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애미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한국 야구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류현진이 2026 WBC 8강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16년 만에 다시 달았던 태극마크와의 작별이었다.
3월 14일 론디포파크에서 벌어진 8강전은 0-10 콜드게임 패배로 끝났다. 류현진은 1이닝 3분의 2를 던지며 40개의 공을 뿌렸지만, 3피안타 3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전성기 시절의 폭발적인 구위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불혹을 앞둔 베테랑이 조국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40구였다.
2008년 베이징의 기억부터 2026년 마이애미까지

류현진의 국가대표 여정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시작됐다. 당시 21세의 청년은 캐나다전에서 126개의 공을 던지며 1-0 완봉승을 거뒀고, 쿠바와의 결승전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2009년 WBC에서도 준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오랫동안 태극마크와 멀어져 있었다.

메이저리그 진출과 수술, 재활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도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국가대표에 대한 부채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16년 만의 복귀, 17년 만의 WBC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선발 중책을 맡았다.
후배들을 향한 마지막 응원

경기 후 취재진 앞에 선 류현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초반 실점이 아쉬웠다. 우리 야수들이 적응할 시간을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자신이 졌다.

하지만 후계자 부재에 대한 우려는 단호히 부인했다. "우리 어린 선수들이 여기에 와서 한 경기 이렇게 한 것도 경험이다. 메이저리그 톱 클래스 선수들과 맞대결했다"며 후배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20년 야구 인생의 마침표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20년간 한국 야구를 이끌어온 류현진의 국가대표 커리어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베이징 올림픽, WBC까지 굵직한 국제대회마다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의 여정이 마이애미에서 끝났다.
류지현 감독은 "성적 태도 행동 모두 모범적이었다. 최고참급 선수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며 류현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비록 화려한 피날레는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이 속에서도 기꺼이 선발의 무게를 감당한 그의 마지막은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