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강력한 제조업, 트럼프 2기 시대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려면?
[이용우의 경제 더하기]
계속 이어질 '미국의 중국 견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버려라
美 주도 '신뢰가치 사슬' 이해하고
'중국 대체할 생산국' 위상 만들어야
중·러도 한국의 중요성 인정하고 있어
트럼프 재집권이 던지는 변화의 기회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관세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고립주의 대외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상하원까지 장악한 공화당의 지원을 배경으로 트럼프가 만드는 세계경제질서는 1기보다 그 색깔을 더욱 강하게 드러낼 것이다. 이 변화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표현되는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에 대한 강력한 규제,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를 통해 외국 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통한 일자리 창출, 그리고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제봉쇄와 보호무역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통해 미국의 대외 경제 부담을 덜고 미국내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보호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교역이 축소되면 교역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우리나라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세계경제질서 변화를 잘 활용하면 우리 경제에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본다.
우선 경제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적 분쟁에 당사자로 개입하는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 대선 과정에서 즉각 전쟁 종식을 강력하게 주장한 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빠르게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의 참전, 이에 대한 정부의 깊숙한 개입 시사로 야기될 수 있는 리스크는 전쟁의 조기 종결로 사라질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이 점령한 지역을 중립지대로 만들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만들려 하겠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나라가 무력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입하여 형상변경을 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의 점령영토를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그 지역 주민의 선택에 맡기는 방식이 예상된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이해
트럼프 2기의 세계경제질서의 변화가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의 분업구조가 2008년 금융위기로 한계에 봉착하여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시대의 GVC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분업구조를 통해 저렴하고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는 체계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R&D, 상품기획을 하고, 생산은 노동력비용이 가장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는 분업구조이다.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경제의 통합을 뒷받침하는 것이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였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된 후 WTO체제를 확장을 통해 전세계적 분업구조를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이었다. 자유무역 교역질서에 중국을 편입시켜 세계화의 분업구조의 외연적 확장과 동시에 중국이 이 질서에서 성장하고 그 과실을 누리면 중국 사회주의를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2008년 서방 금융위기의 후유증
2008년 금융위기로 이 구상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과 그로 인한 전세계적 총수요 부족으로 촉발된 것으로 이 현상의 동전의 양면은 과잉투자에 따른 과잉생산능력이다. 위기 극복은 이런 과잉생산능력 구조조정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됨으로써 이루어진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중국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의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설비투자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한 것이다. 과잉투자 국면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그 재원조달을 담당하는 금융부문의 부실화를 가져오는 것이지만, 중국 중앙/지방정부의 지원을 통해 부실을 감당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전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이 설비확장을 통해 저렴하게 각종 상품을 공급함에 따라 각국의 제조업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로 인해 전세계는 양적완화(QE: Quantative Easing)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박 없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서방세계에서 금융위기를 야기한 금융권은 피해가 적은 반면 제조업은 가장 큰 타격을 주었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트럼프 현상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다.
세계화의 분업구조는 미국 등 선진국 제조업 기반을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저렴한 노동력이 있는 나라로 이전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중국의 투자확대는 이들 나라의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social dumping). 경제논리에 따르면 과잉투자와 비효율이 존재하는 사업의 구조조정이 일반적인 것이다. 과잉투자에 따른 비효율은 금융의 비효율로 표현되고 자금의 회수를 통해 이 과잉공급 능력의 조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이지만 금융의 부실을 중앙/지방정부가 뒷받침하면 공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정상적인 기업을 어려움에 빠뜨린다.
중국의 철강산업이나 조선업의 과잉투자가 정리되지 않고 국가의 지원을 받아 세계교역구조에 참여하는 것은 채산성이 없는 가격에 수출을 지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산업과 경쟁하고 있는 선진국의 기업은 가격경쟁에 밀릴 수 밖에 없고 산업에서 밀려나게 된다. '뱀파이어 효과'(Vampire Effect)라고 불리우는 것으로 부실한 기업(=뱀파이어)을 퇴출시키지 못하면 이 기업이 정상적인 기업과 경쟁을 하면서 이 기업도 부실하게 만드는(=감염된 뱀파이어) 현상이다.
