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턱 대학생 '공장식 수술' 받다 사망…'거리의 투사' 된 엄마

2016년 9월 8일 25세 대학생 권대희 씨는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대에 누웠다. 권 씨는 고등학교 때 돌출된 입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며 집단 왕따를 당했고, 이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서울로 대학을 가면 제일 먼저 성형수술부터 받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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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씨는 TV에도 출연한 유명의사가 하는 안면윤곽수술 전문병원에서 상담받았다. 실력과 명성을 갖춘 무사고 경력의 병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수술을 집도한다고 했고 이를 믿은 권 씨는 수술대에 누워 몸을 맡겼다.

◇ 컨베이어 벨트에서 조립되는 제품처럼 수술받은 환자

낮 12시 30분에 수술이 시작된 후 11시간이 지난밤 11시 30분, 119에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환자 권 씨의 출혈이 심해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11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술 과정이 담긴 영상에는 병원장 장 씨가 오후 1시쯤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을 시작하는 모습이 담겼다. 20여분 후 장 씨가 권 씨의 턱뼈를 잘라내기 시작하자마자 머리 아래로 피가 후드득 쏟아져 내렸고, 간호사는 1시간 동안 6차례 밀대로 바닥에 고인 피를 닦아냈다.

그런데 수술 시작 1시간 후 뼈만 잘라내고 봉합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 씨가 수술실을 빠져나갔고, 누군가가 대신 들어와 수술복을 입었다. 수술 기록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유령 의사 신 씨였다. 그는 나머지 수술 과정을 맡았고 권 씨의 출혈은 계속됐다. 약 1시간 뒤 신 씨마저 수술실을 나갔고 남은 간호조무사 전 씨가 30여분간 지혈을 했다. 옆에 의사는 없었다.

해당 병원은 공장식 수술을 행하고 있었다. 마취 전문의 이 씨가 환자를 마취하고 다음 환자를 마취하러 나가면 병원장 장 씨가 들어와 수술 부위를 절개하고 뼈를 잘라낸 뒤 다음으로 신 씨가 들어와 수술 부위를 세척하고 봉합해 수술을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 아들 시들어가는 중환자실에 찾아온 병원장이 한 말, 엄마는 대성통곡했다

수술 날 권 씨가 흘린 출혈량은 약 3500㏄로, 이는 45㎏인 여성의 전체 혈액량이다. 권 씨 몸속의 피 70%가 빠져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권 씨가 있는 중환자실로 찾아온 병원장 장 씨는 뻔뻔했다. 장 씨는 권 씨의 어머니인 이나금 씨에게 "제가 변호사와 얘기해 봤는데 결과는 두 가지라더라. 첫째는 법으로 판정받는 거다. 형사소송은 하시면 (어머니가) 무조건 진다. 병원이 이기게 돼 있다. 형사소송은 '고의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제가 고의로 그런 건 아니잖나. 형사에서는 의사가 이긴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합의다. 저는 합의는 하는데 조건이 있다. 대학병원 책임까지 저한테 다 물어서 합의하라고 하면 저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 제가 합의금 100%를 드릴 순 없다. 대학병원도 (과실이) 있으니까"라며 이 씨에게 자기가 원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기를 종용했다.

뇌사상태에 빠진 권 씨는 턱 수술 49일 만인 2016년 10월 26일 끝내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