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한달 앞으로… 지분 경쟁 돌입하나
이사회 정원 변경 위해 지분 확보 필요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내년까지 이어질수도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을 맞았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으로 구성된 대주주 3자 연합은 지분 셈법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주주명부를 요구했다. 남은 기간의 행보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결정하는 만큼, 모녀와 형제 측의 분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수원지법에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의 권리주주 확정 기준일인 지난 22일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했다. 창업주 일가의 차남인 임종훈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는 공시를 통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주명부 열람·등사는 해당 회사의 실질주주 성명과 주소, 주식 수, 주식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다. 등사는 주주명부를 사진 촬영이나 파일로 복사하는 것을 말한다. 주주명부 열람·등사는 흔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실질주주를 파악해 주주의 위임장을 확보하거나 세력을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한미사이언스는 다음 달 28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 1층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 안건과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제안했다. 현재 5대 4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이 우위에 있는 이사회 구도를 5대 6의 3자 연합 우위로 바꾸려는 것이다.
3자 연합이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한 것은 임시주총에서 안건 통과를 위한 지분을 계산하기 위해서다. 현재 3자 연합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8.13%, 형제 측 지분은 29.07%다.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이사회 정원 정관변경은 주총 출석 의결권 3분의 2(66.7%) 찬성이 필요하다. 3자 연합과 형제 측 모두 지지 세력이 필요한 셈이다.
오너 일가 모두 찬성표가 필요한 가운데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연대의 결정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6월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 5.53%를, 소액주주연대는 2.2%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에 모두 반대했다. 반면 소액주주연대는 3자 연합과 형제 측 중 어느 편에 설지 저울질을 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4일 3자 연합과 형제 측에 내용증명 방식으로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 대한 답변 기한은 29일까지로 정했다. 질의서에는 임종훈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거치지 않고 업무를 진행했는지, 신동국 회장이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과도하다고 발언한 부분을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회사 운영 계획과 상속세 해결 방안을 묻는 내용도 질의서에 포함됐다.
업계는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정원 정관변경 안건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관변경 안건이 부결되고 이사 후보 중 1명만 선임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가 5대 5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경영권 분쟁 종식은 내년 3월로 다시 한 번 미뤄진다. 반면 이번 임시주총에서 3자 연합이 승리하면 경영권 분쟁은 그대로 종식될 가능성이 크다.
3자 연합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면, 다음 공은 한미약품 임시주총으로 넘어간다. 한미약품은 12월 19일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형제 측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이사 해임안,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이사 선임안을 제안했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3자 연합 측 인사가 10명 중 7명을 차지한다. 올해 초 임종윤·종훈 형제가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후 본인들과 신동국 회장, 남병호 이사까지 4명을 새로 이사로 선임했다가 신 회장이 모녀 측에 합류하면서 형제 측 이사는 세 명으로 줄었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3자 연합의 정관변경과 이사회 선임 안건이 모두 좌초되면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형제 측의 이사 해임·선임안이 통과돼 이사회 구도가 3자 연합과 5대 5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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