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효과 확실하네” 8.1이닝 9K, 생애 최고투 페디··· 무엇이 달라졌나

심진용 기자 2024. 4. 2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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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 에릭 페디가 29일(한국시간) 홈 탬파베이전에 선발 등판해 9회 1사까지 호투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단적으로 말해 워싱턴 시절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는 그저 그런 투수였다. 2018년부터 5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한 번도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4.5에서 5점대를 오갔다. KBO 입성 직전 시즌인 2022년에도 12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81, 6승 13패에 그쳤다. 성적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MLB)에서 더 설 자리는 없었다.

2023시즌 NC에서 활약하며 KBO를 지배한 페디는 1년 만에 MLB로 복귀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불과 1년 사이 전혀 다른 투수로 탈바꿈했다. 이제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6차례 선발로 나서 34.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60에 2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2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열린 홈 탬파베이전에는 복귀 후 최고 투구를 했다. 8.1이닝 동안 9삼진을 잡으며 7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8.1이닝은 페디의 개인 통산 1경기 최다 이닝 기록이기도 했다.

실패한 선택, 커터


워싱턴 시절 페디가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했던 구종은 커터였다. 리그 초년생 시절이던 2017년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에게 처음 커터 던지는 법을 배웠다. 본격적으로 활용한 건 2022시즌이었다. 당시 팀 동료였던 대투수 맥스 셔저에게 그립을 새로 배웠다.

그러나 커터는 곧 한계를 맞았다. 신구종 효과로 2022년 6월 한 달 동안 피OPS를 0.623으로 억제하며 반짝하는 듯했지만, 7월 피OPS 0.977로 다시 무너졌다. 기존에 주로 던졌던 싱커에다 커터를 더한 것 만으로는 상대 타자들을 잡아낼 수 없었다.

올 시즌 페디의 투구 레퍼토리는 워싱턴 시절과 크게 다르다. 싱커와 커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과거 완급조절용으로 즐겨던졌던 커브를 봉인했다. 대신 스위퍼와 스플리터 비중을 끌어올렸다. 올 시즌 페디의 구종 구사율은 싱커(34.1%), 커터(22.2%), 스위퍼(22%), 스플리터(20.9%) 순이다.

페디의 스위퍼는 워싱턴 시절만 해도 아예 던지지 않던 공이다. 지난해 그는 스포츠경향 인터뷰에서 스위퍼에 대해 “셸비 밀러(현 디트로이트)와 애리조나 ‘푸시 퍼포먼스(미국 유명 야구 트레이닝 센터)’에서 같이 운동하면서 배웠다”며 “스위퍼를 던지는 건 KBO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KBO가 일종의 스위퍼 임상 실험장이었던 셈이다. 페디는 스위퍼를 앞세워 리그를 폭격했고, 그 성과를 발판 삼아 MLB 복귀에 성공했다. MLB에 머물렀다면 손에 완전히 익지 않은 스위퍼를 마음껏 던지지도 쉽지 않았을 터다. NC 역시 페디 효과를 톡톡히 보며 정규시즌 4위로 선전했으니 서로가 만족할 만한 ‘윈윈’이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에릭 페디가 29일 탬파베이전 호투 후 홈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KBO에서 갈고닦은 ‘스위퍼’, MLB에서도 통한다


지난해 화이트삭스 계약 직후 페디는 MLB닷컴 인터뷰에서 ‘스위퍼’를 자신의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원래도 옆으로 휘는 공을 던지긴 했지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던진 건 아니었다. 그냥 변화구의 하나로 던졌을 뿐이었다”면서 “하지만 거기에 그립을 살짝 바꿨고, 공 스피드도 4마일(약 6.4㎞)을 올렸다. 그랬더니 최소한 KBO에서는 파괴적인 투구가 되더라”고 말했다.

옆으로 크게 휘는 스위퍼와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추가하면서, 페디는 이전과 다른 결과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탈삼진 능력이다. 무빙 패스트볼 위주였던 워싱턴 시절 페디는 삼진을 잘 잡는 투수는 아니었다. 2019시즌과 2020시즌의 경우 타석당 탈삼진율(K%)이 각각 12.3%, 12.6%로 리그 하위 1%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페디의 K%는 27.3%로, 리그 상위 25% 수준이다. 워싱턴 마지막 시즌인 16.4%에 비해서도 크게 올랐다. 삼진 9개를 잡아낸 29일 탬파베이전에서는 특히 스위퍼를 많이 던졌다. 9회 1사까지 던진 108구 중 절반 가까운 52구가 스위퍼였다.

페디의 호투를 앞세워 화이트삭스는 탬파베이를 4-2로 꺾었다. 이날까지 6승 22패, 승률 0.214로 2024시즌 ‘최악의 팀’으로 꼽히는 화이트삭스가 시즌 첫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KBO 리그 NC 시절의 에릭 페디. 정지윤 선임기자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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