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국제 신용 ‘우등생’으로…A등급 역대 첫 10곳 돌파 눈앞
● 상반기에만 A 등급 9곳, 국제 신용 ‘우등생’으로
10일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 등급으로 평가 받은 회사는 9개로 나타났다. 금융·보험·투자사를 제외하고 이 기간 평가를 받은 업체 기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5년 전 이 수치는 7곳이었다. 당시에는 A 등급을 받지 못했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포스코홀딩스 등이 상향 평가를 받으면서 수치가 늘었다.
하반기(7~12월)에 매년 A 등급을 받아온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평가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상 처음으로 10곳을 돌파할 전망이다. A 등급을 받은 기업 수는 그간 2014년 7곳에서 지난해 9곳으로 줄곧 10곳 미만에 머물렀다.
국가 신용 등급까지 매기는 3대 신용 평가사 평가 등급은 장기 기준 S&P 22등급(AAA~D), 무디스 21등급(Aaa~C), 피치 20단계(AAA~D)로 나뉜다. 이중 A등급은 채무 상환 능력이 충분해 ‘투자 적격’으로 분류되는 중상위 등급.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매출 영업이익률 등) 분석은 물론이고 사업 포트폴리오, 지배구조, 시장 내 지위, 경영 투명성 등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따지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낮은 이율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A등급 받으면 대외 신임도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시 유리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가 안정성과 해외 주요 기관들로부터의 투자 유치에 유리해진다”라고 했다.
● 팬데믹 등 위기 상황서 특유의 대처 능력 발휘
2016년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발끈한 중국이 보복 조처를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이 급락하던 2018년.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의 하나인 S&P는 현대자동차·기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강등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부여하며 추가 하향 평가까지 걱정했던 상황이었다.
경색된 한·중 관계는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지만 신용 평가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S&P는 물론이고, 무디스, 피치 등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 이상으로 줄줄이 상향 평가 받은 것이다. 3대 신용 평가사로부터 모두 A 이상의 신용 평가를 받은 완성차는 현대차·기아 이외 도요타, 혼다, 벤츠뿐이다.
위기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한 현대차그룹의 위기관리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2022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의 공급망 위기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판매량 3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 혼다 등 경쟁업체들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생산·판매량이 급락하는 와중에 판매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2022년 태풍 ‘힌남노’에 의해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가 멈추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었던 포스코홀딩스 또한 조기에 수해 복구를 이뤄내며 S&P로부터 5년 전 BBB+(상위 여덟 번째 )에서 올해 A-로 한 단계 상향 평가 받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대외 상황에 잘 대처하는 능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런 면이 팬데믹 기간, 생산 시스템 붕괴를 막는 것과 동시에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발 빠른 대처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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