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하이라인파크, 인천 도시재생의 신개념 가능성 엿보다
뉴욕 도시재생 상징, 하이 라인. 인천 도시재생 모델로 떠올라
인공에 자연스러움 마저 더해 뉴욕의 상징 급부상.
‘뉴욕시가 시민에게 준 최대의 선물’.
참 관(官)답지만, 이 말처럼 딱 와 닿는 표현이 있을까.
미국 뉴욕 하이 라인(High Line)은 ‘선물’이란 단어로도 모자라다.
30피트(약 9m) 높이 하이 라인을 걸으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하는 듯 착각에 빠지고, 인공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하이 라인 탄생하다
하이 라인 누리집(https://www.thehighline.org/)과 위키백과 따르면 하이 라인은 뉴욕 시에 있는 길이 1마일(1.6㎞)의 선형공원으로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사이드에서 운행되었던 1.45마일(2.33㎞)의 고가 화물 노선을 공원으로 재이용한 장소이다.
1934년 개장된 이 철도 선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 버려진 채로 남아 있었다.
1984년 철도 지지자(rail enthusiast) 피터 오브레츠(Peter Obletz)가 버려진 철도 선로를 10달러에 소유권을 넘겨받았고, 사진 작가인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는 아름다운 도시 공원인 하이 라인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와 로버트 해몬드(Robert Hammond)는 하이 라인이 파괴되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 ‘프렌즈 오브 하이 라인(Friends of High Line)’이라는 이름의 단체를 1999년에 만들었다.
2003년에는 여러 나라에서 제출된 720개의 출품작 중 하나를 선정했는데, 그것은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에서 영감을 얻은 제임스 코너(James Corner)가 만든 작품이다.
죠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의 인터뷰 형식으로 2014년에 묶인 <뉴욕 도심의 버려진 고가 철도를 하늘공원으로 만든 두 남자>에는 하이 라인 탄생의 우여곡절이 자세히 소개됐다.
이 책은 “높고 멋진 건물들이 즐비한 뉴욕 도심 속, 30년 동안 방치된 고가 철도가 있다. 세련된 뉴욕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 낡고 오래된 철도가 철거되는 일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두 명의 젊은이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고, 여기에 공원을 만들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한다”며 “그렇게 10년간의 길고 긴 공원화 과정을 거쳐 폐철도는 뉴욕의 랜드마크 '하이 라인 공원'으로 변신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익집단에 맞서 철거를 막아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뉴욕의 시민들은 낡은 것을 무조건 밀어버리는 대신 옛것을 새롭게 재창조해 지역사회의 부흥은 물론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효과적인 시민운동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하이 라인은 한국인 황나현(51)씨가 디자인을 총괄했다.
황씨는 뉴욕 센트럴파크 등과 하이라인의 차이를 “미래와 변화에 대한 대응은 역사의 표피적 복원이나 일률적인 철거·개발이 아닌 창의성과 유연성으로 가능해지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하이 라인, 인천 라인을 떠올리다
‘21세기의 센트럴 파크’, 하이 라인을 걸었다.
29일(현지시각) 오후 1시, 하이 라인은 세계인으로 가득했다. 뉴욕에서 인기 절정인 베슬(Vessel) 구조물 인근에서 시작(끝)한 하이 라인은 첼시 마켓을 지나 리틀 아일랜드 인근에서 끝난다. 보도로 얼추 35분 남짓. 사진 찍고 주변을 둘러보며 꽃 구경·나무 탐색·사람 관찰·경치 감상 등에 흠뻑 빠지면 어느새 끝에 닿는다. 300여종의 야생 식물이 탄생 20년 만에 군락을 이뤘고, 기존 구조물과 하나가 됐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의자는 1인용부터 다인용은 물론 누울 수 있는 것까지 모양과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리고 몇몇 조각상은 하이 라인의 또 다른 상징과 같다. 누군가를 추모하는 기념 조각과 의자에 새겨진 문구 또한 인공 구조물의 답이다. 서로 사진 찍어주기 분주한 관광객과 각양각색 의자에서 지친 다리를 쉬어가는 이방인,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에 나선 뉴요커. 이들까지 하이 라인의 구성 요소다.
골칫덩어리 철길이 어쩜 이리도 뉴욕의 마천루와 어우러질까.
세로로 쭉 뻗은 하이 라인이 관통하는 가로 도로를 바라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식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미래형 건축물은 과거·현재와 조화를 이룬다. 갖은 폼을 잡고, 뻔뻔스럽게 “이런 게 뉴욕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딱 10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를 이곳에서 발표하며, 시작된 ‘서울역 7017’은 ‘차량길’을 ‘사람길’로 바꿔 놓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서울역 7017’이 구닥다리 ‘하이 라인’보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왜일까.”
답은 인천에서 찾을 수 있다. 인천은 경인선 지하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제물포르네상스 속 내항재개발, 원도심·신도심 균형 등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굵직한 사업이 곳곳에 산적하다. 과거는 현 대한민국 ‘영화’를 이끈 인천의 땀방울을 상징한다. 경인선과 경인고속도로, 내항 등은 산업역군을 나타낸다. 그러나 현재 이들 시설은 도시를 단절시켜 인근을 원도심으로 급속하게 낙후시켰다. 과거를 갈아엎고 현재를 덧씌우면, 역사는 단절된다. 그 위에 아무리 훌륭한 미래로 포장한들 정체성이 사라진 도심은 매력을 잃는다. 세계 유수 도시는 모두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그리고, 과거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관광자원이 된다.
옛 하이 라인은 교통 불편과 황폐화로 뉴욕 경제성을 떨어뜨렸지만, 현재 하이 라인은 교통이 요충지가 됐고 뉴욕을 상징한다.
인천은 1883년 개항에 따른 근대 건축물이 있다.
이에 내항의 쓸모 없어진 철길, 과거 수인선·부평 철길(다 뜯어지긴 했어도 흔적은 남았다)과 주변 빨간 창고들은 하이 라인이 아닌 버텀(bottom) 라인으로 불리워지며 첼시마켓처럼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유정복 인천시장은 “단순 도시재생이 아닌 ‘인천’의 정체성을 확립해 도심과 어울리고 관광까지 더해진 미래 인천의 모습을 하이 라인에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하이 라인을 평가한 ‘뉴욕시가 시민에게 준 최대의 선물’은, 지금껏 버틴 인천의 근대 문화가 ‘300만 인천시민에게 준 최대의 선물’이 될 수 있게 하이 라인이 용기를 북돋웠다.
/뉴욕=글·사진-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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