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 보고 마음의 응어리 풀렸으면"
JW메리어트 제주에 미술관
"이곳을 찾은 대중이 (내 작품을 보고) 마음속 응어리진 것이 풀려 치유가 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14일 제주도 서귀포시 호근동 JW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에서 박서보미술관(가칭) 기공식이 열렸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92·사진)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호텔에서 처음 미술관을 제안받았을 때 기뻤고, 미술관을 잘 만들어놓고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다"고 했다.
박 화백의 이름을 딴 첫 미술관은 바다 건너 범섬이 보이고 제주 올레7코스와 이어지는 이 호텔 안에 총건축면적 1만1571㎡ 규모(지하 2층~지상 1층)로 지어진다. 이날 착공해 내년 여름 완공이 목표다.
최근 폐암3기 진단을 받은 박 화백은 "처음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왜 나에게 이런 형벌을 주나 생각했다"면서 "난 체념하는 것에 뛰어난 재주가 있어 암을 친구로 모시고 함께 살자 생각했다"고 밝혔다.
요즘 그는 파리 체류 시절 르몽드지 위에 그렸던 '묘법'(1977)처럼 과거의 작품을 현재의 시점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래된 외국 신문지도 모아 600점 캔버스를 메꾸고 한지 배접을 맡기며 창작활동을 끊지 않고 있다.
박 화백은 "나를 비워내야만 다른 사람들이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목적 중 하나"라며 "나와 동시대를 사는 좋은 작가들 작품도 함께 전시해 시대의 연대성도 강조하는 전시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한 스페인 건축가 페르난도 메니스(72)는 "내 고향(카나리아제도 최대 화산섬 테네리페)이 화산섬이라 제주도와 비슷하다"며 "콘크리트와 현무암, 재 등을 섞은 재질로 바닥과 벽을 짓고 이곳의 자연광과 그림자까지 담아서 박 화백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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