서방 안보위기까지 초래한 '중국굴기'
중국은 WTO체제 편입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교역질서를 파괴하는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였다. “화평굴기(和平崛起)”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즉 '어둠속에서 칼을 갈 때 칼 가는 빛이 드러나지 않게 하라'는 뜻을 갖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 따라 중국이 세계질서에 진입할 때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지 않고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통적인 외교전략이다.
2013년 시진핑이 전면에 나서면서 화평굴기에서 “중국굴기(中國崛起)”로 외교전략의 전환이 일어났다. 중국이 국제교역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 자체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 즉 “중국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응징하지 않으면 미국은 무너진다” 등의 인식이 미국에 확산되었다. 2기 오마바 행정부 당시 공화/민주 양당의 공통 인식이었다.
세계화와 자유로운 교역질서에서는 이념 또는 신뢰(Trust)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이 화평굴기를 기본 노선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질서가 의외로 취약하고 자국의 성장에 자신감을 느껴 거침없이 중국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추진함에 ‘안전보장’이 경제질서의 판단기준으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인터넷/모바일 혁신을 가져오는 기술의 성격이다. 군사용도로 사용되던 원천 기술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에서 촉발된 ICT 혁신이 민간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이것이 다시 군사용으로 되먹임(feedback)된다는 특징이다. 원천기술과 소스를 미국이 가지고 있지만 이 기술을 중국이 상업용(?)으로 전세계를 통해 테스트하고, 이것을 중국에 군사적 용도에 적용하는 것이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나타난 것이다. WTO체제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중국에 대한 핵심기술의 이전 통제가 최우선 과제가 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화웨이 등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중국을 빼고 국제경제질서를 유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의도대로 교역질서가 형성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었다. 중국이 주요 산업, 특히 반도체 등 산업의 핵심도 2025년까지 선진국을 따라잡는다는 ‘반도체굴기’를 목표로 하면서, 선진국의 지적재산권을 무시하고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이런 인식은 정책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차세대 정보통신망(5G)에 핵심적인 장비산업도 중국의 화웨이가 약진함에 따라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화웨이가 백도어(backdoor) 전송장비로 통신망의 핵심기술 및 개인정보를 중국으로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됨에 따라 국가안보의 문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중국을 배제하는 '신뢰가치사슬'의 탄생
미국은 WTO체제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중국을 대체하여 재편하는 것을 안보적 관점에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돌출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오마바 행정부 후반기부터 추진된 세계경제전략인 것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트럼프 당시 대두된 대중국 정책이 더욱 강화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의 과제는 민간과 군사적 영역에서 핵심이 되는 기술의 중국 유출을 방지하고 기존의 GVC를 새로운 가치사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대상국가가 “믿을 만한 국가인가"다. 이른바 신뢰가치사슬(TVC: Trusted Value Chain; 대구대학교 김양희 교수가 제안한 개념)을 구축하는 것이다. 핵심이 되는 기술을 보유하는 제조업의 리쇼어링과 동시에 이 제조업의 가치사슬을 믿을 만한 국가로 연결하는 것이다. 즉 산업정책을 구사해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핵심광물(희토류), 바이오 등의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고, 동맹과 우방을 활용해 자국내 투자를 유치하거나 동맹과 우방으로 선별적이고 배타적인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를 통한 보조금 지원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매우 비판적이지만 그 수단이 보조금에서 관세로 바뀌는 것이지 그 목표는 변함이 없다.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한국'
세계경제에서 그 구조가 변화하는 시기는 위기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 GVC(글로벌 가치사슬)에서 TVC(신뢰가치 사슬)로의 전환에서 한국이 가진 강점을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경제는 제조업 기반이 넓고 강하다. 자동차(내연/전기), 반도체, 이차전지, ICT,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몇몇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지만 한국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찾기 어렵다. 유럽의 독일 정도가 제조업 기반이 강한 국가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 유럽의 기업들은 GVC를 구축함에 있어 많은 제조기반을 중국에 두고 있다. TVC로 전환을 한다는 것은 중국 제조업 기반을 대체할 곳을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넓고 강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특히 AI시대 민간/군사용 핵심기술은 반도체에 있다. 한국을 빼고 AI를 비롯해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제조업 생태계, 분업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이런 강점을 가치사슬 전환에 맞게 부각하는 전략을 추진하면 우리나라는 새로운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안미경중'에서 탈피하라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GVC시대에 통용되었던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시각을 과감히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믿을 만한 국가”에 안보적 관점에서 가치사슬을 재구축하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에게 신뢰가 가는 동맹의 관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까지 아우르는 국제전략을 펼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부담하는 안보비용을 지역에 넘기고 교역의 가치사슬로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이런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경제질서상 신뢰할 수 있는 국가임과 동시에 새로이 구축되는 TVC에서 핵심적인 고리로 위치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TVC의 구축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이분법적인 냉전구조와는 다르다. 