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앞둔 포수인데 또 10년 계약?..다저스의 장기계약 양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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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장기적인 성공을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다저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LA 다저스는 3월 28일(한국시간) 주전 포수 윌 스미스와 연장계약에 합의했다. 10년 1억4,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 스미스는 2033년까지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사실 계약 규모는 다른 의미에서 예상 외다. 스미스는 애들리 러치맨(BAL), J.T. 리얼무토(PHI) 등과 함께 현재 빅리그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선수 중 하나. 연평균 1,4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은 스미스의 '명성'을 감안하면 다소 낮은 금액이다. 심지어 5,000만 달러의 '디퍼(지불유예)'까지 포함돼 실제 계약 가치는 연평균 1,220만 달러에 불과하다.

진짜로 놀라운 것은 규모가 아닌 기간이다. 다저스는 28일 29세 생일을 맞이한 스미스와 10년 계약을 맺었다. 그를 38세 시즌까지 보유하기로 한 것.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최근 약 15년 동안 어떤 포수도 10년 계약을 맺은 적이 없었다. 당대 최고의 포수였던 조 마우어, 버스터 포지 조차도 8년 계약에 그쳤다.

스미스와 10년 계약을 맺은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에만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벌써 4건 체결했다.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12년 3억2,500만 달러,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5년 1억3,65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이번에 스미스와도 10년 계약을 맺었다. 기존 12년 3억6,500만 달러 계약이 2032년까지 이어지는 무키 베츠까지 포함하면 2030년 이후까지 계약이 이어지는 선수만 4명이다. 프레디 프리먼도 2027년까지 총액 1억6,200만 달러 계약이 이어진다.

물론 대부분의 계약에 '디퍼'가 있고 글래스노우는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더 일찍 팀을 떠날 수도 있지만 이 선수들에게 쓰는 돈만 연평균 1억5,000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지는 금액만 해도 연평균 1억2,000달러 정도가 된다. 그리고 이 대형 장기계약 선수들은 1998년생인 야마모토를 제외하면 내년이면 모두 30대가 된다. 위험 부담이 있는 선수들에게 대형 장기계약을 계속 안긴 셈이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빅마켓 구단이고 자금력에는 문제가 없다. 오타니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마케팅 수익으로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지출 자체보다는 다른 부분에 있다. 현행 사치세 제도 하에서 일부 특정 선수들에게 지나친 지출을 하는 것은 결국 사치세 부담으로 돌아온다. 사치세는 납부해야 하는 '벌금'도 문제지만 드래프트 지명권 등에 강한 패널티를 받는 것이 더 문제다. 심지어 사치세는 '누진세'다. 굉장한 양의 '고정 지출'이 있는 상태로 사치세를 피하려면 결국 다른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방법 뿐이다.

장기 계약을 맺은 고령의 선수가 기량이 떨어지며 팀 로스터 운영에 악영향을 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LA 에인절스 시절의 알버트 푸홀스, 볼티모어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그랬고 말년의 미겔 카브레라(DET)도 비슷했다. 기량은 떨어졌지만 원하는 팀이 없으니 트레이드할 수도 없고 '주는 돈'이 아까우니 방출할 수도, 벤치에 앉혀둘 수도 없는 경우가 생긴다.

최근 다저스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 팀이 있다. 바로 같은 지구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다. 샌디에이고는 몇 년 전 에릭 호스머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대형 장기계약을 양산했고 최근에는 다르빗슈 유,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노장이거나 나이가 적지 않은 선수들에게까지 의외의 대형 장기계약을 안겼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결과는 전혀 좋지 못했다. 호스머를 영입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단 두 번 진출했을 뿐이었다.

물론 다저스가 샌디에이고와 같은 재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낮고 계약 시점에 훨씬 가치가 높은 선수들과 계약을 맺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형 장기계약은 언제나 큰 위험성이 동반된다.

다저스는 벌써부터 상당한 리스크와 마주하고 있다. 역대 투수 최고액 계약을 안긴 야마모토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첫 등판에서는 1이닝 5실점 최악투를 펼쳤다. 다저스 선발투수가 데뷔전에서 1이닝 이하 5실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00년 이후 야마모토가 처음이었다.

역대 프로스포츠 단일 최대규모 계약을 맺은 오타니는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오타니가 도박에 직접 관여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제명까지도 당할 수 있는 문제다. 현재 다저스가 안고 있는 최대의 리스크는 바로 오타니와 잇페이를 둘러싼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이다.

글래스노우는 빅리그 9시즌 커리어 동안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던져보지 못한 투수로 매 시즌 부상과 함께한 선수다. 개인 한 시즌 최다이닝 투구가 단 120이닝이고 한 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도 단 두 번 밖에 없다. 베츠는 완벽히 검증된 최고의 선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외야수에서 2루수로, 개막 직전에는 급히 유격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비록 중앙 내야수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베츠지만 10년간 제대로 맡은 적이 없는 유격수를 30대 나이에 갑자기 책임지는 것이 성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2013년을 시작으로 8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정상을 차지했고 2021년 잠시 2위를 기록했지만 2022-2023시즌 다시 지구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201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지만 정작 월드시리즈 우승은 단축시즌 단 한 번 뿐이었다.

다저스는 강자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하며 우승까지 수시로 이뤄내겠다는 목표로 계속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위험성 높은 고액의 장기계약들을 스스로 떠안게 됐다. 과연 다저스의 투자가 과연 다저스가 목표한 성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위부터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오타니 쇼헤이, 윌 스미스/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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