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앞으로 밥상에서 사라질 위기 처한 '국민 보양식'

뱀장어 국제 규제 논의 본격화
장어잡이 자료 사진. / 헬스코어데일리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보양식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장어구이집에도 발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여름의 이 단골 메뉴가 머지않아 식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유럽연합(EU)이 뱀장어를 국제 거래 규제 대상에 올리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고, 우리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뱀장어(민물장어)가 국내 내수면 양식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여름 특수에 의존하던 유통 구조 전반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단순한 어종 관리 문제가 아니라,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 국제거래 금지 안건 공식 상정

뱀장어 자료 사진. / Rostislav Stefanek-shutterstock

유럽연합은 극동산 뱀장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이에 따라 국제 거래를 제한하자는 안건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제출한 상태다. 이 안건은 오는 11월 열리는 CITES 제20차 당사국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 협약에서 ‘부속서Ⅱ’로 등재되면, 해당 어종의 국제 거래가 엄격히 제한된다. 현재 국내 뱀장어 양식은 실뱀장어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뱀장어 양식 생산액은 5140억 원에 이르렀고, 전체 내수면 어업 생산액의 약 7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약 80%는 수입한 실뱀장어를 활용한 것이다. 거래 통로가 막히면, 원종 확보 자체가 어려워진다.

정부, 협의체 구성해 대응 나서

장어구이 자료 사진. / 헬스코어데일리

해양수산부는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실뱀장어 민관협의체’를 발족해 대응 전략을 논의했고, 지난달 24일에는 두 번째 실뱀장어 자원관리 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제 규제 가능성에 대비한 자원관리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부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첫째는 국제사회 설득이다. 해당 어종의 자원 상태, 양식 기술력, 국내 관리 체계 등을 근거로 과도한 규제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다. 둘째는 등재 결정 이후 대응책이다. 이 경우 CITES 협약 제23조에 명시된 ‘유보 조항’을 활용해 협약 적용을 유예하거나 예외적으로 보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실질적인 대응 논리를 다듬고 있으며, 국제 사회와의 접촉면도 넓히고 있다.

국내 소비자·유통 구조에도 타격

장어구이 자료 사진. / 헬스코어데일리

여름철 음식으로 널리 소비되는 뱀장어는 소비자 식탁과 외식업계에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뱀장어 상당수가 수입 실뱀장어를 바탕으로 한 양식산이다. 이에 따라 규제가 확정되면, 가격 상승은 물론 공급 불안정까지 번질 수 있다.

자영업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장어구이 수요에 의존하는 매장들은 이미 원가 상승 조짐을 체감하고 있다. 양식장 역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뱀장어를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생산 구조가 무너진다. 대체 어종 전환은 쉽지 않다. 기술 축적, 인프라, 유통망까지 모두 뱀장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 논의 이유는 자원 고갈 우려

국제사회가 뱀장어 보호에 나선 이유는 무분별한 포획과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실뱀장어는 성장 속도가 느리고 회유 경로가 복잡해 보호가 어려운 어종으로 분류된다. 유럽에서는 이미 뱀장어 어획을 일부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국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실뱀장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자연산 어획도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채포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뱀장어 포획 시기와 규모를 정해 관리하고 있다.

CITES 총회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는 그전까지 국제사회 설득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유보 조항 검토 등 사후 대응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민관이 함께 움직여야 실질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규제가 확정되면, 산업 전체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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