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어도 시원한 집, 싱가포르 연구진의 혁신적인 '냉각 페인트'

최근 싱가포르의 과학자들이 에어컨 없이도 자연적으로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페인트를 개발했다. 이 페인트는 태양광을 반사하고, 물을 서서히 증발시켜 표면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기후 변화가 심각한 지역에서도 효율적인 냉각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의 재료과학자 Li Hong과 그의 연구팀은 "수동 냉각(Passive Cooling)"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페인트를 개발했다. 기존의 냉각 페인트가 물을 밀어내어 표면을 보호하는 데 집중한 것과 달리, 이 페인트는 물을 보유하며 천천히 증발시켜 열을 발산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연구는 지난 5일(현지시각) 사이언스지에 기재되었다.
다양한 냉각 기술을 결합한 혁신적 페인트
일반적으로 수동 냉각은 전기나 기계적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표면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인 방식인 '복사 냉각'은 태양광을 반사하고, 표면에서 흡수된 열을 하늘로 방출하여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높은 습도를 자랑하는 지역에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열을 가두는 경향이 있어, 복사 냉각만으로는 효과적인 냉각이 어렵다.
이에 연구진은 복사 냉각뿐만 아니라, 인체가 땀을 흘려 열을 발산하는 방식과 태양광 반사 기술을 결합한 시멘트 기반의 페인트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페인트를 사용하여 세 가지 집을 실험했다. 첫 번째 집에는 일반적인 흰색 페인트를, 두 번째 집에는 기존의 상용 냉각 페인트를, 세 번째 집에는 연구진의 새로운 페인트를 적용했다.
실험 결과, 두 해가 지난 후 첫 두 집은 페인트 색이 노랗게 변한 반면, 새로운 페인트가 칠해진 집은 여전히 흰색을 유지하며 뛰어난 냉각 성능을 보였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페인트가 도시 열섬 현(UHI)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 열섬 현상은 도시 지역이 주변 농촌보다 더 높은 온도를 기록하는 현상으로, 주로 건물과 도로에서 발생하는 열이 대기 중에 갇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에어컨은 전기를 소비하고, 열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더욱 덥게 만든다. 반면, 이 냉각 페인트는 흡수한 열을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복사로 대기 중으로 방출시켜, 주변 환경의 온도를 상승시키지 않는다.
기술적 발전과 환경을 고려한 미래형 주택
연구진은 이 기술이 싱가포르와 같은 고온다습한 지역뿐만 아니라, 중동 등 다른 열대 지역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건물 에너지의 약 60%는 공간 냉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냉각 페인트가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 혁신적인 페인트는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시설이나 민간 건물에서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향후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더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페인트의 개발은 단순한 건축 자재의 혁신을 넘어서, 도시 환경과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에너지 소비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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