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훈련 기피하고 기술만 익히려 해… 우리, 큰일났네요”
“큰일났네요. 올림픽 가야 하는데 선수도 없고….” 파리 올림픽 대비 점검차 프랑스 출장 중인 장재근(62)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26일 본지 통화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날 남자 축구마저 파리행에 실패하면서 이번 올림픽 선수 파견 규모는 150명 선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그는 “메달 전선에는 큰 지장이야 없겠지만 이것(150명대)도 희망적인 숫자일 수 있다”고 했다. 장 촌장은 1982년 뉴델리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200m 2연패를 달성한 육상 전설 출신이다.
장 촌장은 한국 스포츠가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데 대해 “너무 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구를 예로 들면서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 가서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자 자기가 운동했던 시절 기본기 프로그램을 많이 도입한 것으로 안다”며 “반면 우리는 기본기와 체력 훈련을 도외시한다. 기본 체력 훈련은 선수 시절에 끝없이 해야 하는데, 우린 어느 정도 ‘급’이 됐다 생각하면 그걸 무시하고 고급 기술만 배우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선수단 체질 개선에 착수해 분 단위로 쪼갠 훈련 시간표를 만들고 철저히 지키게 했다고 한다.
장 촌장은 “기본 훈련을 구시대적인 걸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옛날 것도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히 해야겠지만, 그걸 활용하기 위한 체력적 기초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또 “국내 프로 리그는 투자 대비 수익에 신경 쓰다 보니 ‘외국인(용병) 독무대’가 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런 풍토는 국내 선수들 기량 저하에 영향을 준다는 논리다.
그는 지난해 3월 촌장 취임 후 새벽 운동을 부활시켰다. 그 역시 새벽 운동이 경기력 향상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안다. 다만 “국가대표로서 마음을 다잡는 정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면서 “애초에 기량이 세계적 수준이 아닌데 ‘세계적인 선수들은 이렇게 훈련한다’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훈련 기간 선수들이 밤에 휴대폰 게임을 즐기느라 휴식을 온전히 취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한시적으로 심야시간 와이파이를 차단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장 촌장은 “‘지금은 나라를 위해서 뛰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너의 꿈, 너의 목표를 위해서 뛰라’고 한다”면서 “자신을 위해서 뛰다 보면 국가대표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면 태극기를 단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한국 스포츠가 위기에 처한 이상 책임 소재를 따지기 보단 해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동의했다.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놓고 비판해야 한다. 출구도 없이 몰아치면 선수들이 좌절하고 넘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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