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을 비영리법인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영리를 목적으로 시설 운영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많아지면 그만큼 장기요양보험 기금 지출이 가중돼 예산 고갈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까닭이다.
이미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의원(전북 남원시·장수군·임실군·순창군)실이 주최한 '장기요양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장기요양보험에 거대자본 유입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이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의 민영화나 금융화는 단순한 정책 결정이 아닌 사회적 가치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는 재정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나, 사회적 리스크를 동시에 수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사나 거대 기업이 노인요양보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이는 장기요양보험의 금융화를 부추기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부연했다.
장기요양보험의 금융화는 보험 시스템을 금융 시장의 논리에 맞춰 운영하는 방향을 의미한다. 이는 보험을 단순한 사회적 안전망이 아닌 금융 상품 또는 투자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비용, 접근성, 형평성, 품질 등 여러 방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교수는 장기요양 서비스의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국공립 시설 비중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적 형평성과 서비스 접근성 보장으로 장기요양보험과 관련된 공적 시스템 강화를 언급했다.
이와 함께 노인요양시설의 부족은 수도권 등 일정 지역에만 한정되므로 요양시설이 현저히 부족한 지역에만 임차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요양시설 난립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007년 노인장기요양법 제정으로 2008년 7월부터 시행됐다. 당시에는 제가급여를 제공하는 기관에 대해 재가노인복지시설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법에 따른 설치 신고 만으로도 장기요양기관 지정이 가능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았다.
이 때문에 매년 2000여 개소의 재가장기요양기관이 신규 개설되고 1000여 개가 폐업하는 등 장기요양기관의 난립 및 장기요양서비스의 질 저하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더불어 노인인구 대비 장기요양보험 수급 인정자 비율도 계속 증가해 총 인정자는 100만명을 넘겼다. 이에 연도별 급여비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악화를 가속화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09~2022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추이에 따르면 수급자 증가 영향으로 재정수지는 2016년 적자로 전환한 이후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출이 감소하며 일시적으로 흑자로 돌아섰으나 2021년부터 다시 적자 폭을 키웠다.
이 교수는 "처음에 제도를 시행할 때 발생할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다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시행 후 문제가 되면 수정하고 또 괜찮아지면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등의 반복되는 것은 제도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토론회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박원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장, 김동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윤경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김도균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 등이 참석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