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반항의 상징이었던 문신이 이제는 개성과 미적 표현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신은 ‘몸의 예술’이라 불리며 패션의 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이 ‘예술’이 오히려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피부에 남긴 자국, 면역계에 남긴 부담
2025년 3월 27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덴마크와 핀란드의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대규모 쌍둥이 비교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2,000여 쌍의 쌍둥이를 분석했으며, 문신을 한 사람들은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62% 더 높았고, 문신의 면적이 클수록 혈액암 중 하나인 림프종 발병 위험이 최대 173%까지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문신을 새기면 잉크의 미세입자가 혈류를 따라 림프절에 축적되며, 이를 인식한 면역계가 끊임없는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마치 침입한 세균을 쉴 틈 없이 공격하듯 면역계가 과도하게 작동하다 보면, 세포 이상 증식이나 장기적인 면역계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 남부대학교 헨릭 프레드릭슨 교수는 “문신 잉크는 인체에 있어 외부물질이며, 림프절에서 장기간 남아 면역기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병’으로 변질될 수도
연구진은 또 다른 우려로 문신이 피부암의 조기 발견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암이 시작되는 피부 변화가 문신 아래 가려져 진단 시기를 놓치면 병이 진행된 후에야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암 발병 확률만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대한민국 의료계도 “경고”... 문신은 의료행위
해외 연구가 경고음을 울리는 가운데, 국내 의료계 역시 문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피부과학회는 문신을 ‘신체 침습적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비의료인의 시술 합법화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문신 시 마취제 사용이 불가피하며, 이는 명백히 의료인이 아닌 이가 다뤄선 안 되는 영역”이라 강조한다. 특히 응급상황 발생 시 비의료인은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문신 잉크 성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잉크에는 중금속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 금속 성분이 MRI 촬영 등 의료 진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은 물론, 알레르기나 면역계 과민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신은 남기기 쉬워도, 지우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문신을 ‘후회’했을 때 발생한다. 문신 제거는 단순한 미용시술이 아니다. 보통 5회 이상의 레이저 시술이 필요하며, 부위나 색상에 따라서는 10회 이상 걸리기도 한다.
게다가 각 회차당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고, 붉은색, 파란색처럼 색이 진한 문신은 레이저에도 반응이 적어 완전 제거가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시술 과정에서 생기는 통증, 색소침착, 흉터 등 외적인 손상도 상당한 부담으로 남는다. 결국 문신을 지우는 일은, 새기는 것보다 시간·비용·신체적 고통 모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색소의 색, 위험성도 다르다?
연구에서는 문신에 사용되는 색소별로도 건강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색소는 면역계를 자극하는 정도가 더 크고, 그로 인해 염증 반응이나 나노입자의 체내 축적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검정, 빨강 계열 색소는 중금속 함량이 높을 가능성이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문신은 ‘선택’이지만, 건강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문신사 제도 도입 등 비의료인의 시술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불법 시술이 많다고 해서 합법화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한 전례를 남긴다”고 지적하며, 국민 건강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얼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문신 시술을 둘러싼 건강 위험성을 정확히 알리고, 문신을 권장하지 않는 캠페인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치 금연 캠페인이 국민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처럼, 문신에 대한 인식도 사회적으로 다시 점검할 시기라는 뜻이다.
당신의 선택, 건강을 위한가요?
문신은 자신의 신념과 미적 감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피부 속에 새겨진 작은 잉크 한 방울이, 면역계의 평형을 깨고 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 숙고해야 할 문제다.
문신을 고민하고 있다면, 혹은 이미 문신을 했고 제거를 고민 중이라면, 이제는 패션보다 건강을 먼저 떠올려야 할 때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신, 여전히 멋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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