기술/산업의 성격에 따라 다층적이고 유동적인 것이다. 이는 아직 TVC가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형성되어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념을 바탕으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미국의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거래/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예상된다. 하나의 고정된 관념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거래상대방을 설득하는 논리와 비용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TVC를 구축하는 데 우리나라가 중요한 역할로 위치 지운다고 해서 주변 중국과의 관계를 배타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갖는 국제적 지위를 다시 보아야 한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는, 놓치면 어려움에 빠지는 중요한 상대방이 되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최근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 러시아-북한 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발언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의 핵심이익(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양안문제, 중국통합을 해치는 이슈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한국을 이해하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등 서방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됨과 동시에 이분법적 접근을 버리는 유연한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TVC전환에 맞는 산업·금융정책 필요
둘째,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 기반을 TVC로의 전환에 맞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자유무역과 산업정책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전환은 자유무역을 뛰어넘는 전환이고 국가의 역할이 부각되는 시점이다. 국가안보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고, 그것이 산업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트럼프 당선자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을 거론한 것에 주목한다. 조선산업은 상업용 뿐만 아니라 군함건조 등 군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같은 핵심산업을 본토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제조업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를 고려하면 다른 나라의 협조를 얻을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안보, 경제적으로 필요한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레버리지로 삼아 거래를 통해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산업정책이 소환되는 것이다.
산업정책에서 첨단산업, 핵심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제조기술을 지닌 중견기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뛰어난 제조기술이다. 이 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도 포함한 제조업 생태계를 포괄하는 산업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에 따라 화석연료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정책은 중단되거나 지체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 흐름 자체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우리 산업은 여전히 에너지 다소비형이고 뛰어난 제조기술을 갖고 있는 중견기업들의 에너지 전환은 지체되고 있다. 이 기회에 중견기업의 에너지 전환/구조전환을 위한 산업정책도 필요하다.
넷째, 산업정책에 걸맞는 금융정책도 필요하다.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정책은 금융정책의 가장 중요한 것이었지만 2008년 위기 때부터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나 부실산업 정리에 맞춰지면서 적극적인 금융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산업전환을 위한 펀드 조성 등을 통해 구조 전환을 위한 금융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세계교역구조 개편에 유연하게 대응하자
세계교역구조가 GVC에서 TVC로 전환되는 과정은 오바마2기와 트럼프, 바이든을 거치면서 일관된 정책목표였다. 다만 바이든은 보조금, 트럼프는 관세를 수단으로 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트럼프는 이념이나 원칙보다 거래를 통한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이 글에서 우리는 2010년대 이후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경제질서의 일환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세계경제질서 구조 변환은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믿을 만한 국가를 중심으로 가치사슬을 구축함에 있어 한국은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구조 변화 방향에 맞춘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을 구사한다면 이런 구조개편을 잘 활용할 수 있다. 도식적인 안미경중(安美經中)과 같은 도그마를 버리고 유동적인 세계교역구조 개편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기회를 살리는 국가운영전략임을 인식할 시점이다.
※ 이용우는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로 정무위원회와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대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 이슈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시대에 주목하여야 하는 ESG 제도 정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였다. 국회의원 전에는 현대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CIO,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Johns Hopkins University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