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G80 전동화 모델, 조용하고 웅장한 '세단의 새 지평'

김태환 2024. 10.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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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대비 조용하고 넓어진 실내…안락한 주행질감
침대보다 안락한 2열…운전석 높이 다소 낮은 건 아쉬워

21일 경기도 안산시 시화나래휴게소 주차장에서 촬영한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의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은 내연기관차 대비 더욱 넓어진 실내 공간과 더불어 한 줌의 소음조차도 유입되지 않는 NVH기술, 침대보다도 편안한 2열 시트로 최고 수준의 안락함을 선사했다.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질감을 가졌지만, 강력한 토크로 가속이 필요할 때 야생마처럼 질주하는 반전 매력도 선사했다. 세단의 새 지평을 연 이 모델을 <더팩트>가 직접 체험해 봤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은 지난달 출시됐다. 더팩트가 21~22일 시승한 차량은 기본 모델(8490만원)에 내장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헤드업 디스플레이, 안전보조기능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빌트인 캠 피키지, 능동형 후륜조향, 2열 컴포트 패키지 등 모든 옵션(2324만원)이 다 들어간 차량이다.

먼저 제네시스 브랜드 특유의 웅장함이 느껴졌다.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간 거리)가 기존보다도 130mm 늘어난 3140mm로 옆모습을 보면 거대한 차체에 압도됐다. 전면부는 방패 형상을 한 '크레스트 그릴'이 탑재됐는데 내연기관차의 이중 메시(그물) 구조 라디에이터 그릴과 달리 단단한 문양 형태의 '지-매트릭스' 패턴이 적용됐다. 내연차 그릴이 섬세함을 강조했다면, 전동화 모델 그릴은 단순함에서 오는 단정함이 강점으로 느껴졌다.

G80 전동화 모델의 측면 모습. 기존보다 휠베이스가 130mm 늘어난 3140mm로 내부 공간을 더욱 넓혔다. /김태환 기자

전기 충전 포트가 그릴 사이에 숨어있는데, 틈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 충전하려다 충전 포트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맬 정도로 감쪽같이 숨겨져 있었다. 그릴 정면 기준 우측 상단에 조그마한 삼각형 표식이 있는데, 이를 누르면 자동으로 충전 포트가 열렸다. 측면을 보면 내연기관차의 '더블 스포크 휠'이 아니라 '디쉬 타입 휠'이 장착됐다. 마치 접시를 보듯 평평한 형태로 디자인됐는데 공력 성능도 일부 개선됐다고 한다.

내부 역시 제네시스의 고급감을 그대로 계승했다. 27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을 극대화시켰고, 나파 가죽이 적용된 내장재는 만졌을 때 질감이 고급 가구를 접하는 질감을 그대로 선사했다. 콘솔박스는 양 문으로 열리는 형태로 멋스러움을 선사했지만, 내부 수납공간은 매우 작았다. 간단한 자동차 키나 지갑 정도만 수납할 수 있었다. 사운드 시스템 역시 렉시콘 사운드에서 프리미엄 음향 시스템인 뱅앤올룹슨 사운드로 업그레이드됐다.

G80의 하이라이트인 2열 시트는 감동이 느껴졌다. 휠베이스가 130mm 늘어난 만큼 안 그래도 넓은 레그룸이 더욱 넓어졌다. 내연기관 대비 대략 70~80mm 정도 늘어난 것 같았다. 열선, 통풍, 안마 기능 모두 탑재됐고, 리클라이닝 기능으로 뒷좌석을 끝까지 눕히면 조금 과장해서 침대만큼 편했다. 자동문이 장착돼 있어 버튼만 눌러도 문이 열렸고, 고스트 도어 클로징이 장착돼 문을 '쾅' 닫지 않아도 '스르륵' 잠겼다.

뒷좌석 하단에는 '비상탈출' 버튼도 있었는데, 최악의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기능이었다. 2열에 있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 비상탈출 버튼과 같은 세심한 배려들이 1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G80 전동화 모델의 2열 모습. 기존보다 약 70~80mm가량 레그룸이 넓어졌다. /김태환 기자

다소 아쉬운 점은 가로 길이로 넓이는 넓어졌는데, 세로 길이의 높이는 다소 낮다는 것이었다. 특히 1열 운전석과 조수석의 경우 키가 큰 운전자라면 시트를 최대한 낮췄음에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 말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직접 시승한 기자의 경우 키가 174cm인데도 머리 공간이 주먹 한 개 정도만 남았다. 이렇다 보니 시트포지션을 운전자에 맞추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전체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나타났다. 초점을 따로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주행 성능은 어떨까. 가장 놀랐던 것은 전동화 차량인 만큼 소음이 현저히 줄었다. 통풍시트를 켰을 때, 통풍시트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연기관차 역시 정숙성이 뛰어났지만 그래도 가속할 때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되긴 하는데 이런 것들이 아예 없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철저히 차단했다. 미쉐린 흡음 타이어가 장착됐고, 차량 내부 흡음재 적용을 기존 대비 2배 늘렸다.

키 175cm의 탑승자가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2열에 탑승한 모습. 다리를 꼬고 있어도 충분한 공간이 남는다. /김태환 기자

본격적으로 가속을 하자, 구름 위에 탑승해 날아가는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다. 노면의 요철은 부드럽게 넘고 출렁임 없이 꽉 잡아줬는데 화면으로 노면을 읽고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제어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개입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덩치가 큰 차량이라 둔할 것 같았지만 파워트레인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널널한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시속 80km에서 온몸이 시트에 파묻히면서 단 2초 만에 150km로 속도가 급상승했다. G80 전동화 차량은 최고출력 272kW, 최대토크가 700Nm이다. 이를 내연기관차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고출력 364마력, 최대토크 71.4kg·m이다. 어지간한 슈퍼카 성능인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경기도 안산 대부도까지 약 120km를 왕복 주행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의 전비. 6.0km/kWh를 기록했다. /김태환 기자

더 놀라운 점은 전비였다. 서울 도심에서 약 1시간, 고속도로 30분 주행하면서 가다 서다 반복, 고속 주행을 했음에도 전비는 6.0km/kWh를 기록했다. 기자가 과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 시승할 때 '전비왕'을 차지한 기록이 6.7km/kWh였다. 더 크고 무거운 차량이 6.0km를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전비다. 완속 충전 1kWh당 300원으로 기준을 잡아 휘발유 리터당 1600원으로 환산하면 무려 연비가 32km/ℓ가 된다. G80 전동화 모델이 87.2kWh 배터리를 장착했음을 감안하면 완충 시 2만616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친환경차이기에 주차장 할인, 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대형차임에도 유지비가 경차보다도 좋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난다.

단점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지만, 굳이 꼽자면 가격이다. 기본사양이 8400만원을 넘고 풀옵션 기준 1억800만원을 호가한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7000만원 이상인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기에, 온전히 가격 전체를 지불해야 한다. 개인이 구매하기보단 법인용 차량의 성격이 짙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는 만큼 임원 의전차량 등의 수요로 G80 전동화 모델의 수요가 높아질 것 같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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