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구판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A매치 초청비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한 경기당 800만 달러(약 113억 원)에 더해 체류·이동 관련 거의 모든 비용 부담까지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손흥민과 메시의 맞대결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규정, 일정, 선수 보호, 운영 리스크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오늘은 최근 제기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A매치가 어떻게 성사되고, 돈은 어디에 쓰이며, 왜 논란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한국 축구가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를 차근히 정리해 본다.

먼저 ‘A매치’가 되려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 있다. 양국 축구협회가 인정한 최고 대표팀(성인 A대표)이 맞붙어야 하고, 두 협회 모두 FIFA 회원국이어야 한다. U-20, U-23처럼 연령 제한이 있는 경기는 A매치로 잡히지 않는다. 주최 협회는 FIFA에 사전 통지하고 경기 후 보고까지 해야 하며, 경기 수익의 2%를 FIFA에 납부한다. 달력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FIFA가 정한 A매치 주간(주로 3·6·9·10·11월) 안에서 일정을 잡아야 하고, 경기 간 최소 이틀의 회복 간격을 확보해야 한다. 심판은 국제 심판이 배정된다. 선수 차출은 소속 클럽에 대략 2주 전까지 통보해야 하며, 클럽은 FIFA 규정에 따라 응해야 한다. 경기장 규격(필드 105×68m 등)과 행사 절차도 표준을 따른다. 교체는 친선전 최대 6명, 공식 대회 최대 5명이다. 이런 기본을 어기면 경기 자체가 A매치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은 돈의 흐름이다. 초청비 공개는 드물지만 항목은 대체로 비슷하다. 선수단·스태프 항공료, 숙박·식사·현지 이동 같은 체류비, 상대 대표팀에 주는 출전료(보너스 포함), 경기장 사용료와 운영비, 홍보·마케팅 비용, 의료·비자·안전 등 기타 행정비가 묶여 패키지로 움직인다. 규모가 크면 ‘수십억 원’으로 뛴다. 예컨대 많은 관심을 받았던 대형 친선전 사례 기준으로 보면 항공료 5천만~1억 원, 체류비 5천만~1억5천만 원, 경기장·운영비 1억 원+, 홍보비 수천만~1억 원, 기타 수천만 원, 그리고 핵심인 출전료·보너스가 ‘억 단위’로 붙는다. 실제로 브라질전 같은 빅게임은 총 20억~30억 원 규모로 집행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반대로 2023년 베트남전처럼 우리가 초청비를 내지 않은 사례도 있다. 당시에는 베트남 쪽 제안으로 성사됐고, “낮은 랭킹 팀에 왜 초청비를 주느냐”는 오해가 있었지만 협회는 초청비 지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A매치 비용은 상대, 장소, 시점, 패키지(홈·원정 매칭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논란의 중심에는 ‘과한 요구’와 ‘불투명성’이 자리한다. 최근 불발된 아르헨티나전 이슈가 대표적이다. 한 경기 800만 달러, 체류·이동 비용까지 사실상 ‘올 인클루시브’ 요구라는 전언이 나왔다. 게다가 아르헨티나가 11월 친선전을 인도에서 치르기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국내에서 볼리비아전(예정)을 치른 뒤 곧장 인도로 가야 하고, 미국에서 뛰는 손흥민은 미국→한국→인도→미국의 ‘죽음의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 준비 과정에서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시기에, 이동·회복 리스크가 비용만큼이나 큰 변수로 튀어나온다. 이런 조건이라면 “지금은 아닌 선택”이 상식에 가깝다.

그렇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할까. 돈을 이유로 모든 강호전을 회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한 경기 대박’에 올인하기보다는,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항상 켜두자는 말이다.
첫째, 캘린더 적합성. FIFA A매치 주간 내에서도 우리 일정, 상대 일정, 이동 동선이 선수에게 무리인지부터 본다. 연속 경기 간 최소 이틀 규정 준수는 기본이고, 편도 10시간 이상 장거리 이동이 끼는 경우에는 회복·출전시간 시뮬레이션을 돌려 위험도를 수치로 본다. A매치는 흥행이지만, 본선과 시즌 전체를 망가뜨릴 리스크라면 안 간다.
