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진태는 왜 ‘GJC 회생신청’하나… 작전세력 놀이터 레고랜드, 강원도가 감사 못한 이유는

세종=손덕호 기자 2022. 10. 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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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처음부터 GJC 보증채무 이행한다고 해…회생 신청은 계속”
강원도, 레고랜드 시행사 GJC 관리·감독 못해… 회생 신청은 우회로
2014년 엔티피아가 50억 출자하면서 강원도 지분 50% 밑으로 하락
엔티피아, 2016년 거래정지 직전 레고랜드 호재 보도… 그 후 상장폐지
‘최문순 시절 강원도’ GJC가 감독 안 받는 문제 인지… 해결은 안 돼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금융권에 빌린 20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GJC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 시행사로, 금융권을 뒤흔든 레고랜드발(發) 채권 시장 경색의 시발점이었다.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김 지사는 지난 21일 “GJC의 변제 불능으로 인한 보증채무를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에는 “강원도는 처음부터 보증채무를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적이 없다”며 “회생법에 따르면 회생은 보증 채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GJC에 대한) 회생 신청은 계속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설명은 강원도의 재정으로 GJC가 진 빚을 모두 갚을 것이며, 회생 절차도 밟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강원도는 왜 GJC에 대한 회생 신청을 한 것일까. 26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최문순 전 강원지사 시절 GJC는 강원도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는 GJC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이사회 의사록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GJC는 강원도 산하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라고 했다. 강원도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GJC가 지난 10년 간 어떤 일을 벌였는지 법원을 통해 파악하기 위해 회생 신청을 했다는 입장이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이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 양성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강원도 제공

◇GJC, 최대주주 강원도 지분 50% 미달 이유로 관리·감독 안 받아

최문순 전 지사가 재임하던 2011년 9월, 강원도는 세계 2위 엔터테인먼트그룹인 영국 멀린과 레고랜드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했다. 강원도는 2012년 8월 ‘엘엘개발’을 설립해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코리아 조성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엘엘개발은 2019년 1월 강원중도개발공사(GJC)로 사명을 변경했다.

GJC는 강원도 산하 기업이지만 강원도는 회사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고, 감사를 실시할 수도 없다. 지분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4.02%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GJC는 지난 수년 간 강원도의 지분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며 강원도의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최문순 전 지사 시절 강원도도 인지하고 있었다. 2017년 10월 19일 강원도의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홍성욱 도의원의 관련 질의에 정만호 당시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엘엘개발(GJC)이 자사주를 20% 갖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시켜서 (강원도)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며 “만약 (지분율을) 늘리게 되면 성과 계약이나 직원 채용, 임직원 보수, 예산 편성을 다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GJC의 자사주 소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 옛 '엘엘개발') 지분 현황. 2014년 말 기준으로 코스닥 상장사 '엔티피아(이후 '케이엔씨글로벌'로 사명 변경)'가 50만주를 가진 2대 주주다(왼쪽). 2016년 말 재무제표에는 엔티피아가 파산하는 과정에서 GJC가 50만주를 매입해 대부분 자사주로 편입한 상황이 기록돼 있다. /그래픽=이은현

◇강원도, ‘코스닥 작전주’ 엔티피아 투자 받으며 GJC 지분 50% 밑으로

코스닥 상장사였던 엔티피아는 2014년 5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0억원을 출자하며 GJC 주식 50만주를 확보했다. 엔티피아는 코스닥 시장에서 이른바 ‘작전주’로 불린 기업이다. 당시 최대주주는 지분 42.59%를 가진 강원도였고, 엔티피아는 영국 멀린과 같은 23.61%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엔티피아는 나노섬유와 인테리어디자인, 외식업체 ‘토다이 싱가폴’ 사업을 하는 회사였다. GJC 지분 확보 목적은 ‘사업 다각화’로 공시했다.

엔티피아는 GJC의 2대 주주가 된 후 레고랜드라는 ‘호재’로 주가가 급등했다. 엔티피아의 주가는 2014년 3월 주당 1000원 수준이었으나, 레고랜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두 배 가까운 1855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런데 엔티피아는 2016년 채권자가 수 차례 파산을 신청하고 법원으로부터 파산신청이 기각되기를 반복했다. 결국 엔티피아의 파산이 확정됐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2017년 2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엔티피아는 GJC로부터 자금을 단기 차입하기도 했다. GJC 재무제표를 보면 엔티피아는 2015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GJC로부터 40억원을 빌린다. 만기가 4개월, 2개월로 짧은 대출이었다. 그러나 엔티피아는 이 금액을 갚지 않았고, CJG는 “2016년 4월 대여금 회수를 위해 엔티피아가 보유한 당사의 주식 전부(50만주)를 (50억원에) 자사주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그중 6만4159주는 강원도에 문화재시굴비용 대가로 지급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2016년 재무제표 중 일부. 과거 2대 주주였던 엔티피아에 40억원을 대출해줬다가 갚지 못하자 50만주를 전량 자사주로 매입했다. 일부는 문화재시굴비용 대가로 강원도에 지급했다. 이후 강원도는 자사주를 소각해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올려 GJC를 관리·감독하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GJC 2대 주주 엔티피아, ‘레고랜드 호재’로 주가 급등했지만 거래 정지

GJC가 엔티피아에 40억원을 빌려줬다가 대신 자사주를 취득할 때 엔티피아는 파산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명을 ‘케이엔씨글로벌’로 변경했고, 레고랜드라는 호재로 주가가 다시 올랐다. 2017년 6월 21일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근 강원도의원은 도의회 본회의에서 “엔티피아가 2016년 8월 대림건설과 레고랜드를 다시 시작한다고 착공식을 했다. 이 회사는 당시 1원도 투자할 돈이 없었다. 허위 기사를 내서 상한가를 쳤다”며 “그렇게 (주가를) 2~3일 올린 다음 거래정지시켜서 다 빼먹고 날랐다”고 비판했다.

2016년 6월 23일 오전 11시쯤 ‘케이엔씨글로벌(엔티피아)이 5200억원 대 레고랜드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엔티피아 주가는 전날(1025원)보다 14.1% 오른 1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3316만주로 전날(257만주)의 13배였다.

그런데 엔티피아 주식은 레고랜드 호재가 보도된 당일 오후 1시50분쯤 거래가 끊겼다. 한국거래소가 ‘채권자에 의한 파산신청설’을 이유로 거래를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 여러 차례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하고 기각되기를 반복한 끝에 2017년 3월 상장폐지됐다.

최문순 전 강원지사./조선DB

김 도의원은 2016년 10월 도의회에서 “엔티피아는 상호를 변경하고 주식을 뻥튀기에서 상한가를 치고는 부도를 냈다”며 “(엔티피아에 자금을 빌려준 뒤 갚지 못하자 자사주를 취득하는 결정에) 사인한 분들은 전부 배임 혐의”라고 했다. 최문순 당시 강원지사는 “범죄라면 검찰 고발을 하겠다”고 답했다.

엔티피아는 레고랜드 외에도 다양한 호재로 주가를 띄웠다. 2015년 6월에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맡은 여자 주인공 ‘천송이’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에 출시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올랐다.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중경성명상업관리유한공사와 충칭(重慶)시 내 13만㎡ 규모의 국제 보세점과 면세점 운영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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