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해야 살아남는 中 청년들… 저가 항공 필수품 ‘낚시 조끼’ 급부상
주머니 10여개에 짐 넣어 수하물값 절약
목베게 속을 옷가지로 채우는 방법도
높아지는 실업률 속 ‘절약’이 최대 키워드
중국 청년들의 여행 필수품으로 ‘낚시 조끼’가 떠오르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용할 때 위탁 수화물값을 아끼기 위해 10여개에 달하는 낚시 조끼 주머니에 짐을 넣어가는 것이다. 올해에만 대졸자가 1200만명씩 배출되면서 갈수록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자 중국 청년들은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보다 ‘똑똑한 소비’를 위해 골몰하고 있다.
23일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수(중국판 인스타그램)에 ‘저가 항공 수화물 공략법’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니 낚시 조끼를 입은 청년들의 사진이 쏟아졌다. 가격이 저렴한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수하물을 부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10여개의 주머니가 달린 낚시 조끼를 활용하면 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최근 중국 낚시 조끼 제작 업체들은 주머니를 더 크게, 많이 만들어 내놓고 있다. 기존엔 아무것도 없었던 등판 부분에 큰 주머니를 만들어 노트북과 옷 등을 넣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중국 청년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비행기를 탈 때 주로 사용하는 목베개의 속에 있는 솜을 꺼내고, 낚시 조끼에 미처 다 넣지 못한 옷가지들로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낚시 조끼, 목베개에만 최대 10㎏의 짐이 들어간다고 한다. 청년들은 앞뒤로 불룩하게 솟아오른 낚시 조끼를 입고 울퉁불퉁한 목베개를 걸치고도 공항 수화물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엔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중국 청년들의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계면신문은 “낚시 조끼가 기내 수하물을 위한 ‘저가 전투기’로 자리 잡았다”며 “더 이상 핑크택스(Pink Tax·동일한 상품, 서비스여도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더 비싼 현상), 감성 가격(동일한 상품이어도 가게 인테리어나 포장 등이 뛰어날 경우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현상)을 내기 싫은 청년들이 실용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낚시 제품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상에서 ‘절약’ 관련 콘텐츠가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중국판 틱톡)과 콰이쇼우 등에서는 ‘돈 절약 천재’ 관련 동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달 대신 근처 식당을 이용해 배달비를 아끼고, 음식을 포장할 땐 비닐봉지 등을 이용해 포장용기값을 아끼라는 식이다. 콰이쇼우에서 활동 중인 ‘아차이(阿蔡)요리학교’ 계정은 지난 5월 30~40위안(약 5700~7600원)에 요리 네 개, 국 하나를 만들 수 있는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이후 한 달 만에 팔로워가 19만명 늘었다. 현재 그의 팔로워는 885만명을 넘어섰다.
실제 콰이쇼우의 ‘청년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할인’ ‘가성비’ ‘대체’ 등 3개 키워드의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2.8%, 87.5%, 74.2%씩 증가했다. 이를 검색한 이용자 중 50%가량은 2000년 이후 출생자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1~2선 도시(대도시) 청년들은 ‘돈 절약’에, 3~5선 도시(소도시) 청년들은 ‘가성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혜택’ 검색량은 전체 도시에서 두 배로 늘었다. 청년 소비관이 ‘똑똑한 구매’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청년들이 놓인 상황은 암울하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8.8%를 기록했다. 기존 연간 최고점인 7월 기록(17.1%)을 갈아치운 것이다.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여름 갈수록 청년 실업률이 치솟자 돌연 지표 발표를 중단, 12월 재학생을 제외한 새로운 집계 방식의 통계를 내놨다. 그럼에도 점점 실업률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함께 발표된 25~29세 실업률도 전월(6.5%) 대비 높아진 6.9%로 나타났다. 올해 여름 1200만명에 달하는 대졸자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지면서, 갈수록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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