둘째, 총사업비 상한과 구조. 출전료에만 시선이 꽂히면 계산이 흔들린다. 항공·숙박·보안·의료·홍보·경기장·세금·보험까지 묶은 ‘TCO(총비용)’ 상한을 정하고, 이를 넘으면 자동 스톱시키는 룰이 필요하다. 반대로 흥행 수익(티켓·스폰서·중계·머천다이징·해외권리 판매)의 보수·공격 시나리오를 따로 두고, 수지분기점을 명확히 잡아야 한다.
셋째, 선수 보호 가이드라인. 특정 거리 이상 원정 두 경기를 같은 소집기간에 배치하지 않는다, 대륙 간 왕복은 한 번으로 제한한다, 장거리 이동이 끼면 캡틴·주요 선수의 출전시간 상한을 둔다 같은 원칙을 매뉴얼로 만든다. 대표팀은 ‘현재’의 점검과 동시에 ‘본선’이라는 목적지를 향한다. 가장 큰 자산인 선수의 몸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흥행도 의미가 없다.
넷째, 대체 카드 포트폴리오. 초초대형 카드(예: 월드컵 우승권) 1장에 모든 걸 거는 대신, 상위권 팀과의 2연전 세트(예: 남미 1팀+아프리카 1팀, 유럽 1팀+아시아 상위 1팀)로 구성해 전술·상대성의 다양성과 비용의 합리성을 함께 잡는다. 홈·원정을 묶은 2년짜리 MOU로 출전료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다섯째, 투명한 소통. 세부 계약은 비공개일 수밖에 없지만, 항목별 개략 범위와 의사결정 원칙, 기대 수입·지출의 구간, 선수 보호 기준만큼은 정리해 팬에게 설명할 수 있다. “왜 저 팀은 되고, 저 팀은 안 됐는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든다. 2023년 베트남전 오해도 이런 기본 소통만 있었어도 금방 정리됐을 일이다.
여섯째, 흥행의 ‘분산 투자’. 가장 비싼 한 경기보다, 적정가의 두 경기·세 경기가 대표팀 완성도와 팬 체감에는 더 클 수 있다. 특히 브라질전처럼 20~30억 원대가 들어가는 대형 이벤트를 치른 해에는, 나머지 창(window)에서는 실속형·전술형 매치를 깔아 구색과 완성도를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협상의 원칙이다. ‘과한 요구’에는 정중한 ‘노’가 답일 때가 많다. 대전료는 시장에서 정해지지만, 우리의 기준도 시장의 일부다. 아시아에서 한국·일본이 무리한 판을 열면, 그 파장은 이웃에게도, 우리에게도 돌아온다. 대신 중장기 파트너십, 홈·원정 번갈아 치르기, 유소년·여자대표 연계 친선, 스폰서 공동 패키지 등 ‘돈 말고도 서로 남는 것’이 있는 구조를 제안하면 금액은 자연히 내려온다.
정리하자. A매치는 규정과 돈과 사람이 얽힌 종합 프로젝트다. 최근 아르헨티나전 불발 논란은 비싼 대전료라는 숫자보다,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다시 확인시켜 줬다. FIFA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A매치 캘린더에 맞추며, 선수 차출·보호 원칙을 분명히 하고, 총비용 상한을 세워 재정 리스크를 통제하고, 팬에게는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정보를 설명하는 것. 그 위에서야 비로소 “그 비싼 경기, 할 만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낼 수 있다.
손흥민과 메시의 맞대결은 언젠가 또 온다. 중요한 건 타이밍과 조건이다. 우리가 정한 원칙 위에, 선수의 몸을 지키고, 팀의 완성도를 높이고, 팬과의 신뢰를 쌓는 경기를 꾸준히 쌓아가자. 그러면 ‘한 번의 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무대’가 열린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한국 축구는 더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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