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생산·불수산...임신 막달 '왕비의 비법'은?
[최수지의 여성을 위한 한의학]
'달생산'·'불수산'으로 순산 도와...걷기와 삼음교 지압도 효과
필자는 종종 보건소에서 주최하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건강 강좌를 진행하는데, 건강한 임신과 출산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폭풍 질문을 받곤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순산 한약으로도 불리는 ‘달생산’과 ‘불수산’을 먹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초산모는 대다수 분만에 대한 공포을 가지고 있다. 하루 종일 고생해도 결국 자연분만을 못하고 제왕절개했다는 주변의 얘기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런 이유로 진통을 오래 겪지 않을 수 있는 순산을 도와주는 한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많이 솔깃해지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초산모는 출산 경험이 있는 경산모보다 분만 시간이 길다. 초산모의 분만 시간이 평균 14시간이라면, 경산모는 8.5시간에 불과하다. 경산모의 경우에는 골반 내부 조직과 골반 뼈를 연결하는 인대가 늘어져 있고, 한 번 열렸던 자궁 경부가 더 빨리 쉽게 열리기 때문이다.
반면, 초산모는 과거 겪어 보지 못 한 산통에 놀라 진통이 시작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힘을 다 써버리기 십상이다. 정작 힘을 써야 할 때는 힘이 빠져 힘을 못쓰는 것이다.
초산이든 경산이든 고생없이 건강하고 수월하게 아이를 분만하면 가장 좋다는 것은 여성이라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분만 시간이 길고 진통으로 고생한 산모의 경우 적절한 산후 조리를 하지 않으면, 심한 산후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에서도 분만시간은 짧을 수록 좋다.
막달 임산부를 진료할 때면 예정일 1달전부터 복용할 달생산(達生散), 불수산(佛手散)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사실 이들 약들은 과거부터 순산에 도움이 되는 약으로 사용됐다.
달생산은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20여 첩을 복용하면 아기를 수월하게 낳을 수 있고 무병하게 살 수 있다고 전해지는 약이다. 체액 순환을 돕고 기력을 올려 주는 한약재로 사용해 산모가 수월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개념의 약이다.
실제 국내 연구진이 효능 검증을 위해 정상분만 예정인 임신 38주 초산모에게 달생산을 2주간 투여한 결과 유의미한 분만시간 단축이라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달생산은 보통 출산 2주전쯤 처방해 약을 먹기 시작하도록 하는데, 필자의 진료 경험으로 보면 달생산을 먹고 출산한 산모들은 후에 산후 보약을 지으러 와서 "태지(胎脂)없이 아이가 깨끗하게 잘 나왔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태지는 태아의 몸 표면을 싸고 있는 회백색의 지방과 같은 물질을 말한다.
불수산은 부처님의 손이라는 뜻이다. 부처님(佛)이 손(手)으로 밀어주듯이 수월하게 아이를 낳게 한다는 처방이다. 불수산은 예전부터 출산을 위해 준비 개념의 약으로 쓰였다. 부인이 아기 낳을 달이 되면 불수산 약재를 잘 보이는 곳에 매달아 놓았다가 산통이 심해지면 약을 약탕기에 달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수산은 당귀와 천궁으로 이뤄지는데, 자궁 평활근의 수축력을 강화시켜 출산 당일 자궁문 열리는 것을 도와준다. 허약한 산모의 경우에는 녹용을 추가해 기력을 보강, 힘을 써야 할 때 힘을 못쓰는 것을 예방했다.
불수산은 출산 예정일 전 미리 소량 처방해 가진통이 시작되거나 양수가 터진 후에 바로 2~3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명성황후가 불수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경혈을 이용해 순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았다.
순산을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으로 혈자리로 삼음교를 꼽을 수 있다. 난산일 때 이곳에 침을 놓으면 분만 시간을 줄이고 자연 분만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난산할 경우 진통 및 자궁수축 효과를 줘서 분만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분만이 다가오는 막달 산모는 평소 걷기 운동과 함께 삼음교를 지압해주면 좋다.
왕비의 비법, 부처님의 손(불수산)과 남편 손을 빌려 건강하고 무탈한 분만을 준비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