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이미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중동 지역 전쟁 리스크까지 겹치며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신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일부 전망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제시되고 있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39조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를 크게 상향한 수치다.
같은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역시 연간 200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언급됐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경우 양사의 실적 레버리지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메모리 업황에 대한 낙관론은 다른 글로벌 IB들과 국내 증권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 전망을 반영해 관련 기업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증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하며 이번 사이클을 "과거 스마트폰 중심 메모리 호황보다 훨씬 강한 구조적 상승 국면"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동 전쟁 리스크, 메모리 '패닉 바잉' 가능성 키워

특히 최근 중동 전쟁 리스크 확대는 메모리 시장 기대감을 추가로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IT 기업들이 핵심 부품 확보에 나서는 '패닉 바잉(panic buying)'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생산 공정 특성상 공급망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주요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주문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는 패턴이 반복돼왔다. 업계에서는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될수록 글로벌 IT 기업들이 메모리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HBM은 AI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 판도를 바꾸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AI 서버 한 대에는 GPU와 함께 여러 개의 HBM이 탑재되는데, HBM은 일반 DRAM 대비 가격과 수익성이 모두 높은 고부가 제품이다.
이런 이유로 메모리 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폭이 과거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실화되면 글로벌 기업 이익 지형도 바뀐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두 기업의 실적이 글로벌 기업 이익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기업 영업이익 상위권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100조원대 중후반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0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경우 두 회사 모두 글로벌 기업 영업이익 상위권에 동시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메모리 기업 두 곳이 글로벌 이익 순위 최상위권을 동시에 차지하는 사례는 사실상 전례가 없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AI 인프라 확산이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이익 구조까지 바꾸는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실제로 두 회사가 동시에 200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메모리 산업 특성상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야 초대형 실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삼성전자 영업이익 150조~200조원, SK하이닉스 100조원 이상 수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올해 메모리 양대산맥의 실적은 1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흐름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AI 인프라 확산과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메모리 산업이 다시 한번 초대형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에 업계와 시장이 모두 주목하고 있다.
장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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