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765] <익스트림 페스티벌> (Extreme Festival,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는, '1,129개의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국가, 지자체 주체·주관, 문체부 지정 문화관광축제 등만 집계)
모든 축제가 잘 되면 좋겠지만, 최근 몇몇 축제에서 이슈가 된 '바가지 논란'을 비롯한 각종 불안 요소가 축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중에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아니면 '세금을 활용한 예산'은 얼마나 사용됐는지(문체부 문화광장에 있는 해당 정보에는 주요 축제의 책정 예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에 '의문점'을 부여할 수 있는 축제도 있을 것이다.
지금 소개할 블랙코미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K-지역축제의 민낯을 어쩌면 적나라하게 내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가상의 지역인 충남 망진군을 배경으로, 축제 대행 스타트업 '질투는 나의 힘'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대표 '혜수'(김재화)는 축제 개최 하루를 앞두고 군청 관계자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군수 '팽길탄'(문희경)의 지시로, '제31회 정종 문화제'가 '제2회 연산군 문화제'('1회'는 언제 했는지도 모른다)로 변경된 것.
사람들이 태조의 이름이 이성계인 것은 알아도, 태종의 이름이 이방원인 것 역시 알아도, 정종의 이름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연산군이 망진군 근처까지 내려와 사냥했기 때문에,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변경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심지어 군수는 지역 극단의 연극 내용까지 바꿔버린다.
'코로나19'가 종식됐음을 선언하는 의미의 내용을 담아, 역적 바이러스를 처단한다는 것.
여기에 행위 예술가인 군수의 아들을 메인 무대에 올려, 특별 초청한 도지사 앞에서 선보이겠다는 이유로 연극의 순서는 뒷전으로 밀려버리고 만다.
이에 극단원들은 화가 단단히 나버리고,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다.
이 문제 하나만으로 해결하기도 벅찬데, '혜수'는 베스트셀러 책 한 권으로 연명하고 있는 사내 이사 '상민'(조민재)이 축제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곤란하게 만든다.
뒤늦게 나타난 '상민'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던 초대 가수 일정까지 펑크내면서, 수습 불가의 사고를 치고 만다.
'상민'의 부탁으로 글을 쓰겠다고 회사를 나가버린 퇴직자 '래오'(박강섭)까지 나타나면서, '혜수'는 머리가 아프다.
'혜수'는 어떻게든 인력 보강을 위해서 망진을 떠나 서울 상경이 목표인 '은채'(장세림)를 임시직으로 고용한다.
'은채'는 요즘 힙하다는 성수동에 회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혜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자기 PR을 하고, 축제를 위한 무리수까지 둔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어떻게든 축제를 해내야 하는 '질투는 나의 힘'의 고군분투가 잘 새겨진 작품이다.
적은 예산의 독립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예산에서 지역 축제를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대역 죄인 고문 체험, 사약 빨리 먹기 대회, 망진 노래자랑 등 재기발랄한 프로그램은 작품 속 캐릭터들이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들을 유발하면서 작품에 재미를 준다.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정종 문화제'로 프린팅된 스태프들의 티셔츠 위에 연산군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주전자에서 구멍이 생겨 막걸리가 줄줄 새는 부분은, 망가져 버린 축제의 다이나믹한 모습을 생생히 담을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영화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2021년)를 통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정치 소재를 블랙 코미디 장르로 재치 있게 풀어낸 김홍기 감독(당시 공동 각본 집필)의 장편 데뷔작이다.
무작정 관객을 웃기려 드는 영화가 아닌, 관객의 현실 공감을 끌어내는 웃음이 이번에도 통한 것.
특히 단편부터 차근차근 연기 내공을 쌓아오면서, 영화 <모가디슈>(2021년)의 한국 대사관 사무원 '조수진', <연애 빠진 로맨스>(2021년)의 악덕 '편집장', 드라마 <클리닝 업>(2022년)의 용역 미화원 '맹수자', 심지어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액셔니스타' 소속으로 활약했던 김재화의 매력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렇게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현재 일부 지방축제와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지점을 풍자하며, 동시에 어떻게든 축제를 마무리하려는 직원들의 의지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독립영화가 됐다.
만약, 독립영화들이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면, 이 작품으로 깨보는 것은 어떨까?
2023/06/01 메가박스 코엑스
- 감독
- 김홍기
- 출연
- 김재화, 조민재, 박강섭, 장세림
- 평점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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