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장기미제 경찰관 살인사건…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의 입에서 풀리나
권총과 범행에 사용된 흉기 발견되지 않아
당시 피의자 3명, "강요에 의한 허위 자백" 고백
미궁에 빠진 사건…대전 강도살인에서 실마리
강도살인 벌인 이승만 무기징역, 징역 20년 이정학
이승만, "백 경사를 살해한 이정학이 권총 건넸다"
둘 모두 "상대가 범행 저질렀다"고 진술
대전, 충남, 전북 전주 오가며 불법 음반 유통 사업
백 경사 상흔 목적이 있는 살인…또 다른 범행에 사용 가능성
2002년 전북 전주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1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이 사건이 해결될 실마리가 최근 열렸다. 그 실마리는 2001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에게서 나왔다.
전혀 관련이 없었던 두 사건이 맞닿았는데, 21년 만에 발견된 경찰관의 38구경 권총의 행방이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고인의 입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전북경찰청은 두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이 전주 경찰관 피살 사건의 진범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근무 중 파출소서 피살당한 경찰관…사건은 오리무중
경찰은 특별 수사본부를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건은 진척되지 않았다. 당시 파출소의 폐쇄회로(CC)TV는 작동하지 않았다. 현장에 남아있던 것은 범인의 발자국 2개뿐이었다. 경찰은 백 경사와 접촉한 이들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그 수만 300여 명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난항에 빠진 수사는 4개월이 지나 급물살을 탔다. 절도를 저질러 체포된 20대 '가출팸' 박(당시 21)모씨 등의 입에서 백 경사 사건이 언급됐다. 경찰은 이들을 유력한 범인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들의 입에서 자백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과거 백 경사에게 빼앗긴 오토바이를 돌려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범행 동기였다.
경찰은 "건지산에 권총을 버렸다"는 진술을 토대로 사라진 백 경사의 권총을 찾기 시작했다. 건지산 일대와 하천 등을 수색했으나 살인을 입증할 직접 증거인 권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피의자의 자백만 확보한 경찰은 결국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못했다.
이렇게 전주 경찰관 살인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반전이 생겼다. 박씨 등이 "경찰의 강압 수사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진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허위 자백이라고 판단했고, 박씨 등은 백 경사 살인 혐의는 받지 않은 채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에게서 나온 실마리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이승만이 경찰에 한 통의 제보를 보냈다. "전주 경찰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부터 권총을 건네받아 숨겨줬다"가 그 내용이다. 경찰은 이승만을 접견하고 이를 토대로 울산의 한 숙박업소를 수색했다. 그의 제보대로 숙박업소 천장에서 권총 한 자루가 발견됐다. '4280' 21년 전 사라진 백 경사의 총기번호와 일치했다.
2001년 은행 강도살인 사건을 벌인 이의 입에서 2002년 백 경사 살인 사건을 해결할 직접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전문 수사관들이 포함된 특별 수사팀을 꾸렸다. 다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각각 4차례 진행했다.
경찰은 이승만과 이정학 가운데 한 명이 백 경사 살인사건의 진범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진술 행태가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재판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판에서 "상대가 은행직원을 살해했다"며 살인 사실을 떠넘겼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도 이승만과 이정학 모두 "상대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
백 경사의 상흔은 목적이 있는 살인을 말하고 있다
경찰 감식팀은 백 경사의 신체에 가해진 상흔의 형태로 보아 살인의 동기가 보복이나 원한이 아닌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범인이 총기를 탈취하기 위해 백 경사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는 큰 의미가 있다. 범행에 이르는 행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국민은행 강도살인을 벌이기 전 경찰관을 차로 치어 총기를 탈취했다. 이어 또 다른 경찰관을 뒤에서 급습하고 탄을 빼앗았다. 그리고 국민은행 직원을 살해하고 3억 원이 든 현금 가방을 빼앗아 도주했다.
범행에 성공한 이들은 대전과 충남, 전북 전주를 오가며 불법 음반을 유통했다. 전주 백 경사 살인사건과 연관성이 뚜렷해진 대목이다. 이들은 음반을 유통하며 전주의 지리를 파악했을 것이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3년 대전 은행동에서 현금 수송차에 있던 현금 4억 7천만 원을 탈취하는 범행을 벌였는데, 경찰은 이들이 강도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확보하기 위해 백 경사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당시 파출소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 2개를 갖고 이승만과 이정학에게 비교하고 정밀 분석하고 있다. 이 발자국은 당시 파출소 뒷문 쪽에서 발견됐다. 발자국의 형태로 보아 범인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남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백 경사 피살 당시 파출소를 본 목격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법 최면 조사를 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주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구체적인 직접 증거에 대한 부분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승만과 이정학이 경찰의 수사를 미리 파악하고 회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경찰 관계자는 "이승만과 이정학이 '서로 상대방이 범행을 하고 총기를 갖고 왔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수사와 피의자들의 행태를 봤을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진술의 진모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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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송승민 기자 sms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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