니, 실재 세계에서 시도하는 모든 것이 가상 세계에 고스란히 복제되고 있다. ‘좋아요’를 보내거나 틱톡에서 동영상 한 편을 저장하는 것처럼 손으로는 만져볼 수 없는 행위들을 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이 세운 것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거대한 규모일 것으로 여겨지는 엄청난 하부구조를 설치하고 가동시켜야 한다. 흔히 인터넷이라고 통칭하지만, 그것은 통신망의 모든 것(케이블부터 와이파이 접속단자까지)은 물론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사물인터넷이 서로 통신 가능하도록 해주는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른다. 물과 에너지 소비량, 광물 자원 고갈에의 기여 등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산업이라는 분야는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생태발자국을 발생시킨다. 340억개의 디지털 장비들이 주요 원인이다.

전세계에 매장되어 있는 해저케이블. 갈라파고스 제공

우리는 디지털 산업이 언제나 성능과 즉각성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하지만, 분명 우리의 조바심, 인내심 결핍이 빚어내는 지형이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깨끗하고 간소한 인터넷을 위해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동들도 있다. 집을 나서면서 셋톱박스를 끈다든가, 데이터를 쓰는 대신 와이파이로 동영상을 본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 책은 “디지털 활동에 있어서 로봇이 언젠가 인간보다 더 깊은 생태 발자국을 남기게 될까?” 하는 질문까지 밀어붙인다. “적절한 지침이 없다면, 인공지능은 환경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제기된다. 제일 도출해내기 어려운 합의는 아마도 미래에 기술과의 관계에서 인간이 차지하게 될 입지가 될 것이다. 디지털은 실제로는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며, 그런 이유로 이 기술은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마하트마 간디의 강력한 한마디다. “여러분 자신이 이 세계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변화가 되십시오.”

이다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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