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선물한 황금빛 한잔 / 에곤 뮬러 샤르츠호프베르거
에곤 뮬러(Egon Müller)는 독일 모젤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자로, 아이스바인 및 리슬링 와인에 있어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그는 특히 모젤의 샤르츠호프베르거(Scharzhofberger) 포도밭에서 자란 리슬링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유명하다. 에곤 뮬러의 와인은 탁월한 품질과 독특한 스타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아이스바인은 매년 한정된 양만 생산되기 때문에 매우 희귀한 와인으로 손꼽힌다.그의 아이스바인은 겨울철 영하의 온도 속에서 자연 동결을 이용해 만든 와인으로, 당도와 산미의 균형이 뛰어나다. 이 와인은 특히 리슬링 품종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오랜 숙성 후에도 그 품질을 유지하고, 숙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곤 뮬러의 와인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처럼 여겨지며, 에곤 뮬러의 이름을 딴 이 아이스바인은 그가 만든 와인의 뛰어난 품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다.
겨울, 굴 그리고 샤블리 / 도멘 프랑수아 하브노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미식 조합이 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머금고 살이 오른 굴과, 그 풍미를 극대화해 줄 샤블리(Chablis). 특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도멘 프랑수아 하브노(Domaine François Raveneau)의 샤블리는 겨울철 미식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하브노 샤블리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블리 지역에서 자란 샤르도네 100%로 만들어진다. 이 지역의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포도는 와인에 강렬한 미네랄리티를 부여하며, 신선한 산미와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진다.라임, 녹색 사과, 흰 꽃의 향과 함께 조개껍질이 연상되는 짭조름한 뉘앙스는 바다의 풍미를 담은 굴과 완벽한 시너지를 낸다. 하브노 샤블리의 높은 산미는 굴의 크리미한 질감을 더욱 깔끔하게 정리해 주며, 미네랄리티가 굴의 짠맛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섬세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겨울밤, 바닷바람을 닮은 신선한 굴과 도멘 프랑수아 하브노 샤블리 한 잔을 곁들여보자. 입안에서 펼쳐지는 완벽한 마리아주가 얼마 남지 않은 올겨울, 가장 기억에 남는 미식의 순간이 될 것이다.
겨울의 정취를 담은 컬트 와인 / 스크리밍 이글 소비뇽 블랑
겨울에는 주로 레드 와인을 떠올리지만,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에도 화이트 와인은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선한 해산물과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찾는다면, 미국 나파 밸리의 전설적인 와이너리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의 소비뇽 블랑이 완벽한 답이 될 것이다. 스크리밍 이글은 단순한 와이너리가 아니다. 컬트 와인(Cult Wine), 즉 극소량 생산되며 열렬한 팬층을 가진 희귀하고 프리미엄급 와인의 대표 주자다.이 와인은 깊이 있는 아로마와 섬세한 구조감으로 유명하며 잘 익은 감귤류, 백도 복숭아, 허니듀 멜론의 달콤한 향이 어우러져 겨울철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스크리밍 이글 특유의 정밀한 양조 방식 덕분에 미네랄리티와 신선한 산미가 뛰어나고, 오크 숙성을 거쳐 크리미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한다. 특히 겨울철 해산물 요리와 환상적인 페어링을 자랑한다. 버터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성게알 파스타, 굴과 같은 요리와 함께하면 와인의 우아한 풍미가 극대화된다. 스크리밍 이글 소비뇽 블랑은 단순한 화이트 와인이 아니라, 소유 자체가 곧 하나의 경험이자 특권인 컬트 와인이다. 만약 운 좋게 이 와인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달콤한 겨울의 맛 / 샤토 디켐
겨울은 디저트와 함께 달콤한 와인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진한 풍미를 가진 와인은 입안을 감싸며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이 계절에 특히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이 있다면 단연 샤토 디켐(Château d’Yquem)이다. 샤토 디켐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소테른(Sauternes)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디저트 와인으로, 세계 최고의 귀부 와인(Noble Rot Wine)으로 불린다. 샤토 디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귀부병(Botrytis Cinerea)이라는 곰팡이다. 이 곰팡이는 포도의 수분을 서서히 증발시키면서 당도와 풍미를 극대화하는데, 이를 통해 와인은 극도로 농축된 과실미와 복합적인 아로마를 갖게 된다.샤토 디켐의 맛과 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잘 익은 살구, 꿀, 바닐라, 견과류, 그리고 오렌지 껍질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 모금 머금으면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높은 당도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힌 산도가 있어 무겁지 않고 우아한 맛을 선사한다. LVMH 그룹이 소유한 샤토 디켐은 그 명성에 걸맞게 철저한 품질 관리와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이 몇 년 내에 소비되는 것과 달리, 샤토 디켐은 수십 년간 숙성될수록 더 깊은 맛과 복합미를 갖추며 가치를 더해간다. 한 잔의 샤토 디켐과 함께 달콤한 겨울의 여운을 음미해 보자.
에디터 강성엽(프리랜서)
사진 Egon Müller Eiswein, Domaine François Raveneau, Screaming Eagle, LV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