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전해졌으나 여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투사 지정 조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넘기기 위해 향후 1조원이 가까이 더 확충해야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는 낙관보다는 비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기존 2029년이던 종투사 인가 목표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애초 2029년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삼긴 했지만 명확한 시기를 지정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올해 실적 증가를 이뤘고 또 신사업 활성화 등으로 그 시기를 앞당기려 노력하겠지만 그 단축 기간을 1년으로 못 박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보증권은 자기자본 규모 약 1조99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정한 종투사 조건인 자기자본 3조원에 1조원 넘는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결국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약 4년 안에 자기자본 1조원을 더 늘려야 하는 셈이다.
다만 과거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확충세를 살펴보면 4년 안에 1조원을 넘기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교보증권이 자기자본 1조원을 달성한 것은 2020년으로 1조9912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까지는 약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기간 평균 약 1000억원 안팎의 자기자본 증가폭을 나타냈으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 때에는 3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만약 유상증자 없이 실적만으로 자기자본 1조원을 채우기 위해서는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2035년에나 종투사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신사업이 활성화해 큰 폭의 자기자본 증가 효과를 낸다 해도 5~6년 이상 확충해야 해 목표 기간을 달성하는 것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을 살펴본다면 교보증권은 지난해 174% 증가한 당기순이익 1371억원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자기자본도 약 1300억원 늘렸지만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오히려 13.75% 하락했다. 영업수익 감소에도 영업비용, 영업외비용 등을 각각 6000억원, 140억원 절감한 것이 당기순이익 증가에 기여한 셈이다. 비용 절감을 통해 낸 수익 증가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자기자본 확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증투사 인가 목표 기간을 단축할 방법으로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꼽힌다. 실적 증가와 함께 2028년까지 5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증권사의 유상증자에 소액주주가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나 유상증자를 해 주주가치가 희석됐는데 또다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으며 현대차증권은 유상증자에 관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기도 했다.
교보증권도 소액주주들이 지난해 3월 유상증자에 반발해 신주발행무효의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향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더 추진할 경우 소액주주가 불만을 일으킬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한편 종투사란 기업에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를 말한다.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선 증권사는 금융위원회에 종투사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9곳이 지정됐으며 대신증권이 올해 10번째로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